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Z여자들] 광화문 직장인의 일조량 관찰기

이수현 2025. 3. 2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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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치유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만나 시민기자가 된 그룹입니다.

20대(Z), 30대(M), 40대(X)까지 총 6명의 여성들로 이뤄진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

《 group 》 XMZ여자들 : https://omn.kr/group/XMZ2023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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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도 지나고 길어지는 낮의 길이... 봄 마중을 해봅니다

도서관 치유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만나 시민기자가 된 그룹입니다. 20대(Z), 30대(M), 40대(X)까지 총 6명의 여성들로 이뤄진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 <편집자말>

[이수현 기자]

▲ 아침 수영 가는 길 - 이제서야 뭔가 아침 다워졌다! 3월 10일 오전 6:57
ⓒ 이수현
아침 수영을 가는 날엔 오전 6시 30분에 알람을 해두고 6시 40분쯤 집을 나선다. 수영장에 도착하면 7시.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지나서 그런가, 긴 겨울 내내 어두컴컴하던 하늘이 하루가 다르게 꼭꼭 닫아 두었던 커튼을 한 겹씩 걷어낸다.

해가 떠오르기 전의 그 고요하고 어두운 세상 속에서 시간은 잠시 멈춰 있는 것 같다. 겨울의 하루는 늘 너무 짧았고, 퇴근하기도 전에 세상은 다시 깜깜하게 암막 커튼을 치고 꽁꽁 문을 닫았으니까.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한참을 어둑히 잠겨 있다, 3월이 되니 그제야 아침 하늘은 수줍게 물든 볼을 보여준다. 새벽에 집을 나설 때마다 살을 에는 것 같았던 칼바람은 잦아들고, 목도리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적당히 차가운 바람이 파랗게 분다.
▲ 퇴근 길 - 해가 길어졌지만 아직은 어둑한 2월 4일 오후 6:06
ⓒ 이수현
아침 일찍부터 푸르스름하게 밝아오는 하늘을 보며 하루가 시작된다는 것을 실감하고,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해의 각도와 조금씩 길어진 낮 그림자의 길이로 감각 한다.
조금 더 부지런해진 해는 마음도 너그러워진 것인지 이제 퇴근 시간까지 기다려준다. 회사 화장실은 서쪽으로 큰 통창이 나 있어서, 해가 저무는 것을 관찰하기 좋다. 겨울이면 오후 5시만 넘어도 슬슬 영업 마감 준비를 하는 성격 급한 해가 원망스러웠다. '어어 여기 아직 사람 있는데, 불 끄지 마세요…! '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 퇴근 길 - 이제 퇴근 길도 낮처럼 밝아졌다 3월 13일 오후 6:07
ⓒ 이수현
3월이 되자 카드키를 찍고 빌딩 정문으로 나왔을 때의 공기와 색이 달라졌다. 약간의 흙냄새와 함께 살짝 촉촉해진 콧구멍, 그리고 비둘기색에서 옅은 스카이블루로 옷을 갈아입은 하늘.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답게 뭔가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20일 춘분도 지났다. 춘분이 오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고, 이날 이후부터는 하루 중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보다 길어진다. 날씨가 더워지고 그림자의 키가 더욱 커지면 곧 저녁을 먹고 나서도 한참 동안 밝은 하늘이 푸르고 느긋하게 기다려 주겠지.

점점 길어지는 해의 빛은 단순한 자연의 변화가 아니라, 내 안에서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신호 같다. 본능적으로 몸으로 계절을 느끼며 이동 시기를 아는 철새처럼, 9 to 6 루틴의 직장인도 일조량의 변화를 관찰하며 봄 마중을 나간다.

《 group 》 XMZ여자들 : https://omn.kr/group/XMZ2023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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