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루소 형제가 만든 넷플릭스 영화, 아쉬움만 남네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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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 스틸컷 |
ⓒ NETFLI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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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루소 형제라 불리는 두 감독, 형 앤서니 루소(Anthony Rusoo)와 동생 조 루소(Joe Russo)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겠다. 누군지는 몰라도 이들이 만든 영화 한 편 정도는 직접 봤거나, 분명히 들어봤을 법하다.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세계관의 페이즈 3에 해당하는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2014),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2016),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2018), <어벤져스 : 엔드게임>(2019)이 모두 이들이 연출한 작품에 해당한다. 이 작품 이전에도 <웰컴 투 콜린우드>(2002), <유, 미 앤 듀프리>(2006)와 같은 저예산 작품이 있었다. 하지만, <어벤져스>(2012) 시리즈 이후 10여 년에 달하는 긴 시간 동안 MCU의 세계관을 조직하고 팀업 무비의 시대를 열면서 자신들의 이름과 재능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MCU의 수장이었던 케빈 파이기는 제대로 된 이력 하나 없던 두 사람에게 제작사의 운명이 걸린 배팅을 했고, 그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큰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어벤져스 : 인피티니 워>와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각각 월드와이드 20억 달러가 넘는 성적(제작비의 약 7배에 해당하는 수치)을 거뒀고, 마블에서 연출한 작품의 누적흥행으로만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많은 수익을 창출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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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 스틸컷 |
ⓒ NETFLIX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스웨덴 작가인 시몬 스톨렌하그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루소 형제와 함께 <캡틴 아메리카>, <어벤져스> 시리즈의 시나리오 작업을 도맡았던 크리스토퍼 마커스와 스티븐 맥필리가 이번 작품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췄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들의 협업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대체로 황폐하고 기괴하면서도 디스토피아적 감상을 주는 원작을 들고 이들이 한 일이라고는 80-90년대 디즈니 가족 동화를 연상하게 만드는 어린이 친화적인 감성을 불어넣는 일처럼 보인다. 독창적인 화풍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대부분의 이미지컷을 우스꽝스러운 액션과 무의미한 개그 코드를 담은 형편없는 대사로 점철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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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 스틸컷 |
ⓒ 시몬 스톨렌하그 홈페이지 |
작품의 대략적인 내용조차 평면적으로 건조하게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영화 자체가 조금도 입체적이지 못해서다. 영화의 목적이나 가치관, 메시지를 생각하기도 전에 이 이야기가 시청자(관객)에게 어떤 내용으로 전달되고자 하는지조차 가늠하기가 어렵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팝콘 무비'는 최소한의 오락성을 바탕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끌기라도 하지만, 이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그나마 세계관을 지탱하기 위한 여러 종류의 로봇 외에는 흥미를 주지 못한다. 그마저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때의 이야기다.
같은 맥락에서 원작인 시몬 스톨렌하그의 저서에 담긴 이미지적 내러티브를 시각화하며 또 하나의 콘텐츠로 승화시키는 데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원작의 이미지컷 일부는 작가의 오피셜 페이지인 simonstalenhaq.se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화는 그저 원화 속 캐릭터의 외형을 영화의 캐릭터로 소비하는 수준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로봇 세력의 리더로 그려지고 있는 미스터 피넛(우디 해럴슨 분)은 미국 견과류 시장의 선도 주자인 플랜터스(Planters)의 대표 캐릭터를 차용해오면서 원작의 고유한 분위기를 완전히 훼손하는 모습이다. 이 또한 포스트 아포칼립스적 세계관에서 마지막까지 남겨지는 것이 천박한 자본주의의 마스코트라는 역설로도 해석 가능하겠으나, 해당 지점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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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편의를 위해 이용된 기술이 삶을 침식해오고, 더 나아가 통제에서 벗어나 위협이 된다거나 욕망을 끌어내 위기를 초래한다는 식의 전개는 이런 종류의 SF 작품이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를 쌓아가는 방식이 피상적이기만 하고, 현재와 과거, 서로 다른 인물이 서로 안고 있는 서사조차 잘 정리되지 않은 채로 교차하면서 전체적으로 어수선하게만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 나름의 연결성을 위해 미셸이 수업 시간에 뉴로캐스터를 사용하지 못한다거나, 앰허스트 박사가 크리스토퍼와 이선 스케이트 사이에 위치하는 식으로 배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효과적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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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 스틸컷 |
ⓒ NETFLIX |
이렇게밖에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진심으로 유감이지만, 이 작품의 제작비가 3억 2천만 달러라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은 더욱 착잡해진다. 최근 개봉했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 미키 17 >(2025)에 들어간 제작비가 1억 1800만 달러라고 알려져 있다. 더 쉬운 예를 들기 위해 루소 형제의 마지막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연출작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제작비는 3억 5천만 달러였으니, 이 작품에 쓰인 비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것이 수의 볼륨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두 작품의 간극을 생각하면 씁쓸하기만 하다.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스튜디오가 이와 같은 작품에 투자할 만한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만을 다시 확인했을 뿐이다. 두 형제 감독은 무엇이 하고 싶었던 것일까.
루소 형제는 이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돌아간다. 2026년에 개봉하는 <어벤져스 : 둠스데이>와 이듬해인 2027년 예정된 <어벤져스 : 시크릿 워즈>의 연출을 맡으며 자신들이 가장 빛났던 곳으로 돌아간 셈이다. 이제 두 사람의 행보는 자신들에게 맡겨진 임무, 무너져 가는 마블 멀티버스 사가를 다시 일으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달렸다. 이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를 포함해 마블을 떠나 연출한 작품들의 부진이 형식이나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었던 창작에 몰두한 결과였는지, 마블의 거대한 세계관 내에서만 작동하는 제한적인 재능인 것인지는 영영 알 수 없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영화가 루소 형제의 선명하고 분명한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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