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딩'에 고전... 여자 컬링 대표팀, 스웨덴에 석패

박장식 2025. 3. 2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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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달라진 '컬' 적응에 어려움... 세계선수권 준결승 직행 불씨 남았다

[박장식 기자]

 20일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5 LGT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 스웨덴전에서 선수들이 스톤 상황을 보며 논의하고 있다.
ⓒ 박장식
16년 만에 홈에서 치러지는 세계선수권에 나서는 여자 컬링 대표팀이 전날 밤 이루어진 샌딩으로 인한 라인 변화에 고전했다.

20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5 LGT 세계 여자컬링선수권대회 라운드 로빈에 출전한 여자 컬링 대표팀 경기도청 '5G'가 스웨덴의 '팀 안나 하셀보리'를 상대해 5대 7로 아쉽게 패배했다. 첫 엔드부터 탐색전 대신 상대에 두 점을 허용하는 등 라인 변화에 따른 난조가 드러난 경기였다.

그럼에도 같은 날 펼쳐진 스위스 '팀 실바나 티린초니'와 캐나다 '팀 레이첼 호먼'의 용호상박이 연장전 끝 캐나다의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사실상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한국이 2위로 준결승에 직행할 수 있는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김민지는 "플레이오프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감 먼저 찾은 스웨덴이 웃었다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5 LGT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에서 아이스메이커들이 아이스의 수평을 맞추고 있다.
ⓒ 박장식
김은지·김민지·김수지·설예은·설예지로 구성된 여자 컬링 대표팀은 첫 경기를 치렀다. 상대는 스웨덴의 베테랑 '팀 안나 하셀보리'. 적응력이 빠른 상대 선수이기에 경계심 역시 컸다.

이날 경기에 적응력이 필요한 이유는 지난 19일 밤 공식 연습이 끝난 후 스톤을 샌딩하는, 이른바 사포질을 해 마찰력을 높이는 절차 때문이다. 스톤의 마찰력을 높이는 이유는 대회 경기를 치르다 보면 점점 '컬'이 먹지 않는, 즉 휘어져 들어가지 않는 얼음 상태가 된다. 이런 상태를 '뻗는 얼음'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이렇게 뻗는 얼음이 되는 이유는 아이스가 스톤이 굴러가는 힘이나 스위핑으로 인해 평평한 상태를 잃기 때문이다. 대회 기간에는 아이스 겉을 긁어내 수평을 맞추곤 하지만, 한 경기마다 160번이 넘게 20kg이 넘는 스톤이 굴러가고, 선수들이 무게를 실어 스위핑하니 아이스를 긁어내는 정도로 버텨낼 재간이 없다.

수평을 맞추기 위해서는 충분한 물을 뿌려 다시 얼리는 것이 좋지만, 국제대회 기간에는 이를 위한 시간을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올림픽을 비롯해 세계선수권, 아시안 게임 등 국제 대회 기간에는 스톤의 마찰력을 높여 이른바 '컬'이 원활하게 들어가게 하는 절차를 만든다.

매 대회 겪는 샌딩이라지만, 유독 이날은 전날까지의 라인 감각에 적응되었던 선수들에게 꽤나 도전적인 환경이었다. 스톤이 평소보다 더욱 컬이 잘 먹게 느껴지니 고려할 점도, 라인을 잡는 정도 역시 달라져야 하기 때문. 실제로 이날 투구 감각에는 스웨덴이 더욱 적응된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첫 엔드부터 스웨덴이 2점을 따내면서 경기가 불안하게 시작되었다. 보통 첫 엔드는 실력차가 크지 않은 팀끼리의 대결인 경우 한 점 득점 내지는 블랭크 엔드로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날 첫 엔드는 한국이 테이크 감각에서의 아쉬움을 드러내며 상대에 2점을 내주고 말았다.

한국 역시 2엔드 한 점을 따라간 뒤 이어지는 4엔드 두 점을 기록하면서 3대 3으로 팽팽한 경기가 이어졌지만, 5엔드 상대에 두 점을 내준 대표팀이 이후 엔드에서 2점 이상의 점수를 얻어내지 못하면서 경기가 쉽지 않게 흘러갔다.

특히 6엔드에는 상대 스톤 하나만을 쳐낸 뒤 하우스에 멈추는 히트 앤 스테이에 성공하면 2점을 가져갈 수 있었던 상황, 투구 감각에서의 난조를 보이며 자신들의 스톤까지 빠져나가면서 아쉬운 1득점에 그치기도 했다. 결국 마지막 엔드에서 한 점 차 상황 스틸을 만들지 못한 대표팀이 5대 7로 패배했다.

"의식하지 않고 잘 치르겠다"
 20일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5 LGT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 스웨덴전에서 선수들이 스톤을 스위핑하고 있다.
ⓒ 박장식
대한민국은 이날 패배로 캐나다·스웨덴 등 경쟁 팀과 같은 승률로 묶여 준결승 직행에 먹구름이 끼는 듯했다. 하지만 스웨덴전과 같은 세션 펼쳐진 캐나다와 스위스, 투어 랭킹 1·2위의 맞대결에서 연장전 끝 캐나다가 승리를 거뒀다. 그렇게 한국에 준결승 직행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스위스와 대한민국이 남은 경기 모두 승리를 거두면 두 국가가 1·2위를 차례로 차지할 수 있다. 1·2위 팀에는 3위부터 6위까지의 플레이오프 진출 선수들이 치러야 하는 단판의 6강 플레이오프가 없어 더욱 수월하게 결승 대비가 가능하다.

특히 스위스는 한국과 동률로 묶인 스웨덴을 꺾어야 1위 자리를 수성할 수 있기에 다음 날 경기에서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에게는 유력한 2위 수성의 길이 남은 셈이다.

경기를 마친 후 김민지는 "스웨덴의 '팀 하셀보리'와는 여러 차례 그랜드 슬램에서 맞붙었던 팀이라 의식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계속 쉽게 좋은 점수를 딸 수 있는 상황에서 따지 못한 상황이 아쉬웠고, 세세한 부분을 챙기지 못해 패배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웨이트 감각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스톤에 컬이 많이 생겼고, 떨어지는 정도도 많았어서 (김)은지 언니가 생각이 많지 않았나 싶다"며, "언니께서도 달라진 상황 때문에 이이스 파악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은 경우의 수가 많지만, 김민지는 "의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세 경기를 모두 이기고 2등으로 올라가면 좋겠지만, 일단 우리는 플레이오프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는 김민지는 "여전히 남은 경기 수가 많으니 의식하지 않고 경기 치르겠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19일과 20일 라운드로빈 세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19일 오후 7시에는 리투아니아와 맞붙고, 20일 오전 9시에는 이탈리아와의 경기가 펼쳐진다. 20일 오후 7시에는 미국과의 최종전이 펼쳐진다. 잔여 라운드로빈 경기는 현장 관람이 가능하고, 20일 오전 경기는 JTBC Golf&Sports에서 중계된다. 문의는 인터파크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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