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연이 담긴 꽃차... 저는 꽃차 전도사입니다

최미향 2025. 3. 2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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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명인의 발자취] 꽃차 부문 김병희 명인

한국예술문화명인진흥회는 우리 조상의 유·무형 전통예술문화를 유지·발전시키고 명인들이 쌓아온 가치를 사회 자산으로 공유하기 위해 설립됐다. 현재 전국에 약 400명의 명인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는데 그중 충청지회 명인은 21인이다. 이 연재는 충청 지역에 흩어져 있는 명인 21인의 인터뷰다.
그들의 지난했던 삶을 조명함으로써 미래를 잇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되고자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소개한다. 꽃차 분야 김병희 명인을 지난 16일 만났다. <기자말>

[최미향 기자]

 꽃차 부문 김병희 명인
ⓒ 최차열
글을 열기 전에 먼저 <김병희의 꽃차이야기> 한 자락으로 포문을 엽니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한바탕 장마가 지나고 나면
나는 그곳을 향해 달려가야 했다

함초로이 피어 도도히 뽐내고 있는 하늘 말라리 꽃.
그대를 만나야 나는 추수릴 수 있었고
가을이면 마타리가 그리웠다

그토록 고혹적인 들국화 내음과 쑥부쟁이꽃
바위틈에 하늘거리는 단아한 구절초는
또한 커다란 속삭임이었다

이렇듯 내게 다가온 무수한 우리의 꽃들이
어느 날 소중한 인연으로 다가와
꽃차를 탄생시켰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꽃차를 만나게 된 것은
어쩜 나의 가장 큰 행운이자 탁월한 선택이었으리라
 김병희 명인이 운영중인 청주 청원군에 위치한 '가영당' 한옥 야외에 차려진 꽃차찻자리
ⓒ 김병희
꽃차, 자연의 향기를 가득 담은 정성의 한 잔

꽃차는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눈으로 마시고 달큰한 향을 코로 흠향(歆香)한 후, 혀로 음미합니다.

몸과 마음이 힘드신가요? 뜨거운 물이 닿는 순간 차는 향을 품었던 꽃잎들이 일제히 만개하듯 펼치며 향기를 뿜어냅니다. 피로를 풀어주는 동시에 풍요로운 삶을 선물하여 치유를 해줍니다. 이것이 바로 꽃차입니다.
 꽃차 부문 김병희 명인
ⓒ 김병희
봄이 시작되는 3월이 되면 저는 무척 설렙니다. 꽃을 모아 차로 만들기에 최적의 시간이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무공해 꽃차, 말만 들어도 건강해지지 않습니까. 마시면 내 몸이 먼저 반기지요. 아무런 첨가물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계절 꽃을 모아, 향기로운 꽃차를 만드는 과정은 제게 색다른 삶의 기쁨입니다.

항산화 성분은 물론 비타민과 미네랄, 필수 아미노산 등이 소화를 돕고, 피로를 풀어주며 면역력 증강에도 효험이 있어 웰빙식품으로 손색없는 차가 바로 꽃차입니다.
 김병희 명인의 고운 손길에서 탄생되는 말차
ⓒ 김병희
과거 꽃차는 외국에서 수입한 카모마일, 재스민, 마리골드와 같은 차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서가 듬뿍 담긴 전통 꽃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직접 만든 수제꽃차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사실, 모든 꽃으로 꽃차를 다 만들 수는 없습니다. 독성이 있는 꽃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니 검증되지 않은 꽃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또한, 모든 꽃은 적절한 법제(法製)를 거쳐야 비로소 진정한 꽃차로 거듭납니다. 이런 것들을 늘 염두에 두면서 향과 색 그리고 맛을 살리는 꽃차를 만드십시오. 물론 독을 다스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어떻게 수분을 제거하고 덖느냐도 중요합니다. 보통 꽃들은 3~5일 정도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꽃차가 됩니다. 그런 까닭에 꽃차를 마신다는 것은 만든 이의 정성과 마음을 마시는 것과 같습니다.
 가영당 들차회
ⓒ 김병희
제게 다가온 무수한 우리의 꽃들이 어느 날 소중한 인연으로 만나 꽃차가 되었습니다. 꽃차를 만나게 된 것은 저의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20대에 피아노를 가르치던 제가 우연히 녹차의 한 종류였던 우전차를 마시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향을 잊을 수 없어 차(茶) 공부를 시작했고, 당시 레슨방에는 차 테이블이 놓일 정도로 차사랑에 빠졌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30년이 훌쩍 넘도록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꽃을 연구하고, 다양한 꽃차를 만들며, 선조들이 즐겼던 차를 개발했습니다. 그 중 '선비사군자 차'와 '버섯 차'는 특허출원까지 받았습니다.

