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가담' 경찰 수뇌부 첫 재판 "위법성 인식 못해…내란 목적 아냐"

임철영 2025. 3. 2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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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국회를 봉쇄한 혐의로 기소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유사한 혐의로 기소된 다른 전직 경찰 간부들도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으며, 국헌 문란과 내란 목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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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호·김봉식·윤승영·목현태 등 재판 병합…검찰 주장 모두 부인
법원, 검찰에 공소사실 특정 요구…31일부터 증인신문 시작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국회를 봉쇄한 혐의로 기소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유사한 혐의로 기소된 다른 전직 경찰 간부들도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으며, 국헌 문란과 내란 목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지호 경찰청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3.20. 강진형 기자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처장과 김 청장을 포함해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과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조 청장과 김 전 서울청장을 10시, 윤 전 조정관과 목 전 경비대장을 11시에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두 사건을 병합해 진행하기로 했다.

우선 검찰은 공판에서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제3야전사령부 헌병대장 등과 공모해 위헌·위법한 포고령에 따라 헌법기관을 강압해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또 "헌법과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대한민국 전역에 선포하고 무장군인 1600명과 경찰 3790명을 동원해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더불어민주당사 등을 점거하고 출입 통제해 지역의 평안을 해하는 폭동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청장 측은 경찰에게 요구되는 치안 활동을 했고, 내란에 가담한 게 아닌 범죄의 실행을 막아낸 것이라면서 검찰의 주장을 모두 부인했다. 조 청장 측은 "평시와 마찬가지로 치안 임무를 수행한 것에 불과해 국헌문란과 내란의 목적이 없었다"면서 "포고령 발표 이후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국회 통제를 강화한 것이지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김 전 청장 측도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면서 폭동이 있었던 점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윤 전 조정관과 목 전 경비대장 측은 경찰 본연의 업무를 수행했을 뿐 체제 전복이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생각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윤 전 조정관 측은 "초유의 상황과 제한적인 정보 아래에서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신속 보고와 처리라는 본연의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면서 "대한민국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업무를 했다"고 말했다. 목 전 경비대장 측도 "비상계엄을 집에서 접했으며 연락을 받고 국회로 복귀했을 정도로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양측의 첫 진술을 들은 재판부는 검찰에 변호인 의견서를 확인한 이후 공소사실에서 '순차 공모'가 무엇인지, '내란 중요임무'가 무엇인지를 특정해 구체적으로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오는 31일 2회 공판에서는 조 청장과 김 전 서울청장 사건과 윤 전 조정관과 목 전 경비대장 사건을 분리해 곧장 증인신문에 들어갈 계획이다. 다만 이들의 재판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 봉쇄, 주요 인사 체포조 편성 등 유사한 혐의로 기소돼 앞으로 재판이 병합될 가능성이 있다.

조 전 청장은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계엄 당시 경찰병력을 동원해 국회와 선관위 시설을 봉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전 조정관은 이현일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으로부터 방첩사의 체포 시도와 체포조 편성을 위한 지원 요청을 받고 조 청장에게 보고해 승인과 지시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목 전 경비대장은 국회 경비 책임자로 두 차례에 걸쳐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민간인의 국회 출입을 막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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