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나 걸리는 건 내란죄 철회"...'尹 각하설' 진앙지는 김용민
최근 여권이 밀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각하론’의 핵심 근거는 탄핵소추인 국회 측의 내란죄 철회다. 19일 익명을 원한 국회 측 대리인은 통화에서 “만에 하나 각하가 된다면 (헌재는) ‘내란죄 철회’를 이유로 삼을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도 당시 대리인단이 유사하게 뇌물죄를 철회했지만, 이번 소추안에서 내란죄가 차지하는 비중에 비하면 부수적 사유였다는 게 차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측이 내란죄를 탄핵 사유에서 걷어낸 건 1월 3일 2차 변론준비절차에서 헌재가 쟁점을 재정리할 때였다. 국회 측 대리인은 “자칫 탄핵심판 절차가 형사재판으로 변모될까 우려스럽다”며 “내란죄를 헌법 위반으로 구성해서 심판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 측은 “소추 사유의 80%를 철회한 셈이다. 소추 사유를 철회한다면 국회의 새로운 의결을 받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이 문제를 끝까지 부각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82명은 12일 헌재에 제출한 각하 청구 탄원서에서 “민주당이 탄핵소추 사유의 핵심인 내란죄를 철회한 건 탄핵소추의 동일성이 상실된 것으로 국회 동의와 재의결이 반드시 필요하다. 소추 동일성 없는 내란죄 철회를 불허하고 탄핵심판을 각하해달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엔 탄핵소추 사유의 당·부당을 따져서 기각 결정이 내려지길 기대하기보단 청구의 절차적 흠결을 이유로 소송 자체가 불성립한다고 판단하는 ‘각하’를 바라는 게 현실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러자 야권 일각에선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에서 의결된 44페이지 분량의 탄핵소추안에 15번 담겼던 ‘내란죄’라는 용어를 누가 고집했느냐가 다시 관심사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소추안 작성을 총괄한 김용민 원내정책수석이 ‘내란죄’란 용어를 굳이 넣은 것”이라며 “유·무죄를 따지다 보면 심판이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리인단이 ‘내란죄 철회’란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재선 의원은 “김 의원이 율사 출신임에도 현실적인 소송 방법을 제시하기 보단 강공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내란죄 철회 직후 민주당은 “실수로 ‘죄’를 쓴 것”이란 설명을 내놓았다. 이재명 대표도 1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 행위가 죄가 되는지는 형사법원이 할 일이고 내란 행위가 헌법 위반인지만 빨리 판단해달라는 취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혼소송 소장에 이혼사유로 (배우자가) 칼 들고 가족을 해치려 했다고 적을 것을 실수로 폭행죄 저질렀다고 쓸 수 있지 않나”란 말도 했지만 논란은 진화되지 않았다.
김 수석은 지난 18일에도 페이스북에 “탄핵소추인단이 헌법재판소에 선고기일을 빨리 잡아달라고 공식 요청하는 ‘선고기일지정신청’을 통해 재판관들에게 광장의 절박함과 분노를 전달해야 한다” 등의 훈수를 뒀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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