선비사군자 차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차이기에 특허를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차는 한국인의 정신이 새겨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차(茶)를 만난 것은, 정말 대단한 행복과 축복입니다. 마음의 안정과 자신을 다스리는 마력이 있다 봅니다.
 가영당을 배경으로 일본 문화사절단 방문 기념촬영
ⓒ 김병희
저는 많은 분이 우리 고유의 향기 가득한 차(茶)를 가까이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충북 오창읍에 전통한옥으로 만든 '가영당(佳盈堂)'을 열었습니다.

가영당은 '아름다움이 가득 찬 집'이라는 뜻입니다. 웅장함과 멋이 살아 숨 쉬는 전통 건축양식으로, 옛 궁이나 사찰에서만 사용하던 겹처마와 원형기둥, 우물천장 양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이곳에는 100% 우리나라 육송 소나무만을 사용했습니다. 한옥 장인의 손길이 곳곳에서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하여 건축했습니다.
 일본 문화사절단 방문 한국꽃차와 일본말차 교류
ⓒ 김병희
가영당에서 우리 선조들이 즐겼던 차에다 풍미를 높이는 정과와 다식을 함께 곁들여 손님상에 내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의 전통과 멋을 널리 알리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마음 한잔 차 한잔'이라는 로고 아래 마음을 물들이는 가영당이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우리 것의 가치를 소중히 보존하여 미래 세대에 전달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가영당에서 꽃차를 준비하는 김병희 명인
ⓒ 김병희
꽃차 전도사인 저는 평창동계올림픽 행사 등 국내외 주요 행사 60여 회 찻자리를 진행하며, 한국 꽃차의 우수성을 알렸고, 이에 '한국의 꽃차가 으뜸'이라는 아낌없는 찬사를 받기까지 했습니다.

또, 당시 대통령님께 한국 꽃차를 비롯한 우리 차의 우수성에 대해 말씀드리며 "우리 차로 대접하는 문화가 깊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왜냐하면, 장소에 따라 꽃차는 우리 문화의 중심이며, 삶의 향기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꽃차찻자리는 모든 것을 표현합니다.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오신 분들에게 한국의 꽃차를 설명하고 있는 김병희 명인
ⓒ 김병희
제가 할 일은, 단순히 마시는 꽃차가 아닌, 우리 문화의 중심으로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한국의 꽃차가 세계 속으로 뻗어나가기를 소원합니다.

돌이켜보면, 전공보다 차 문화에 빠졌던 저였습니다. 더 깊이 있는 학문을 배우기 위해 '차(茶)과'에 편입하여 '우리 차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습니다.

대한민국 80~90% 사람들은 커피와 홍차 등을 마십니다. 우리 전통차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한두 분만이라도 우리 차를 마셔줘도 일자리 창출이 생길 텐데 걱정입니다.

앞으로 제가 할 일이 있다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우리 꽃차의 우수성을 알려서 '꽃차는 한국, 한국 하면 꽃차'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더는 관망할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곁에는 열정 가득한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는 한, 저는 우리 꽃차의 우수성이 해외에서도 반드시 인정받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일본에서 가영당을 찾은 손님
ⓒ 김병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투데이와 충남도청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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