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 중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 어디로... 영화같은 재판 광주서 시작

김형호 2025. 3. 1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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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도박사이트 운영 30대 그녀가 범인"... "여전히 경찰 소행 의심" 주장 맞서

[김형호 기자]

 비트코인.
ⓒ pexels
2021년 경찰의 도박사이트 수익금 압수 과정에서 벌어진 '비트코인 1476개 증발 사건'의 실체를 가릴 재판이 광주에서 시작됐다. 옥에 갇힌 부친을 대신해 도박사이트 운영을 총괄했던 30대 여성이 "경찰이 용의자"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와중에 검찰이 "그녀가 경찰관들을 무고했다"고 기소하면서 재판이 열리게 됐다.

이 사건 공판은 19일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조용희 판사 심리로 열렸다.

도박사이트 운영자로 지목된 이아무개(61·별건 수감 중)씨와 그의 딸(36), 그리고 공범 등 모두 7명이 법정에 섰다. 부친 이씨는 2018~2021년 비트코인을 매개한 도박사이트를 운영하고 수익을 은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가 도박사이트 운영 기간 도금으로 받은 비트코인만 2만 4613개에 달한다고 검찰은 이날 밝혔다.

딸 이씨는 경찰관 7명에 대한 무고 및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무고 혐의의 경우, 문제의 경찰 압수수색 다음 달인 2021년 12월과 2022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진정을 넣어 이 사건 수사 경찰관 7명을 비트코인 탈취 혐의로 수사해 달라고 촉구한 것이 원인이 됐다. 범죄수익 은닉 혐의는 경찰 압수수색 중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를 탈취한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 경찰관들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경찰관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딸 이씨가 경찰 압수수색 중 비트코인을 탈취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지난해 말 이씨를 추가 기소했다.

이씨 부녀 가족 등이 포함된 나머지 공범 5명은 도박사이트 운영에 관여하거나 환전 등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다.
 조선대학교에서 내려다본 광주지방법원쪽 풍경
ⓒ 김형호
이날 재판에서 부친 이씨 측 변호인은 검찰 공소 요지를 인정하느냐는 재판장 질문에 "다음 재판에서 인정 여부를 밝히겠다"고 했다. 변호인은 "(먼저 기소된 딸 이씨 사건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에서 (딸 이씨에 대해) 도박공간 개설 등 혐의가 인정되느냐 여부에 따라 입장이 좀 달라질 것 같다"고 했다. 나머지 피고인 6명도 재판장 물음에 증거기록 등 검토할 서류가 방대하다며, 혐의 인정 여부를 다음 재판에서 밝히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5일 오전 10시 204호 법정에서 재판을 이어가기로 했다.

딸 이씨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여전히 경찰관들을 의심하느냐'는 <오마이뉴스> 질의에 "그렇다. 변함없다"고 했다.

비트코인 증발사건은 지난해 2월 딸 이씨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단을 뒤집으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무더기로 사라진 비트코인이 도박사이트 운영자 측에 흘러 들어갔다는 수사 결과를 토대로 1심 재판부는 변론종결 당시 시세 기준 600억 원대의 추징금을 부과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딸 이씨가 연루됐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며 사라진 비트코인과 관련해선 책임을 묻지 않기로 판단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등 딸 이씨 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단했으나 양형은 대폭 줄였다. 1심은 징역 5년형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이를 2년 6월형으로 줄였다. 딸 이씨는 수사 과정에서 구속됐으나 항소심 과정에서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 사건은 이날 법정에서 부친 이씨의 변호인이 밝힌 바와 같이 검사와 딸 이씨 쌍방 상소로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광주지방검찰청, 광주고등검찰청.
ⓒ 안현주
항소심 판결 뒤 검찰은 사라진 비트코인 관련 수사에 착수해 지난해 12월 30일 딸 이씨를 추가 기소했다. 부친 이씨와 나머지 공범 5명의 경우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기소됐으나 사건이 병합되면서 이날 첫 재판이 열리게 됐다.

문제의 비트코인 증발 사건은 2021년 발생했다.

이씨 부녀 사건을 수사 중이던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11월 9~11일 딸 이씨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798개를 압수하는 절차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1476개의 비트코인이 돌연 사라졌다.

당시 경찰은 일일 거래량 제한 탓에 압수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는 틈을 타 이씨 부녀 일당이 비트코인을 탈취해 갔다고 판단했고, 딸 이씨를 재판에 넘겼던 당시 검찰도 동일한 판단을 했다.

사라진 비트코인 행방을 두고 1심 재판부는 "누군가 피고인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압수수색)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1476개)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갔다" "비트코인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제3자가 피고인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을 이체해 간 이례적인 상황이 있었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이 사건 비트코인 환전 및 범죄수익 은닉과 관련해 사건 브로커 성아무개(64·별건 재판 중)씨, 그리고 성씨에게 18억원대의 코인 투자 사기 관련 검경 수사 무마 로비자금을 건넨 탁아무개(46·구속 재판 중)씨가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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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경찰청 청사.
ⓒ 안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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