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듀오' 권완규·고종현의 활약과 수원삼성의 믿음 '500번째 빅버드 승리의 비결'

김희준 기자 2025. 3. 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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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현(왼쪽), 권완규(이상 수원삼성).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권완규와 고종현이 센터백 조합을 이뤄 수원삼성에 의미있는 승리를 안겼다. 구단의 믿음이 선수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2라운드를 치른 수원이 서울이랜드에 2-1로 승리했다. 수원의 500번째 홈경기인 이번 맞대결은 당초 이번 주말인 3월 22일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5일 요르단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조별리그 B조 8차전이 잡힘에 따라 평일인 19일로 옮겨졌다.


이날 권완규와 고종현이 센터백 조합을 이뤘다. 두 선수는 올 시즌 초반 수원 팬들에게 아픔을 줬다는 공통점이 있다. 권완규는 지난 2라운드 인천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양 팀이 1명씩 퇴장당한 상황에서 전반 추가시간 김보섭의 스로인을 무리해서 막으려다가 핸드볼 파울을 범해 경고 누적 퇴장을 당했다. 권완규 퇴장 이후 분위기는 급격히 인천 쪽으로 흘렀고, 수원은 0-2로 패했다.


고종현은 수원 유소년 팀인 매탄고 출신으로 지난 시즌 1군에 데뷔해 짧은 시간에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U17 대표팀에서 변성환 감독이 지도했던 경력이 있어 수원에도 무리없이 녹아들었다. 준프로계약이 끝난 이번 겨울에는 수원을 떠나 유럽 이적을 타진했는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수원에 남았다. 고종현은 지난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사과문을 올리고 7일 수원과 프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경기에서 두 선수는 좋은 활약으로 수원의 천적이던 서울이랜드 공격을 성공적으로 틀어막았다. 권완규는 후반 11분 조상준이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오버헤드킥으로 걷어내는 장면 등 특유의 과감한 수비로 서울이랜드 공격을 잘 틀어막았다. 후반 8분에는 자신이 잘 쓰지 않는 왼발로도 정확한 크로스를 올려 김지현의 골대에 맞는 헤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고종현은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과 공격적인 빌드업으로 올 시즌 수원 핵심 센터백으로 거듭날 만한 잠재력이 있음을 증명했다. 왼쪽에서 베테랑 이기제와 함께 경기를 소화했기에 실전 감각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상황에서도 큰 실수 없이 경기를 마쳤다. 전반 36분 상대 역습에도 침착하게 물러서는 수비로 공격을 지연시키고, 공을 뺏은 뒤에는 적절한 기술로 압박을 풀어나가는 장면은 그 잠재력을 요약하는 장면으로 볼 수 있다.


변성환 수원삼성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권완규와 고종현이 빠르게 팀에 녹아든 건 두 선수의 노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구단 차원에서 변함없는 믿음을 줬기 때문이기도 하다. 권완규, 이기제는 직접 변 감독을 찾아가 면담을 진행해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권완규는 퇴장 징계로 인한 B팀 훈련을 마치고 충남아산과 경기부터 다시 선발로 나섰다. 레오가 부상을 당하며 센터백 선수층이 얇아진 때문이기도 하고, 구단도 권완규의 반칙이 향후 출전에 영향을 끼칠 만큼 결정적인 사안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고종현 건도 역시나 구단에서 뛰는 데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만한 건 아니라고 봤다. 당연히 구단은 애지중지 키운 유소년이 팀에서 충분한 1군 경험을 쌓은 뒤에 유럽 진출을 도모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지만, 이적설 자체는 일종의 도의적인 문제일 뿐 고종현의 실책 내지는 잘못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고종현이 프로 계약을 맺고 곧바로 1군 경기를 뛸 수 있었으며, 이번 경기 좋은 활약까지 펼쳤다. 이제는 엄연한 수원 선수로서 경기력으로 수원 팬들의 마음을 돌리는 게 마지막 과제다.


수원 입장에서도 권완규와 고종현의 활약은 반갑다. 수원은 이번 시즌 초반 여러 이유로 센터백 조합을 바꾸며 최적의 듀오를 찾고 있다. 현재 리그 3경기 무승(1무 2패)인 데다 레오의 부상으로 변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권완규와 고종현이 좋은 호흡으로 난적 서울이랜드를 잡아내며 향후 경기 운영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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