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전술 실종' 홍명보호, 오만과 무승부... 선두는 유지
[박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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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7차전 대한민국과 오만의 경기에서 홍명보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은 20일 오후 8시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오만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B조 7차전에서 1-1 무승부에 그쳤다.
한국은 4승 3무(승점 15)을 기록하며 B조 1위를 지켜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90분 내내 답답한 경기력...황희찬 선제골 지키지 못했다
홍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조현우가 골문을 지키고, 포백은 설영우-조유민-권경원-이태석으로 구성됐다. 미드필드는 백승호-박용우, 2선은 황희찬-이재성-손흥민이 포진했으며, 원톱은 주민규가 맡았다.
한국은 점유율에서 크게 압도하며 경기를 지배했지만 오만의 내려 앉은 수비진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오만은 파이브백으로 로우 블록을 형성해 한국의 1, 2선 공격진을 막아냈다.
전반 14분 중원에서 최전방으로 원터치 패스로 박스 부근까지 접근했지만 황희찬의 마지막 슈팅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한국은 공 소유권을 내줄 때 빠르게 압박으로 전환하며 탈취하는 과정은 좋았지만 상대 진영에서의 세밀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 줄곧 패스 미스를 범하며 공격의 맥이 자주 끊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상 변수마저 발생했다. 백승호가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전반 38분 이강인이 교체 투입됐다.
이강인의 가세로 미드필드와 공격진의 배치가 대폭 바뀌었다. 2선은 황희찬-손흥민-이재성, 3선은 박용우-이강인이 포진하는 형태였다.
오만은 전반 37분 압둘라흐만 알무샤이프의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을 노렸으나 조현우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양 팀 통틀어 첫 번째 슈팅이었다.
하이강인을 3선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파격적인 선택이 통했다. 전반 41분에서야 나온 첫 번째 슈팅이 선제골로 연결됐다. 중원에서 이강인이 수비진 사이를 겨냥해 스루 패스를 찔러넣었고, 쇄도하던 황희찬이 절묘한 터치에 이은 왼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전반 추가 시간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손흥민이 직접 프리킥을 시도한 슈팅은 골키퍼에게 막혔다. 전반은 한국의 1-0 리드로 종료됐다.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주민규 대신 오세훈을 교체 투입했다. 오세훈은 곧바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후반 1분 만에 설영우의 크로스에 이은 오세훈의 헤더가 골키퍼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후반 4분에는 손흥민이 오른쪽 박스 바깥 지점에서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날렸지만 골문 왼편으로 벗어났다. 후반 17분에는 황희찬이 빠지고, 배준호가 들어갔다.
후반 26분 이강인의 횡패스를 받은 이태석의 중거리 슈팅은 골문 위로 크게 떠올랐다. 한국은 줄곧 주도권을 쥐어가며 경기를 컨트롤했다. 중원에서 이강인이 정확도 높은 전진 패스를 넣으며 전체적인 팀 경기력의 상승 효과를 가져왔다.
후반 30분 이후 오만이 공격의 비중을 높였고, 후반 35분 동점골을 터뜨렸다. 수비 진영에서 안일하게 패스를 하는 과정에서 공을 빼앗겼다. 무센 알 가사니의 패스를 받은 알리 알 부사이디가 왼발 중거리 슈팅을 성공시켰다.
후반 40분 이강인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양현준이 들어갔다. 이태석 대신 오현규가 들어가면서 공격적인 승부수를 던진 홍 감독이었다. 설영우를 왼쪽 풀백으로 돌리고, 양현준이 오른쪽 풀백에 포진했다. 전방에는 오세훈-오현규 투톱이 가동됐다.
그럼에도 소득은 없었다. 오만의 수비를 뚫지 못한 한국은 승점 1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내용·결과 모두 잡지 못한 졸전
지난해 7월 감독 선임 불공정성 논란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홍명보호가 새롭게 출범했지만 이번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에서는 비교적 순항했다. 오만전을 앞두고 한국은 6경기에서 4승 2무(승점 14)로 1위에 나선 바 있다.
한국은 이번 3차예선에서 오만과 두 번째 격돌이었다. 지난해 9월 오만 원정에서는 3-1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첫 경기 팔레스타인전에서 무승부로 불안한 스타트를 끊은 한국은 오만전 승리를 시작으로 4연승을 내달릴 수 있었다.
한국은 이번 3월 2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할 경우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조 1,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직행을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주전 센터백 김민재의 이탈이 뼈아팠다. 홍명보호 체제에서 김민재는 6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뛸 만큼 수비에서 핵심이었다. 김민재가 빠진 채 처음 가동하는 수비 라인이라는 점에서 불안요소가 존재했다. 김민재의 자리는 권경원이 대신했다.
또, 3개월 만에 부상에서 돌아온 황인범은 대표팀에 차출됐으나 명단에서 제외됐다. 황인범을 대신해 백승호가 선발 출전했다. 이강인은 이틀 전 늦은 대표팀 합류로 인해 벤치에서 시작했다.
전반전은 졸전의 연속이었다. 슈팅수가 2개에 불과했다. 백승호와 박용우의 새로운 조합은 엇박자를 드러냈고, 2선 공격진들도 둔탁한 몸놀림을 보였다.
오히려 백승호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그 자리를 채운 이강인의 가세로 볼 순환이 살아났고, 황희찬의 왼쪽 이동 또한 주효했다. 이강인과 황희찬이 선제골을 합작하면서 답답한 혈이 뚫렸다.
이강인과 황희찬은 올 시즌 각각 소속팀의 주전 경쟁에서 밀린 상황이다. 아무래도 최상의 컨디션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이강인은 창의성을 불어넣으며 경기 흐름을 바꿨고, 황희찬은 선제 결승골을 터뜨려 자기 몫을 충분히 했다.
한국은 선제골을 넣은 시점부터 후반 초중반까지 비교적 경기 흐름이 올라오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후반 중반을 넘어서며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졌고, 오만의 공세를 제어하지 못한 채 35분 동점골을 허용했다.
내용도 결과도 챙기지 못한 최악의 졸전이었다. 지난 팔레스타인과의 6차전에 이은 2연속 무승부다.
오만전을 마친 한국은 오는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요르단과 8차전을 치른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7차전]
(고양종합운동장, 한국 고양 - 2025년 3월 20일)
한국 1 - 황희찬(도움:이강인) 41'
오만 1 - 알 부사이디(도움:알 가사니) 80'
선수명단
한국 4-2-3-1 : GK 조현우 - 설영우, 조유민, 권경원, 이태석(85'오현규) - 백승호(38'이강인, 85'양현준), 박용우 - 황희찬(62'배준호), 이재성, 손흥민 - 주민규(46'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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