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건 헌법재판소에 달려 있다

유정렬 2025. 3. 2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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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렬 기자]

올해는 유난히 봄이 더디 오는 듯하다. 최근 날씨를 보면 더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마치 하늘의 신이 변덕이라도 부리는 듯, 봄이 올 듯 말 듯 밀당하고 있다.

비단, 느낌만이 그런 게 아니다. 실제 최근 한 달간 날씨만 살펴봐도 그렇다. 2월 말부터 낮 기온이 영상 10도를 웃돌았다. 3월에 들어서자마자 최저기온 역시 영상을 기록했다.

일교차가 심해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낮에 부는 바람은 제법 따뜻해졌다. 드디어 봄이 왔구나 하는 마음에 셀렜다. 하지만 그것도 며칠 뿐이었다. 3월 둘째 주부터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추워졌다. 지난주였던 셋째 주에는 또다시 기온이 바짝 올라 15도를 훌쩍 뛰어넘기도 했다.

이번 주 들어서자 다시 온도는 하락했다. 무슨 봄과 겨울이 격주 근무라도 하는 건지. 다행인 건 오늘부터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려는지 따뜻해지기 시작했다는 거다. 오락가락 날씨에 제일 곤욕은 옷차림이다. 외출 시 철저하게 날씨를 확인하지 않으면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때다.
 3월 날씨 현황
ⓒ 웨더아이
조금 과장을 보태 말하면 겨울은 아직 끈질기게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봄은 어떻게든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려 하지만 쉽지 않은 듯하다. 신기한 건, 엎치락뒤치락하는 지금의 날씨가 우리네 마음속 온도와도 꽤 닮아 있다는 점이다. 현재 헌법재판소를 향한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과 거의 비슷한가.

'이번 주에는 탄핵 결과가 확실히 나올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봄이 온 듯 설레다가도 끝내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하고 한 주가 가버리곤 한다. 허탈한 마음에 맞이하는 주말은 다시 한겨울을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이렇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전체가 봄과 겨울을 왔다 갔다 한 게 벌써 몇 번째인지 이젠 세어 보기도 귀찮다.

지난주에도 선고기일이 나올 거라는 예상이 대세였다. 하지만 끝내 헌재는 침묵했다. 그렇게 이번 주가 되자 도대체 헌재의 선고가 왜 이리 늦어지는 것인지 탄핵을 찬성하는 국민들에게서 불평이 쏟아졌다.

빨리 선고를 해야 국민들도 한시름 놓을 텐데 말이다. 게다가 지난번 법기술자들이 다시 한 번 장난을 쳐서 윤석열을 석방해 주는 대참사 돌풍을 일으킨 바람에 불안감은 12월 3일 계엄 당일 이후, 가장 커지고 있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보통 선고 2~3일 전에 알려주는 게 기존의 전례였다. 이 말인즉슨 수요일 정도에는 반드시 선고 기일 발표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어제 19일(수요일)에도 선고 기일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사실상 이번 주도 탄핵 결과를 듣는 건 물 건너 간 셈이다.

물론, 지금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의 대립이 극한을 이루는 형국인지라 폭동을 우려해 하루 전 깜짝 발표할 거라는 예상도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 역시 지난주와 지지난주에도 들었던 이야기다. 더 두고 봐야 할 일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사안이 중대하고 국민 분열이 심각한 만큼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하기 위해서라도 급히 하루 전에 발표할 가능성이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답답한 건 기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보다 더 오래 걸릴만한 일인가 하는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헌법 위반, 법 위반이 명백한 사안인데 말이다. 이게 이렇게 길어질 일인가. 늦춰질수록 헌법재판관들도 혹시 자신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가 급한 이유는 단순히 윤석열이라는 한 인물을 끌어내리는 목적만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건 시작일 뿐이고, 그동안 그가 자신의 카르텔을 공고히 하느라 망쳐 놓은 국정 운영을 하루라도 빨리 회복시키는 게 무척 급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검찰 그리고 국민의 힘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윤석열과 관련된 자들에 대한 자들을 철저히 색출해 수사를 엄중히 진행해야 한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다. 어지럽혀진 것들을 제 자리에 돌려놓고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는데 모든 시간과 노력을 집중해야만 한다.

헌재의 탄핵 선고가 더는 늦어지면 안 된다. 어떻게 세워온 대한민국인가?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것도 모자라 시간을 거꾸로 돌려 무능한 왕정 시대로의 회귀를 꿈꾸는 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자꾸 혹독한 겨울로 계절을 되돌리려는 무리수는 두지 말라고 말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반드시 봄은 오고 있다고.

날씨의 변덕은 곧 끝날 것이다. 완연한 계절의 봄이 도래한다는 말이다. 자연의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듯이 많은 국민들의 염원이 담긴 이 땅의 민주주의의 봄 또한 오는 것을 어느 누구도 절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자연이 부리는 계절의 변덕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선고 기일을 정함은 오로지 헌법 재판관들의 손에 달려있다. 무엇 때문인지 무엇을 눈치 보느라 그러는지 알 수는 없다. 겨울이 지나갔음을 받아들이시길. 순리대로 어서 할 일을 하셔라. 그래야 우리가 기다리는 진정한 봄이 온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와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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