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 아이들이 꾹꾹 눌러쓴 '시똥'
시집 9권 엮은 송숙 선생님

담임인 송숙 선생이 엮은 어린이시집이다.
어린이시집인데 ‘시’에다가 ‘똥누기’를 더했으니 고개가 갸웃해질 터다.
대체 이런 아이들 장난 같은 제목을 붙인 이유는 뭘까?
" ‘글똥누기’라는 게 있었어요. 똥을 잘 눠야 몸이 건강하듯 아이들이 겪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글로 잘 표현해야 마음도 건강하게 자란다는 거지요. 그런데 저희 반은 그걸 시로 쓰니까 ‘시똥누기’라고 한 거예요. "
아이들의 솔직하고 발랄한 마음을 담은 ‘시똥누기’는
올해 군산 서해초등학교 5학년 4반 어린이들이 쓴
『사랑이 떼구르르』까지 무려 아홉 번이나 이어졌다.
송 선생이 매년 어린이시집을 내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 힘든 아이들을 만나 많이 지쳐 있었어요.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시를 칠판에 써 놓고 퇴근했죠.시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씩 부드러워지기를 바랐던 거예요. "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남학생 하나가 시를 써온 게다.
깜짝 놀란 송 선생이 아이들 앞에서 시를 써온 아이를 칭찬하자
서서히 반 전체가 시를 쓰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아이들의 글을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든 송 선생은
아이들에게 정식 시집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페이스북 친구들을 대상으로 펀딩을 시작했어요.평소 아이들의 '시똥'에 관심을 보여주신 친구분들의 도움으로 출판비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참 감사했지요. "
시똥누기는 그 후로 『분꽃 귀걸이』 『호박꽃 오리』 『질경이 씨름』
『감꽃을 먹었다』 『돌머리가 부럽다』 『우리 반이 터지겠다』
『의외로 나는 나를』『사랑이 떼구르르』 등 아홉 권의 시집으로 이어졌다.
송 선생은 올해 2학년 담임을 맡았다.
새로운 '시똥'을 눌 아이들을 향해 송 선생은 설레는 발걸음을 뗐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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