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앞 ‘윤 지지자’ 통제하자…차 타고 ‘뺑뺑이 시위’까지

박고은 기자 2025. 3. 2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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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10시께 서울 중구 헌법재판소 앞차도.

자동차에 확성기를 단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헌재 주변을 지키는 경찰들을 향해 외쳤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기자회견 도중 백혜련 의원에게 가해진 '계란 투척' 사건으로 경찰이 헌재 앞 도보 통제에 나서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자동차와 확성기를 동원해 헌재 주변 차도를 돌며 '뺑뺑이 시위'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전날 헌재 주변에서 이른바 '알박기 시위'를 벌이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강제 해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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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21일 오전 10시께 서울 중구 헌법재판소 앞 인도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고은 기자

“경찰 너네 뭐 하고 있어. 공무원도 빨갱이가 수두룩하네!”

21일 오전 10시께 서울 중구 헌법재판소 앞차도. 자동차에 확성기를 단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헌재 주변을 지키는 경찰들을 향해 외쳤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기자회견 도중 백혜련 의원에게 가해진 ‘계란 투척’ 사건으로 경찰이 헌재 앞 도보 통제에 나서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자동차와 확성기를 동원해 헌재 주변 차도를 돌며 ‘뺑뺑이 시위’에 나선 것이다. 한 지지자는 안국역 사거리에서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저속 운행하며 교통을 방해하기도 했다. 경찰이 “빨리 지나가 달라”고 요청하자 그는 “속도를 늦추든 말든 내 마음”이라며 저속 운행을 한동안 지속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21일 오전 10시께 서울 중구 헌법재판소 앞 차도에서 차에 탄 채 확성기로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박고은 기자

경찰은 전날 헌재 주변을 ‘범죄와 테러 위험이 큰 구역’이라 판단하고, 탄핵 선고와 관련된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헌재 앞 점거나 위협적 집회 행위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헌재 주변에서 이른바 ‘알박기 시위’를 벌이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강제 해산하기도 했다.

경찰의 발표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이날, 헌재 앞은 여전히 윤 대통령 지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헌재 앞과 건너편 인도를 막아선 경찰과 헌재 쪽으로 들어가려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곳곳에서 마찰을 겪었다. 지지자들은 “너희가 뭔데 길을 막느냐”, “국회의원이 그렇게 무서우냐”며 반발했다. 일부는 경찰을 향해 “권력의 개”, “반국가세력과 손잡고 북한으로 가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경찰이 한복을 입은 관광객을 통과시키자 이들은 더 거세게 반발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21일 오전 10시께 서울 중구 헌법재판소 앞 인도에서 자리를 편 채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고은 기자

경찰이 통제에 나섰지만 헌재 앞 점거 시위가 모두 정리된 상황은 아니다. 헌재 정문엔 천막을 친 채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들이 10여명, 정문에서 약 100m 떨어진 카페 앞에서도 1인 시위 명목으로 5∼6명이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지켰다. ‘자유민주주의 무조건 지켜!’란 손팻말과 윤 대통령 사진이 담긴 현수막, 태극기·성조기 등을 내건 채였다. 이들이 점거한 자리 한쪽에는 페트병 물이 상자째 쌓여 있었고 각종 짐이 든 여행용 가방(캐리어)과 담요도 보였다. 전날 경찰의 강제 해산 뒤 새벽 사이에 다시 자리를 잡고 ‘알박기 시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한겨레에 “1인 시위자들을 무조건 차단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헌법상 권리인 순수한 1인 시위는 최대한 보장하려 노력 중이다. 다만 1인 시위라 볼 수 없을 정도라면, 현장 상황에 따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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