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율주행 부품기업, 관세 피해서 해외로…가격 경쟁 심해진다
배터리·전기차에 이어 중국의 자율주행 부품 기업까지 중국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이 불붙인 관세 전쟁이 전 세계로 확산하자, 관세를 피해 생산 기지를 세계 각지에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다. 기술력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중국 기업들이 배터리, 라이다, 인포테인먼트 등 전장 부품 시장도 장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최대 자율주행차용 라이다 제조업체 허사이는 내년에는 중국 밖에서 라이다를 생산할 계획이다. 앤드루 판 허사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6일(현지시간) FT에 “지정학적 위험과 관세 회피를 위해 중국 외 지역에 생산라인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다는 레이저로 차량 주변 환경을 3D 이미지화하는 장비로,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이다.

2023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허사이는 미국의 ‘중국 군사 관련 기업’ 블랙리스트에 지정·해제가 반복됐다. 지난해 10월 미 국방부가 재지정을 예고하자 허사이는 소송 중이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소프트웨어 등이 포함된 커넥티드 차 수입·판매를 제한했고, 유럽은 지난해부터 미국은 올해부터 중국산 차량에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그러자 고객이 있는 시장에 공장을 짓겠다고 전략을 바꾼 것이다.
중국 전장 부품을 사는 건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다. 전동화 전환에 늦은 메르세데스-벤츠나 폭스바겐 등은 중국 기업과 잇따라 손잡고 있다. 지난 12일 로이터는 벤츠가 허사이와 손잡고 스마트카 개발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해외 자동차 업체가 중국 라이다 기술을 글로벌 시장 모델에 사용하는 첫 사례”라고 짚으며 “벤츠가 법적·지정학적 위험을 두고 몇 달간 고심했지만 결국 저렴하게 대량 생산 가능한 허사이를 택했다”고 덧붙였다. 허사이는 차세대 라이다를 현재 가격의 절반인 200달러(약 26만원)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인포테인먼트 등 개발사 이카엑스(Ecarx)와 협력한다. 중국 지리자동차 산하인 이 회사는 지난 6일 폭스바겐에 디지털 콕핏 솔루션을 공급한다고 공개했다. 블룸버그는 12일 허사이와 이카엑스를 두고 “중국 자동차 기술 업체들이 무역 장벽에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2023년 세계 라이다 시장 점유율의 65%는 중국 업체였다.
중국 부품 기업의 해외 생산 확산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 위협적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 차들이 중국 부품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 한국 차들과 경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부품 인해전술이 본격화되면 세계 곳곳에서 중국발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라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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