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시놉시스-앤시스 인수 '자산 일부 매각' 조건부 승인
'수평결합' 3개 시장에서 경쟁 제한 우려
결합일 6개월 이내 관련 자산 매각해야
'기업결합 시정방안 제출제도' 최초 사례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시놉시스가 앤시스의 주식 전부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단, 시놉시스와 앤시스는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일부 시장 관련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공정위는 20일 시놉시스와 앤시스의 기업결합에 대해 자산 일부를 매각하는 것을 조건으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시놉시스와 앤시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업체로 양 사 모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사업자들에 반도체칩 또는 빛을 이용하는 다양한 제품을 설계하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시놉시스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대상으로 반도체 칩을 이루는 표준화된 구성요소인 설계 IP(Intellectual Property)를 공급하고 있다.
공정위는 반도체 칩 설계 과정 중 하나인 ▲레지스터 전송 수준 전력 소비 분석을 위한 소프트웨어 ▲광학 제품 설계를 위한 소프트웨어 ▲포토닉스 제품 설계를 위한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될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심사했다.
세 시장은 시놉시스와 앤시스의 사업 영역이 중첩돼, 이른바 수평결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 이후 시놉시스와 앤시스가 3개 시장에서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인 가격 인상, 거래조건의 불리한 변경 등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높다고 판단했다.
이번 기업결합 이후 세 시장에서 시놉시스와 앤시스의 합산 점유율은 과반을 넘게 돼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게 되는 점이 고려됐다.
종전에 시놉시스와 앤시스 사이의 직접적인 경쟁이 사라지고 이들로부터 제품을 구매하던 고객사들이 종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신규 경쟁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점도 감안됐다.
공정위는 이외에도 이번 기업결합으로 혼합결합이 발생하는 시장에서 시놉시스와 앤시스가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의 현실성을 검토했으나 해당 부분에서는 경쟁제한 우려는 없다고 판단했다.
시놉시스의 설계IP와 앤시스의 반도체 칩 설계 소프트웨어를 결합판매하거나 경쟁사 제품과 상호운용되지 않도록 해 자사 반도칩 설계 소프트웨어만을 선택하도록 하는 등의 전략을 실제로 택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시놉시스와 앤시스가 경쟁사업자 배제 전략을 펼칠 유인이나 능력이 없고, 실제로 전략을 실행해도 경쟁사업자 배제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수평결합에 따른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시놉시스와 앤시스의 관련 자산을 매각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레지스터 전송 수준 전력 소비 분석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앤시스와 그 계열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관련 자산 일체를 매각해야 한다.
광학 소프트웨어와 포토닉스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시놉시스와 그 계열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관련 자산 일체가 매각 대상이다.
이병건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시놉시스와 앤시스의 자산 매각을 통해 반도체 칩과 광학 및 포토닉스 제품 설계를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시장의 경쟁을 보호한 것"이라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칩 사업자 등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했다"고 평가했다.
자산 매각이 지연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기업결합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매각을 완료해야 하는데, 매각이 지연되는 경우 기간을 연장해줄 수 있다"며 "경쟁제한 우려가 해소되도록 매각 이행을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조치는 지난해 8월 도입된 '기업결합 시정방안 제출제도'를 최초로 활용한 사례다.
이는 기업결합 당사자인 기업에게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방안을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로, 시장 상황을 더욱 잘 파악하고 있는 기업 스스로가 경쟁제한 우려를 지울 수 있도록 한다.
공정위는 시놉시스와 앤시스가 제출한 자산 매각 내용 등의 시정방안을 바탕으로 경쟁사 및 고객사 의견청취를 거쳐 자산매각 조치의 구체적 내용을 확정했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 과정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전자 등 국내 사업자 12곳과 애플·구글·퀄컴 등 해외 사업자 15곳의 의견을 청취했다.
또 관련 전문가들의 기술적 자문을 받는 한편, 이번 기업결합이 국제기업결합임을 감안해 미국·유럽연합(EU)·영국 등 해외 경쟁당국과도 긴밀하게 협력해 심사를 진행했다.
이 국장은 "아직 미국에서는 심사가 진행 중이지만 다양한 수단을 통해 소통하는 과정이 있었다"며 "국내외 사업자에 대해 차별없이 적용되는 국내 규범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통상 이슈가 제기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yeo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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