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판을 종이 접듯… 조각의 무한 가능성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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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깊은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관이 생긴 해는 1995년이었다.
그해 곽훈, 윤형근, 전수천과 함께 초대 작가로 뽑힌 조각가 김인겸(1945∼2018)은 전위적인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이달 초 개막에 맞춰 찾은 갤러리에는 전위적 설치 작품이 아닌 철판 조각의 다양한 변주를 만날 수 있었다.
철판 조각이 종이딱지처럼 접히고, 돌돌 말린 종이가 풀린 것처럼 반쯤 구부려져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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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깊은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관이 생긴 해는 1995년이었다. 그해 곽훈, 윤형근, 전수천과 함께 초대 작가로 뽑힌 조각가 김인겸(1945∼2018)은 전위적인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한국관 건물 실내에 아크릴로 6각형 모양의 대형 수조를 만들었다. 관람객은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며 물이 출렁이는 수조를 바라보는 경험을 했다.
김인겸 개인전이 대구 우손갤러리에서 4월 19일까지 열린다. 이달 초 개막에 맞춰 찾은 갤러리에는 전위적 설치 작품이 아닌 철판 조각의 다양한 변주를 만날 수 있었다. 철판 조각이 종이딱지처럼 접히고, 돌돌 말린 종이가 풀린 것처럼 반쯤 구부려져 있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제목도 ‘조각된 종이, 접힌 조각’이다.
베니스비엔날레의 전위적 작품 세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작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김인겸은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한 이듬해 파리 퐁피두센터의 전시 초대를 받았다. 당시로서는 드문 영예였다. 그는 그 전시를 계기로 파리로 이주했다. 작업실은 좁았다. 조각 작업을 할 만큼 크지 않은 그 공간에서 조각가 김인겸은 생존의 욕구 끝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하면 종이로 된 2차원적 공간이 조각 작품과 그것들이 놓여 있는 공간을 하나로 묶는 믿기지 않는 연결고리를 암시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1996년부터 스퀴지(판화를 할 때 쓰는 넓은 도구)에 먹을 묻혀 종이에 칠을 해서 입체적 효과를 내거나, 종이를 세우거나 휘게 해서 입체처럼 세우는 작품들이 탄생했다. 작가는 동시에 강철판 자체를 종이처럼 취급하는 모험을 했다. 말거나 아예 접는 형태의 철판 작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된다. 육중한 철판임에도 종이처럼 가벼운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이 작업은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중간에 서 있다.
그런데 이런 종이 같은 철판 작업은 이미 베니스비엔날레에서도 싹을 찾을 수 있다. 6개의 사각형을 붙여 만든 수조야말로 평면으로 만든 입체이기 때문이다. 홍익대 조소과를 나온 김인겸은 처음에는 덩어리감이 있는 전통적인 개념의 조각을 했지만 1992년 문예진흥원 미술관(현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최된 ‘프로젝트-사고의 벽’에서부터 평면과 입체의 통일을 추구했다.
대구=손영옥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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