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8년전 트럼프 뒤통수…알래스카 62조 투자 철회의 교훈

미국이 한국ㆍ일본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참여를 타진하는 가운데 8년 전 중국의 행보를 복기할 필요가 있다. 2017년 중국이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에 나섰다 도로 발을 뺀 이력이 있어서다.
2017년 11월 9일 중국석화와 중국투자공사, 중국은행은 미 알래스카주와 알래스카 LNG 개발을 위한 공동개발 협정(JDA)을 체결했다. 중국 측이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430억 달러(약 62조원)에 달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1기 미 정부가 중국에 대(對)미국 무역흑자를 줄이라고 몰아붙이자 나온 대응책 중 하나였다. 협정 체결 전인 같은 해 4월 7일엔 시진핑 중국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예고 없이 알래스카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19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2019년 알래스카 사업에서 사실상 발을 뺀 것으로 파악된다. 그해 7월 27일 AP통신은 “알래스카주가 LNG 개발 프로젝트에서 중국 업체들과 협력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표면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이 자국 내 반중(反中) 정서를 고려해 밀어낸 것이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이 경제성 탓에 손을 털었다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중국이 철수한 가장 큰 이유는 사업의 투자 대비 수익 등의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뒤늦게 파악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고려해 정부는 더욱 신중하게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알래스카 사업의 또 다른 리스크(위험 요인)로는 막대한 투자 규모, 혹독한 기후 조건, 환경 파괴 논란 등이 꼽힌다.
강 교수는 “리스크가 큰데도 정부가 충분한 고민 없이 투자에 나선다면 국부 유출 논란이나 법적 책임 논란 등이 벌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처음부터 사업에 투자할 의사가 없었으면서 당장 닥칠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투자에 나설 것처럼 행동하며 시간을 끈 게 아니냐”는 평가(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도 나온다. 신 교수는 “한 번 뒤통수를 맞은 경험이 있는 미국을 상대로 한국이 중국의 (지연) 전략을 되풀이해 성공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한국은 중국만큼 대국이 아니기 때문에 비슷한 전략을 펼치다간 되레 트집을 잡혀 더 큰 공세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한국ㆍ일본 등이 수조 달러(수천조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미국이 중국과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한국ㆍ일본이 투자를 실제로 집행하는 걸 확인하기까지 공세를 지속할 거란 전망이 제기된다.
오성익 OECD 지역개발정책위원회 분과부의장은 “알래스카 투자 참여가 불가피하다면 큰 리스크에 걸맞은 반대급부를 받아내는 데 협상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이 요구할 수 있는 사항으로 ▶보조금 ▶미 에너지 인프라 지원 프로그램 활용 ▶LNG 장기 구매 혜택 등이 지목된다. 오 부의장은 “미국이 주요 교역국에 관세 부과를 추진하는 만큼 이에 대한 면제도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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