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안했는데 신축"…전국서 몰려온 인천 '천원주택' 가보니
지난 12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도화동에 있는 한 빌라. 출입구 한쪽 벽엔 ‘CCTV 설치안내’를 알리는 표지판이 붙어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 한 집의 현관문을 열자 하얀색 벽지 등으로 꾸며진 아담한 거실이 나타났다. 방 2개와 화장실 등으로 이뤄진 전용면적 60㎡ 규모의 집엔 시스템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는 등 한눈에 보기에도 신접살림을 꾸미기에 좋아 보였다.
이 빌라는 전체 29가구 중 23가구가 ‘천원주택’이다. 하루에 1000원씩, 매달 3만원(관리비 별도)만 내면 거주할 수 있는 인천형 주거복지 정책의 명칭이다.
집 내부나 입지는 ‘천원주택’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좋았다. 전용면적 57㎡~ 82㎡ 규모로 가구당 방이 2~3개 있고 화장실도 1~2개라 아이가 태어난 후 살더라도 비좁아 보이지 않았다. 인근 에이스부동산 대표 윤현이(60) 공인중개사는 “건물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고 걸어서 5분 거리에 수도권 지하철 1호선 도화역이 있어서 교통편이 편하고 인근에 어린이집부터 초·중·고교가 있어 아이 키우기도 좋은 집”이라며 “천원주택으로 지정된 이후 주말이면 집을 보러 온 사람들이 자주 목격된다”고 말했다.
입주자 모집하자 7.36대 1 경쟁률
인천시의 ‘천원주택’이 인기다. 매달 3만원이라는 싼 임대료에 최초 2년, 최대 6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보니 신혼부부 등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14일까지 천원주택 예비 입주자 모집 결과 총 500가구 모집에 3681가구가 신청해 7.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천원주택 입주 대상자는 혼인 7년 이내 신혼부부와 입주일 전까지 혼인신고를 한 예비 신혼부부, 한부모 가정 등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지역 평균 월 임대료가 70만~80만원 정도인데 천원주택은 하루 임대료가 1000원이고 거주지 제한이 없다 보니 전국에서 ‘다른 지역에 사는데도 신청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예비 입주자 선정 순위는 신생아를 둔 가구가 1순위,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 2순위, 자녀 없는 신혼부부 3순위다. 인천시민이면 가점이 추가되고, 동일 순위 내 경쟁이 발생하면 가점 항목을 통해 최종 입주 순위가 결정된다. 당첨자는 입주 희망 주택들을 여러 개 둘러본 뒤 거주 예정지를 결정하고, 계약일로부터 60일 안에 입주해야 한다. 인천시는 신청 가구의 소득·자산 조사 등을 거쳐 6월 5일 예비 입주자 순위를 발표하고 이르면 7월부터 입주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축에 걸어서 5~10분 거리에 지하철역
천원주택의 특징 중 하나는 ‘임대주택은 노후주택’이라는 편견을 없앴다는 거다. 건물 대부분이 2023년에서 지난해 말 지어진 신축건물을 인천도시공사가 매입·관리한다.
입지도 좋다. 기자가 방문한 천원주택 4곳 모두 걸어서 5~10분 거리에 지하철역이 있었다. 인근엔 어린이집과 초등학교가 있고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도 코 앞이다. 구도심의 고질적인 문제인 주차난도 필로티 건물 1층에 만든 20~30면의 주차공간으로 해결했다. 인천도시공사는 쾌적한 주거 환경을 위해 주택 반경 500m 이내에 소음과 유해물질 등 유해시설이 있는 주택은 매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천원주택 입주 신청자 김모(30대)씨는“임대주택이라고 해서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신축 건물에 시설도 좋고 무엇보다 교통이 너무 편리해서 꼭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도 “사전 체험단으로 5쌍의 신혼부부를 초청해 천원주택을 선보였는데 교통편과 학교 등 주거 환경에 가장 만족감을 보였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도입하고 싶다’는 벤치마킹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인천시가 부담하는 천원주택 임대료 지원 규모는 연간 36억원. 매년 500가구를 공급하려면 10년 뒤엔 360억원 정도가 투입돼야 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천원주택 사업 이전에도 최근 수년간 매년 500가구 정도의 임대주택을 신혼부부 등에 공급해 왔기 때문에 물량 확보에는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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