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은 '관습헌법'도 따랐는데… 최상목, 헌재 철저히 무시"

박소희 2025. 3. 1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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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 인터뷰] '마은혁 재판관 임시지위 가처분' 낸 김정환 변호사 "매우 위험 상황"

[박소희 기자]

▲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 이정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국민들이) 어떠한 결정에도 결과를 존중하고 수용해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했다. 정작 자신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가 '헌법적 의무'를 위배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고 수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은 없었다.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 헌법재판 전문)는 "이렇게 헌법재판소의 기속력을 철저히 무시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지금이 헌재 설립 이래 최악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9일 '비상계엄 당시 포고령은 위헌'이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냈고, 같은 달 27일 이 사건의 당사자로서 최상목 대행의 재판관 불임명은 공정한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또 헌법소원을 냈다.

똑같이 최 대행을 상대로 '헌재 구성권을 침해당했다'며 제기한 국회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2월 27일 재판관 만장일치로 인용결정났다. 헌재는 당시 대통령이든 대통령 권한대행이든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할 헌법적 의무가 있으며 임명을 임의로 거부하거나 선별하여 인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회가 '마은혁 후보자의 재판관 지위를 확인하거나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즉각 임명하도록 해달라'고도 청구한 부분은 헌재 판단 대상이 아니라며 각하했다.

김 변호사는 최 대행을 믿었다. 하지만 헌재가 '국회 대 최상목'의 권한쟁의심판에서 만장일치로 국회 손을 들어준 뒤 3주 가까이 지났는데도 최 대행은 침묵만 하고 있다. 보다 못한 김 변호사는 지난 11일 차성안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최 대행을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그리고 18일 새벽, 헌재에 전자소송으로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제가 순진했다"며 개탄했다.

[신청취지]
국회가 2024년 12월 26일 선출한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마은혁은 피신청인 대통령 권한 대행에 의한 정식 임명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헌법재판관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

"이렇게 헌재를 철저히 무시하는 경우는 처음"
▲ 최상목 직무유기 고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유기 10만 국민고발운동'을 펼치고 있는 판사 출신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른쪽 끝)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보류 부작위 헌법소원을 제기한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 오른쪽에서 두번째) 등과 함께 '최상목 직무유기 고발 기자회견'을 열어 10만 고발운동의 뜻과 참여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 이정민
- 헌법소원에 이어 마은혁 재판관 임시지위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권한쟁의 결과가 나왔는데도 임명을 안 할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다. 헌재도 예상 못했을 거다. 헌재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니까. 이렇게 헌재의 기속력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았다.

이론적으로는 제가 기존에 냈던 헌법소원이 아직 선고가 나지 않아서 (연관된) 가처분이 가능하다. 저는 지금 마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해달라는 게 아니라 '지위'만 임시적으로 해달라는 것이다. 물론 (국회 대 최상목 대행) 권한쟁의심판에서 '헌법이 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을 헌재에 주지 않았다'고 했기 때문에 '우리가 임명 권한이 없는데 임시 지위를 부여할 수 있냐'는 의견과 '임시 지위는 부여할 수 있다'는 의견으로 나뉠 거다. 그래도 후자 쪽 의견이 몇 명이라도 나오면 최상목 대행이 현재 저지르고 있는 불법행위에 대해서 강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 사실 최상목 대행이 헌재 결정에 따라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만 하면 끝나는 일이다.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은 완전히 정치적 판단이다. 자신이 부총리 지위를 가진 현 정부와 관련된 탄핵정국인데, 재판관 성향이라든가 여러 가지를 봤을 때 절대 (마 후보자가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단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정치적 판단. 최 대행이 무슨 핑계를 대든지 간에, 그러니까 마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기 싫은 거다."

- 국민들이 국가 또는 최고 엘리트들이 헌법을 무시하는 상황을 연일 목도하고 있다.

"헌재 설립 이래 최악의 상황이다. 2004년 헌재가 '우리나라 수도는 서울이라는 것이 관습헌법'이라는 논리를 갑자기 내세우면서 노무현 정부의 수도이전 자체를 무력화시켰다(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위헌 확인, 2004헌마554 결정). 대통령 공약사항이고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임에도, 그때 대통령과 국회는 헌재 결정에 따랐다. 그런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 나온 경우에도 대한민국 국가기관들이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점에서 최 대행의 마 후보자 불임명 자체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최상목 편들었던 내가 너무 순진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할 것"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5.3.1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 마 후보자의 임명이 계속 미뤄지는 와중에 4월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하게 되면 헌재는 어떻게 되나.

"기능 마비다. 이번에 정계선·조한창 재판관 임명 전에도 헌재가 6인 체제로 간신히 심리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다시 6인 체제가 된다면 헌재는 다시 기능이 정지되는 거다."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도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마 후보자 불임명이 맞물려서 뭔가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말들도 나온다.

"탄핵선고가 미뤄지는 것은 헌재 내부가 어떤 사정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탄핵선고가 미뤄짐과 동시에 재판관을 계속 임명하지 않는 상황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본다. 대통령 권한대행도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데, 탄핵심판에서도 헌재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지 불복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헌재 결정의 규범력 자체를 약화시키고 있는 거다. 이것은 엄청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다.

저는 진심으로, 다른 사람들이 '헌재 결정이 나오더라도 마 후보자가 임명 안 될 것'이라고 해도 '그럴 수 없다, 그렇게 오랫동안 공직자로 살아온 사람이 법원 판결을 무시할 수 없다'며 오히려 최 대행 편을 들었다. 방송에서 여러 번 '최 대행이 불복하면 어떡하냐'고 질문받을 때에도 '그럴 리 없다, 헌재 결정이 나오면 따를 것'이라고 얘기했다. 제가 너무 순진했다. 그래도 차성안 교수하고 논의한 끝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해봐야 되지 않겠나' 해서 가처분 신청서를 쓰게 됐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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