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감염, 전례없는 위협" 삵도 쓰러졌다…포유류 덮친 조류독감

국내에서 처음으로 야생 포유류가 조류 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전 세계적으로 가금류를 넘어 포유류까지 고병원성 AI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식량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경부와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전남 화순에서 구조된 후 폐사한 삵에게서 H5형 AI 항원이 검출됐다. 야생 포유류에서 AI 감염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양이과 포유류인 삵은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돼 있다. AI에 감염된 야생조류를 잡아먹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겨울 동안 국내에서는 야생조류(39건)와 가금농장(37건)에서만 고병원성 AI인 'H5N1' 감염이 확인됐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삵이 쓰러진 채로 발견되는 등 고병원성 AI 감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정밀 검사를 진행 중이다.
접촉자까지 조사…포유류 간 전파 가능성은 작아

삵은 단독 생활을 하는 동물인 만큼 다른 개체나 포유류 종으로 전파될 가능성은 작다. 이동훈 건국대 수의예과 교수는 “삵은 국내에 개체 수가 적으며 주로 산림 지대에서 무리를 짓지 않고 단독 생활을 하므로 집단 감염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선제적 대응을 위해 삵에 감염된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해 인체 감염 등 위험성을 조기에 식별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양이부터 물개까지…잦아지는 포유류 감염
전 세계적으로도 AI 바이러스가 진화하며 포유류 감염이 확산하는 추세다. 남극에서는 북미와 남미를 통해 전파된 H5N1이 남극에 서식하는 바닷새 감염을 시작으로 펭귄, 물범, 물개 등 해양 포유류들의 떼죽음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영국 등에서는 고양이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올해 캘리포니아, 뉴저지 등 13개 주에서 51마리의 고양이가 H5N1에 걸린 것으로 집계했다. 멸균 처리를 하지 않은 생우유 또는 가금류를 급여했거나, 거리를 배회할 수 있는 집고양이 또는 길고양이가 새와 접촉한 경우다.
최근에는 고양이 폐사체에서 기존 H5N1보다 병원성과 감염성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돼 지난 13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인플루엔자 감시망(GISAID)에 등록됐다.
“AI 확산, 식량 안보 위협”

고드프리 매그웬지 FAO 부사무총장은 17일(현지시간) 유엔 회원국들에게 “전례 없는 수준의 AI 확산으로 가금류 손실이 급증하고 포유류 확산이 잦아지고 있다”며 “식량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국경을 초월한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젖소, 바다사자서 인체 감염 변이 유전자 발견

이 교수는 “2023년 남미에서 바다사자가 H5N1 바이러스에 단체 감염됐을 때 인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변이 유전자가 발견됐다”며 “대유행의 전조단계로 AI 바이러스가 야생 포유류에 정착해 변이를 거듭하며 인간을 포함한 새로운 숙주에 쉽게 감염될 수 있는 형태로 적응하는 것에 대해 세계적으로 우려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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