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감독 '최초' 신화 쓴 BNK... 사상 첫 챔프전 우승
[양형석 기자]
BNK가 우리은행의 3연패를 저지하며 WKBL의 새로운 왕좌에 올랐다.
박정은 감독이 이끄는 BNK 썸은 20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우리 WON과의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55-54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2년 전 챔프전에서 우리은행에게 3연패를 당하며 우승의 문턱에서 물러났던 BNK는 2년 만에 다시 만난 우리은행에게 3연승을 거두며 완벽한 설욕과 함께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BNK는 이이지마 사키가 14득점4리바운드로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고 주장 박혜진은 경기 종료 19초를 남기고 짜릿한 역전 결승 3점포를 터트리며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 플레이오프부터 주전 5명이 사실상 풀타임을 소화했던 BNK의 창단 첫 챔프전 MVP는 챔프전 3경기에서 12.7득점2.0리바운드6.3어시스트3점슛 성공률36.8%(7/19)를 기록한 포인트가드 안혜지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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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K는 우리은행의 챔프전 3연패 도전을 저지하고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
ⓒ 한국여자농구연맹 |
그렇게 여자프로농구가 20년 만에 다시 5개 구단 체제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지만, 2019년 4월 BNK금융지주에서 해체 위기였던 WKBL 위탁구단 OK저축은행 읏샷 선수들을 주축으로 BNK 썸을 창단했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부산을 연고로 했던 WK리그의 부산 상무(현 문경 상무)에 이어 부산 연고의 두 번째 여성 구기종목 구단이 된 BNK는 초대감독으로 국가대표 파워포워드였던 유영주 감독을 선임했다.
하지만 금호생명 시절부터 에이스로 활약하던 이경은(신한은행 에스버드)이 떠나고 진안(하나은행)·안혜·이소희 등 핵심 유망주들이 단기간에 주축으로 성장하지 못하면서 BNK는 금방 한계를 드러냈다. 창단 첫 시즌 10승17패로 6개 구단 중 5위를 기록한 BNK는 외국인 선수 제도가 없어진 2020-2021 시즌 5승25패로 최하위에 머물면서 금호생명 시절과 비교해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2020-2021 시즌이 끝나고 유영주 감독이 물러난 BNK는 경험 많고 노련한 남자감독이 부임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삼성생명 블루밍스에서만 20년 넘게 선수와 코치로 활약한 박정은 감독을 선임했다. 박정은 감독은 2016년까지 삼성생명의 수석코치로 있다가 5년 만에 현장으로 복귀했는데, 우려와 달리 부임 첫 시즌부터 정규리그 4위(12승18패)를 기록하며 BNK의 창단 첫 봄 농구 진출을 이끌었다.
2022-2023 시즌에는 WKBL 최고의 센터 박지수(갈라타사라이 SK)가 공황장애 후유증과 손가락 부상으로 9경기 출전에 그치면서 KB스타즈의 순위가 추락했다. 이는 BNK에게 호재가 됐고 BNK는 2022-2023 시즌 창단 첫 챔프전 진출의 쾌거를 달성했다. 비록 챔프전에서는 김단비가 가세한 우리은행에게 3연패를 당했지만 BNK는 박정은 감독 부임 이후 매 시즌 꾸준히 성적이 향상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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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은 감독은 WKBL 역대 최초로 팀을 우승으로 이끈 여성 감독이 됐다. |
ⓒ BNK 썸 |
하지만 지난 시즌이 끝나고 KB의 박지수와 우리은행의 박지현(아줄마리노 마요르카 팔마)이 해외리그에 진출하면서 각 구단의 전력은 평준화 됐고 BNK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FA시장에서 베테랑 김소니아와 박혜진을 영입해 전력을 강화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주전센터 진안이 팀을 떠났지만 결과적으로 BNK의 투자는 팀에 부족했던 '경험'을 채워준 맞춤 영입이 됐다.
시즌 초반부터 선두를 질주한 BNK는 마지막 10경기에서 4승6패로 주춤하면서 정규리그 우승을 우리은행에게 내줬다. 그러나 BNK는 플레이오프에서 박정은 감독의 '친정' 삼성생명을 꺾고챔프전에서 우리은행과 재회했다. 그리고 BNK는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을 치르며 지친 우리은행을 몰아 붙이면서 내리 3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1차전 1쿼터 5-18의 열세를 53-47로 뒤집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옥자·조혜진·유영주 감독에 이어 WKBL 역사상 4번째 여성 감독인 박정은 감독은 WKBL 최초로 팀의 우승을 이끈 여성 지도자가 됐다. 프로 스포츠 전체에서도 V리그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박미희 감독(KBS N 스포츠 해설위원)에 이은 두 번째 우승이었다. "앞으로 여자농구에 여성 지도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던 박정은 감독이 우승을 통해 여성 지도자의 능력을 증명한 셈이다.
반면에 4연속 챔프전에 진출해 3연속 우승을 노렸던 우리은행은 챔프전에서 BNK의 기세에 밀려 3연패를 당하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우리은행으로서는 안방에서 열린 1, 2차전 연패가 치명적이었다. 우리은행의 에이스 김단비는 챔프전 3경기에서 20.67득점12리바운드3.67어시스트로 맹활약했지만 역시 농구는 아무리 걸출한 스타라도 혼자의 힘으로 우승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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