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프, 홍명보에게 분명 필요하다… 그런데도 귀화에 대해 "지금은 맞지 않다" 말한 이유

김정용 기자 2025. 3. 1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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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스 카스트로프.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축구 대표팀은 지금 소집된 선수보다 소집되지 않은, 나아가 한국대표도 아닌 선수가 더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발탁 가능성이 거론된 한국-독일 혼혈 교포 옌스 카스트로프다. 독일 2부 뉘른베르크에서 활약해 온 카스트로프는 다음 시즌 1부 보루시아묀헨글라드바흐에서 뛰기로 이미 확정된 상태라 더 큰 관심을 모은다. 독일축구협회는 3월 U21 대표팀에 카스트로프를 소집했다. 더 성장한다면 독일 A대표팀 소집도 노려볼 만한 상황이다.


카스트로프 측은 어머니의 인터뷰 등 여러 채널을 통해 한국행에 대한 의지를 밝혀 왔다. 여러 현실적인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일단 한국을 대표해 활약하고 싶다는 의지, 특히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 무대를 밟고 싶다는 의지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 감독은 지난 2월부터 인터뷰에서 카스트로프를 꾸준히 언급해 왔다. 유럽 출장을 통해 코치진이 카스트로프의 어머니와 미팅을 갖기도 했다. 당시 홍 감독은 "복잡한 문제들이 해결돼야 대표팀 합류를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17일 대표팀 소집 직후 인터뷰에서도 카스트로프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독일은 21세 이하 대표팀에 뽑힌 거라 A대표팀과는 다른 문제다. 이와 관련된 건 지난 기자회견 때 말씀드렸던 것처럼 복잡한 부분이 너무 많다"며 당장 선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선발하기 위해 풀어야 하는 '복잡한 문제'는 대표적으로 병역 관련된 사항을 정리하는 것이 꼽힌다. 한국은 원래 복수국적을 허용하지 않았고, 인종간 혼혈의 경우 한국 국적을 취득해도 병역의 의무를 지지 않았다. 2010년 개정 이후 혼혈은 선천적 복수국적을 인정하고 있으며 해외 거주자의 경우 37세 이후 자동으로 전시근로역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사실상 병역의 의무가 없다. 다만 37세 전까지 한국에 6개월 이상 머무를 수 없으며 영리활동을 할 수 없는데, 국가대표 활동에도 소정의 보상이 지급되므로 이를 영리활동으로 봐야 하는지 해석이 분명치 않은 상황이다.


홍 감독은 어차피 카스트로프를 뽑을 수 없는 상황을 활용해 내부 단속으로 볼 수 있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지금 하루이틀 훈련해서 월드컵 예선을 치러야 하는데 전체적인 선수단 분위기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건 맞지 않다. 카스트로프 관련된 건 나중으로 미루겠다"며 대표팀을 둘러싼 경기력 외 이슈를 원천 차단하고 싶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원팀'을 강조하는 홍 감독다운 접근이다.


▲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안 그러면 놓친다


그동안 여러 종목에서 귀화 선수가 있었지만 카스트로프의 경우는 두 가지 측면에서 흔한 케이스와는 다르다. 첫 번째는 국내에서 뛰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 국내 프로팀이나 실업팀에서 외국인 선수로 뛰면서 한국 무대 경쟁력을 보여주고 대표팀 선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카스트로프는 한국 대표가 되더라도 프로 경력은 당연히 독일에서 이어갈 것이다. 두 번째는 기량이 그 정도로 압도적이거나 한국에 꼭 필요한 부분을 긁어주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농구의 경우 한국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느끼는 선천적인 높이의 한계를 라건아와 같은 장신 외국인 선수로 보완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축구계에서 한국은 인종의 한계를 그리 느끼지 않는다.


또한 축구계에서 흔한 귀화 케이스와 비교해도 카스트로프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유럽에서 나고자란 선수가 미국이나 아프리카 국가로 대표팀을 옮기는 사례는 흔했고,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도 적극적이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원래 살던 나라에서는 대표팀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던 경우다. 반면 카스트로프는 더 성장한다면 독일 대표를 노릴 수도 있을 법한 선수다.


결국 카스트로프가 한국에 얼마나 필요한지 면밀히 따지고,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면 최대한 적극적으로 움직여 합류시켜야 한다. 애매한 태도로는 놓치게 된다. 그동안 복수국적 이슈를 겪어본 적 없는 한국은 '선수에게 오라고 하면 당연히 오는' 대표팀 선발만 겪어 봤다. 그러나 한 선수를 두고 여러 축구협회가 달라붙어 설득하는 건 이미 세계적으로 흔한 일이다. 한국도 원론적인 접촉 수준을 넘어 필요하다면 축구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의 에릭 토히르 축구협회장은 대표팀에 합류시키고 싶은 선수들에게 직접 삼고초려하며 유럽을 찾기도 한다.


홍명보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가운데). 대한축구협회 제공
황인범. 서형권 기자

카스트로프는 현재 한국에 필요한 선수고, 이는 홍 감독도 느끼고 있다. 애초에는 라이트백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카스트로프는 공격가담 능력을 갖춘 수비형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대표팀에서 황인범의 경쟁자가 될 수 있고, 일곱 살 많은 황인범의 후계자로서 장차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선수다. 3선은 대표팀의 취약 포지션으로 꼽힌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선수가 황인범 한 명이며 그 파트너를 찾는 작업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코칭 스태프와 축구협회 모두 더 적극적인 설득 및 행정절차로 속도를 내고, 의지를 보여야 한다. 카스트로프가 대표팀에 온다고 해서 무조건 주전자리를 꿰찰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기량은 아니다. 마치 프로팀 감독들이 선수 영입하기 전 직접 전화를 거는 것처럼, 카스트로프를 대표팀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장차 어떻게 활용할지 선수 측에 설명하는 등 설득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아직까지는 선수 어머니와 한 번 만나 원론적인 교감을 하고 인사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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