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한국교회의 우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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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린스턴대의 역사학 교수인 일레인 패이글스는 '사탄의 기원(The Origin of Satan)'에서 흥미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2025년의 정치적 격변 속에서 한국교회의 많은 신자들이 포용과 화해의 자세를 잃고, 오히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을 '사탄'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훗날 역사가들에 의해 한국교회 역사를 평가받을 때 기독교인들이 주장했던 사탄은 결국 그저 타인, 즉 '우리 편이 아닌 자'에 불과했다는 비판만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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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린스턴대의 역사학 교수인 일레인 패이글스는 ‘사탄의 기원(The Origin of Satan)’에서 흥미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초창기 기독교인들이 유대교의 사탄 개념을 받아들여 자신들과 신념이 다른 유대인들을 악마의 동조자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패이글스는 사탄이란 단순히 영적 존재가 아니라 자신과 다른 집단을 배척하는 도구로 사용됐다고 봤다. 즉 사탄이라는 개념이 타인을 ‘우리 편이 아닌 자’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수단이 돼 왔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기독교인들의 이런 배타적 태도는 반복됐다. 자신들의 신념과 어긋나는 이들을 쉽게 ‘사탄’으로 몰아갔다. 그 결과 아무런 성서적 근거 없이 백인들이 흑인을 악마화했던 인종 차별의 역사도, 교회 내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정죄하는 행태도 정당화될 수 있었다.
정신의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스콧 펙은 ‘거짓말하는 사람들(People of the Lie)’에서 “악마를 찾기 위한 최적의 장소는 교회”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한다. 겉으로는 사랑과 선함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과 다른 이들을 배척하는 공동체가 되기 쉽다는 의미다.
요즘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기독교인들의 집회를 보면 패이글스와 펙의 분석이 단순히 학구적 주장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2025년의 정치적 격변 속에서 한국교회의 많은 신자들이 포용과 화해의 자세를 잃고, 오히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을 ‘사탄’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물론 이런 광장의 집회가 모든 기독교인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극우 개신교에서 빠져나온 이들을 회복시키는 사역을 하고 있는 김디모데 목사는 한국교회 신자의 대략 80%가 우경화된 신앙관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굳이 광장에서 “아멘”을 외치지 않더라도 세계관의 측면에서 이미 많은 신자들이 극우적 시각을 내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교회는 세상을 ‘하나님의 백성’과 ‘사탄의 무리’로 구분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공산주의에 대한 극단적 거부감이 뿌리 깊다. 심지어 교회를 선택할 때도 “저 목사는 좌파인가, 우파인가?”라고 따져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북한과의 평화를 이야기하면 ‘종북’ 딱지가 붙고, 정부의 복지 정책을 긍정하면 ‘좌파’로 몰린다. 이런 태도가 과연 성서적인가.
성경 어디에도 하나님이 세상의 평화를 포기하셨다는 기록은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예수는 배제와 정죄가 아니라 포용과 화해의 길을 걸으셨다. 하나님은 인간의 죄성을 끌어안기 위해 직접 이 땅에 오셨고, 십자가에서 그 사랑을 실천하셨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교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공정을 말하면 ‘빨갱이’로 몰리고, 갈등을 조장하면 ‘신앙의 전사’로 추앙받는다. 공산주의는 더 이상 우리 한국 사회를 위협하는 실체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교회에서는 ‘북한과 중국을 따르는 세력이 한국 사회를 잠식하고 있다’는 낡은 이념적 공포를 설교한다. 이는 복음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왜곡된 신앙관이다.
2025년은 한국 개신교 선교 140주년이 되는 해다. 이 시점에서 기독교 지도자들은 깊은 자기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가 따르는 예수는 분명 ‘평화의 왕’이었다.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라도 평화의 왕 예수를 ‘배제’의 정치적 도구로 삼아선 안 된다. 이제 140년 역사의 한국교회는 진정 평화의 모판이 되어야 한다. 훗날 역사가들에 의해 한국교회 역사를 평가받을 때 기독교인들이 주장했던 사탄은 결국 그저 타인, 즉 ‘우리 편이 아닌 자’에 불과했다는 비판만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권수영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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