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렬의 시시각각]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는 없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가 성큼 다가왔다. 6일 뒤인 26일이다. 이 대표는 1심 선고 직후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 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그 두 번 현실의 법정 중 하나인 항소심 선고다.
이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심 선고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와 함께 정국의 최대 뇌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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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이재명 대표 2심 선고 예정
헌법 84조 불소추특권 해석 엇갈려
사법부에 부당한 압력 행사 안 돼
」
만약 탄핵 인용으로 윤 대통령이 파면되고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이 대표 선거법 사건의 3심 선고 시기와 결론(유·무죄)은 매우 중요해진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선거범 판결 ‘6·3·3 규정’(1심 6개월 이내, 2·3심은 각각 3개월 이내, 선거법 270조) 준수를 강조해 왔다. 그에 따르면 3심의 기한은 6월 26일이 된다. 만약 3심 선고가 조기 대선보다 늦어지면 이 대표는 유·무죄가 확정되지 않은 채로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이 대표에 대해 극도의 비호감을 표출하는 보수 유권자들은 과연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반대로 대선 전 3심 선고가 이뤄지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무죄나 경미한 벌금형이 확정되면 대선 출마에 문제가 없다[물론 이 대표는 현재 선거법 외에도 위증교사 사건(1심 무죄, 2심 진행 중)과 대장동 사건(1심) 등 4개의 재판을 더 받고 있다]. 그러나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여론조사상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인 야당 대표의 출마 여부가 대법원의 결정에 달린 것이다. 대법원이 안게 될 부담감은 지금 대통령 탄핵 심판 중인 헌법재판소 못지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법원이 이 문제를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세간엔 현실적으로 재판 일정상 대선 전 3심 선고가 어렵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그렇다면 이 경우 이 대표가 대선에 출마해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기존 재판은 어떻게 되나. 계속돼야 하나, 중단돼야 하나. 이것에 관련된 헌법 조항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는 84조가 유일하다.
이 대표는 얼마 전 MBC 100분 토론에서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은) 정지된다는 게 다수설”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단정짓기 어렵다. 학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소추에 재판이 포함된다고 볼 것이냐 아니냐, 즉 불소추특권을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진행 중인 재판에도 적용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국정 수행의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이들은 ‘재판 정지’를, 대통령직에 걸맞은 고도의 도덕성을 강조하는 쪽은 ‘재판 계속’을 주장한다. 유감스럽게도 헌법엔 명쾌한 규정이 없다. 재판을 받는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경우를 헌법의 설계자들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당장 국민의힘에서 “대통령 당선증은 면죄부가 아니다”(권성동 원내대표)는 반발이 나왔다. 정쟁은 차치하고 짚어 볼 대목이 있다.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Nemo iudex in causa sua)’란 라틴어 법언이 있다. 로마법에서 유래한 이 말은 공정한 재판과 사법부에 대한 신뢰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이런 원칙 위에 법치주의가 서 있다. 그런데 이 대표의 발언은 마치 자신이 ‘자기 사건의 재판관’인 듯한 인상을 준다.
우리 국민은 권력의 자기 사건 재판에 유달리 엄격하다.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정권의 스캔들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에 매번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미 여러 차례 대통령의 수하처럼 움직인 검찰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나 다를 바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제 ‘사법부의 시간’이다. 분열과 혼란을 막고 법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 누구도 그들에게 부당한 압력과 영향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 사법부의 어깨가 참으로 무겁다.
이상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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