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연이 담긴 꽃차... 저는 꽃차 전도사입니다
한국예술문화명인진흥회는 우리 조상의 유·무형 전통예술문화를 유지·발전시키고 명인들이 쌓아온 가치를 사회 자산으로 공유하기 위해 설립됐다. 현재 전국에 약 400명의 명인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는데 그중 충청지회 명인은 21인이다. 이 연재는 충청 지역에 흩어져 있는 명인 21인의 인터뷰다.
그들의 지난했던 삶을 조명함으로써 미래를 잇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되고자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소개한다. 꽃차 분야 김병희 명인을 지난 16일 만났다. <기자말>
[최미향 기자]
|
▲ 꽃차 부문 김병희 명인 |
ⓒ 최차열 |
찌는 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한바탕 장마가 지나고 나면
나는 그곳을 향해 달려가야 했다
함초로이 피어 도도히 뽐내고 있는 하늘 말라리 꽃.
그대를 만나야 나는 추수릴 수 있었고
가을이면 마타리가 그리웠다
그토록 고혹적인 들국화 내음과 쑥부쟁이꽃
바위틈에 하늘거리는 단아한 구절초는
또한 커다란 속삭임이었다
이렇듯 내게 다가온 무수한 우리의 꽃들이
어느 날 소중한 인연으로 다가와
꽃차를 탄생시켰다
꽃차를 만나게 된 것은
어쩜 나의 가장 큰 행운이자 탁월한 선택이었으리라
|
▲ 김병희 명인이 운영중인 청주 청원군에 위치한 '가영당' 한옥 야외에 차려진 꽃차찻자리 |
ⓒ 김병희 |
꽃차는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눈으로 마시고 달큰한 향을 코로 흠향(歆香)한 후, 혀로 음미합니다.
|
▲ 꽃차 부문 김병희 명인 |
ⓒ 김병희 |
무공해 꽃차, 말만 들어도 건강해지지 않습니까. 마시면 내 몸이 먼저 반기지요. 아무런 첨가물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계절 꽃을 모아, 향기로운 꽃차를 만드는 과정은 제게 색다른 삶의 기쁨입니다.
|
▲ 김병희 명인의 고운 손길에서 탄생되는 말차 |
ⓒ 김병희 |
사실, 모든 꽃으로 꽃차를 다 만들 수는 없습니다. 독성이 있는 꽃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니 검증되지 않은 꽃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또한, 모든 꽃은 적절한 법제(法製)를 거쳐야 비로소 진정한 꽃차로 거듭납니다. 이런 것들을 늘 염두에 두면서 향과 색 그리고 맛을 살리는 꽃차를 만드십시오. 물론 독을 다스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 가영당 들차회 |
ⓒ 김병희 |
20대에 피아노를 가르치던 제가 우연히 녹차의 한 종류였던 우전차를 마시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향을 잊을 수 없어 차(茶) 공부를 시작했고, 당시 레슨방에는 차 테이블이 놓일 정도로 차사랑에 빠졌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30년이 훌쩍 넘도록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꽃을 연구하고, 다양한 꽃차를 만들며, 선조들이 즐겼던 차를 개발했습니다. 그 중 '선비사군자 차'와 '버섯 차'는 특허출원까지 받았습니다.
선비사군자 차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차이기에 특허를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차는 한국인의 정신이 새겨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 가영당을 배경으로 일본 문화사절단 방문 기념촬영 |
ⓒ 김병희 |
가영당은 '아름다움이 가득 찬 집'이라는 뜻입니다. 웅장함과 멋이 살아 숨 쉬는 전통 건축양식으로, 옛 궁이나 사찰에서만 사용하던 겹처마와 원형기둥, 우물천장 양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
▲ 일본 문화사절단 방문 한국꽃차와 일본말차 교류 |
ⓒ 김병희 |
|
▲ 가영당에서 꽃차를 준비하는 김병희 명인 |
ⓒ 김병희 |
또, 당시 대통령님께 한국 꽃차를 비롯한 우리 차의 우수성에 대해 말씀드리며 "우리 차로 대접하는 문화가 깊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
▲ 일본에서 오신 분들에게 한국의 꽃차를 설명하고 있는 김병희 명인 |
ⓒ 김병희 |
돌이켜보면, 전공보다 차 문화에 빠졌던 저였습니다. 더 깊이 있는 학문을 배우기 위해 '차(茶)과'에 편입하여 '우리 차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습니다.
대한민국 80~90% 사람들은 커피와 홍차 등을 마십니다. 우리 전통차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한두 분만이라도 우리 차를 마셔줘도 일자리 창출이 생길 텐데 걱정입니다.
앞으로 제가 할 일이 있다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우리 꽃차의 우수성을 알려서 '꽃차는 한국, 한국 하면 꽃차'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더는 관망할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 일본에서 가영당을 찾은 손님 |
ⓒ 김병희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투데이와 충남도청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거리로 나선 변호사들 "헌법재판소 선고 지연, 그 자체로 부정의"
- [이충재 칼럼] 헌재 '늑장 선고', 윤석열만 웃는다
- [단독] 윤 탄핵 선고 앞둔 경찰, '민주노총 조끼' 입은 시위대 상대로 훈련?
- 일본 음식이 짠 이유, 알고 나니 이해가 가네
- '우격다짐 간담회'... 최민호 세종시장이 부끄럽다
- 드라마 속 관식이를 보다가 돈다발을 준비했다
- 민주노총 "26일까지 선고일 발표 안 하면 27일 전 국민 멈춤의 날"
-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우리들의 놀이동산
- '세부 전술 실종' 홍명보호, 오만과 무승부... 선두는 유지
- [손병관의 뉴스프레소] 경찰에 "한국말 해 보라"고 시키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