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이 만들어가는 희망 투자, 크라우드펀딩
임팩트투자는 2000년 후반 영미권에서 흐름이 형성되어 2010년 무렵 우리나라에 도입된 투자 방식이다. 사회, 환경적으로 유의미한 임팩트(impact)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이 새로운 투자 실험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이글은 글로벌 임팩트 투자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한국적 맥락에서 발전적 대안을 찾기 위한 취지에서 작성된 것으로, 이후 몇 차례에 걸쳐 게재할 예정이다. <기자말>
[문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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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at is crowdfunding? www.stripe.com |
| ⓒ stripe |
지역별로 살펴보면, 북미와 유럽 시장이 가장 활발하다. 영국은 크라우드펀딩의 원조 국(ZOPA, 2005년)답게 큰 시장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은 시장 크기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세계 시장점유율 3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Kickstarter)는 설립 이래 15년간 59만 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중개했다.
유럽연합(EU)도 플랫폼 사업자(ECSP)에 대한 규제를 표준화해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자금 모집을 할 수 있도록 허용(2020.10월)했다. 이에 따라 자국 시장이 갇혀 있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들이 시정 선점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몸집을 불리기 위한 플랫폼 간 인수합병도 여럿 관찰된다.
크라우드펀딩의 활성화는 기업의 자금조달 방법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증권시장에서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 자본을 조달하려면 높은 진입장벽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만으로도 돈을 모을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이 가장 '민주적인' 자금조달 창구로 기능하는 것이다.
지금 영국을 포함해 유럽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가 임팩트투자다. 사회·환경적으로 가치가 크지만, 시장 금융의 높은 문턱을 넘기 힘든 사업에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효과적인 자금조달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임팩트 크라우드펀딩(impact crowd-funding) 시장이 개화하는 중이다.
대표적인 영역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이다.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연합에 속한 나라에는 시민들이 조직한 에너지협동조합(Energy Cooperative)이 다수 존재한다. 지역에 발전시설을 세우려면 큰돈이 필요하다. 시민협동조합이 자금을 조달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은행이나 조합원에게 돈을 빌리는 것이다.
조합 여유자금으로 이자를 주다가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해 수익이 발생하면 돈을 갚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시장금리 수준의 이자를 지급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활용해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다. 이미 많은 에너지협동조합이 이 새로운 창구를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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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청정에너지 전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ecoligo 누리집 www.ecoligo.com |
| ⓒ 문진수 |
영국 정부는 크라우드펀딩 활성화를 위해 공동체 주식이나 채권을 구입하는 이들에 세금 혜택(세액공제)을 주고 있다. 정부 재원으로 대응(matching) 투자도 하고, 거래 비용도 지원한다. 지방정부는 전담 창구를 만들어 크라우드펀딩을 희망하는 주민들을 돕고 있다.
유럽연합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플랫폼 사업자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서도 주식과 채권을 매매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시민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거래 시장(secondly market)을 만들기 위함이다. 위험회피와 시장 진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채찍과 당근을 효과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에 증권형, 2020년에 대출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도입되었다. 각각 규율하는 법률이 다르다. 증권형 플랫폼은 '온라인 소액투자 중개업'이라 부르고 자본시장법을 따른다. 대출형(P2P) 플랫폼은 '온라인 투자연계 금융업'이라 부르고 동일 명칭의 법률을 따른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우리나라 크라우드펀딩 시장 규모는 2조 원 남짓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임팩트투자로 연결되는 크라우드펀딩은 미미한 수준이다. 증권형 플랫폼의 경우 창업기업이나 벤처기업 중심이고, 대출형도 임팩트투자를 중개하는 플랫폼은 손에 꼽는다.
올해로 업력 14년 차를 맞는 대표적인 임팩트투자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오마이컴퍼니의 성진경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은 혁신기업과 시민 투자자를 연결하는 다리이며, 다중의 힘으로 돈이 흐르지 않는 영역에 돈이 흐를 수 있도록 길을 여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자본시장 접근성이 떨어지는 혁신기업에 크라우드펀딩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이며, 기업의 존재 가치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마당을 제공한다. 기업 생존의 핵심 요소인 '자금과 판로' 문제를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새로운 접근법이다.
정부의 역할은 이 투자 생태계가 잘 작동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투자자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하고, 공공 재원을 할당해 가치투자를 중개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크라우드펀딩은 집단지성의 힘이 만들어가는 멋진 투자 실험이다.
덧붙이는 글 | 문진수 기자는 사회적금융연구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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