'헌법학자 왜곡 인터뷰' 조선일보, 정정보도 나온 뒤 보낸 입장은
조선 측 "인터뷰, 정반대 취지로 왜곡하지 않아"…이 교수 "언론중재법에 따른 정정보도 인정 받아"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한 헌법학자가 과거에 쓴 논문 내용을 설명하는 취지의 인터뷰를 왜곡해 정정보도문을 게재한 조선일보가 뒤늦게 미디어오늘에 반론을 보내왔다. 해당 학자의 기사 수정·삭제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으며, 하지 않은 말을 기사에 쓰거나 정반대로 왜곡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해당 학자는 4년 전 쓴 논문이나 논문을 설명한 인터뷰, 평소 그의 주장 등에 반하는 내용으로 인터뷰 기사가 보도되면서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한 학자가 되었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 방아무개 기자는 지난 10일 <“尹 탄핵심판, 신속하되 대통령 방어권 보장도 중요”>란 기사를 냈다.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21년 쓴 <대통령 탄핵심판 제도상의 딜레마>란 논문에 대해 설명하는 인터뷰 기사였다.
이 교수는 논문과 인터뷰에서 대통령 탄핵심판은 국정 최고책임자의 권한이 정지되므로 '신속성'과 '신중성' 모두 요구되는데 '신속성'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또 헌재가 대통령의 형사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해 '원칙적으로 헌재는 청구인(국회)이 제시한 탄핵사유를 모두 판단하지만 예외적으로 다른 사안으로 파면 결정이 가능하면 형사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지 않을 수 있다'며 원칙과 예외를 소개한 뒤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보도에선 <“헌재, 내란죄 판단이 원칙 대통령 방어권 보장도 중요”>라고 제목을 달고 리드에서도 “원칙적으로 헌재는 탄핵소추 의결서에 적힌대로 형법상 내란죄 여부를 판단하는 게 맞는다”는 발언을 인용해 마치 이 교수가 '형사법 판단을 해야한다', 즉 '원칙'을 주장한 것처럼 보도했다. 이 교수는 인터뷰 취지가 왜곡됐다고 항의했고 조선일보는 온라인에서 제목을 <“尹 탄핵심판, 신속하되 대통령 방어권 보장도 중요”>로 수정하고 기사 본문도 일부 수정했다. 이후에도 이 교수 인터뷰 취지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추가로 수정·삭제 등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했고 조정이 성립돼 조선일보가 지난 14일 정정보도문을 게재했다.
이후 방 기자는 지난 20일 미디어오늘에 입장을 보냈다. 지난 1월16일 미디어오늘이 반론을 요청했지만 입장을 주지 않다가 정정보도문이 나온 뒤 입장문을 보낸 것이다.
방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이 교수가) 말하지 않은 내용은 기사에 담은 적이 없기에 사실관계를 고치거나 문장을 통째로 삭제한 건 없었다”며 “이 교수와 5차례 통화하면서 요구 사항을 충분히 들어드리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온라인에서 제목과 문장을 수정한 뒤 이 교수가 수정한 내용에 수긍했다고 전했다. 그러다 4일 뒤 연락이 와서 기사 삭제를 요구했는데 이는 파이낸셜뉴스에 실린 한 법학자 칼럼에서 이 교수의 조선일보 인터뷰를 인용했는데 '내란죄' 철회에 대해 이 교수의 뜻을 오독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방 기자는 “삭제나 추가 수정 관련해 상의하던 중 이 교수가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통보했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수정 요구를 거절한 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교수의 입장은 다르다. 이 교수는 조선일보 보도 직후 자신이 논문에 쓴 내용, 평소에 하던 주장과 정반대의 내용을 이야기한 것처럼 기사화돼서 너무 당황하고 놀라 일단 조금이라도 수정을 요청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걱정이 큰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보도가 금요일(1월10일)이었고 일부 내용이 수정됐지만 주말에 만난 이들은 논문의 취지와 다르게 기사가 읽힌다고 했고 심지어 또 다른 헌법학자도 자신의 논문·주장과 반대되는 취지로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를 인용하면서 재차 수정 또는 삭제를 요청했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방 기자에게 '나는 논문을 설명하기만 했는데 왜 괴로워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왜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한 시선을 받으며 해명해야 하냐' '이런 상황이 내 잘못은 아니지 않느냐' 등 수차례 인터뷰 왜곡에 대해 지적했지만 방 기자는 '위에 얘기해보겠다' '조율해보겠다' 등의 답을 했다. 이후 삭제 조치가 없고 추가적인 수정 요청에 대해서는 '요청한 내용 그대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해 고민 끝에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는 게 이 교수 설명이다.
미디어오늘이 “조선일보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해 한 헌법학자의 주장을 정반대 취지로 왜곡한 인터뷰 기사를 결국 정정보도했다”고 보도한 부분에 대해 방 기자는 “'정반대 왜곡'은 이 교수 주장일 수 있지만 언론중재위 등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라며 “우리 입장은 이 교수가 하지 않은 말을 기사에 쓰거나, 정반대로 왜곡한 적 없다는 것으로 언론중재위 조정 과정에서도 충분히 설명했고 조정위원들도 납득해 정정보도문 본문에 통상적으로 들어가는 '바로잡습니다' 대신 '취지를 존중해 보도합니다'라는 문구로 표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언론중재법 제14조 1항에 따라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 등이 진실하지 아니함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라는 정정보도 청구 요건에 따라 정정보도를 청구해서 인정받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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