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에 담긴 '서울의 성장통'
[이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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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대 책표지 |
| ⓒ 생각의힘 |
책을 읽다 보면, 서울이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성장통'을 겪는 한 시대의 주인공임을 알게 된다. 성장과 개발의 이면에서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몰려든 판자촌, 콩나물처럼 빽빽이 모인 교실, 강남 복부인의 투기 열풍, 자동차 고사를 지내던 마이카 시대, 버스 안내양들의 고된 하루, 부동산 특혜와 불평등, 여성의 자립을 위한 점집 찾기까지. '서울 시대'라는 이름의 이야기는 곧 1960~1990년대 한국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저자는 말한다. "내가 관심을 두는 것은 왕십리 똥파리요, 강남 복부인이요, 손 없는 날이요, 자동차 고사요, 소개팅이요, 마담뚜 등등 하찮은 것들"이라고. 하지만 바로 그런 '하찮은' 것들이야말로 한 시대를 가장 잘 말해주는 기록이다. 역사책에 남지 않지만, 그 시대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는 살아 있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동차 고사는 근대화의 상징인 자동차와 전통적 고사가 만나 형성한 독특한 풍속이고, 복부인의 부동산 투기 행렬은 경제 성장 이면의 욕망과 불안을 대변한다. 손 없는 날에 몰려 다니던 이삿짐 행렬은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의 삶의 역정을, 달동네와 판자촌은 도시의 성장 그늘에 드리운 가난의 풍경을 보여준다.
이처럼 <서울 시대>는 그 시대를 단순히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지 않고, 그 안의 인간 군상과 고통, 희망, 분투, 일상의 치열함을 조명한다.
책에 실린 115장의 사진 자료는 글로만 읽던 서울 시대를 눈앞에 가져다 놓는다. 달동네의 구불구불한 골목, 아궁이 앞의 주부, 연탄 가는 모습, 만원 버스와 콩나물 교실, 강남 복부인의 부동산 투기 현장, 손 없는 날 이사 풍경까지. 이 사진들은 독자가 책을 읽는 동안 저절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한다.
특히 '서울 풍속 지도'는 서울이라는 공간을 살아본 이들에게는 추억과 회상의 안내서가 되고, 서울이 낯선 이들에게는 시대의 맥락을 짚어주는 길잡이가 된다.
<서울 시대>는 과거 서울의 풍속을 통해 오늘의 서울을 다시 보게 만든다. 지금 서울은 누군가의 꿈을 이루는 공간이자, 또 다른 누군가의 고단한 삶터다. 과거 달동네가 사라진 자리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여전히 비싼 집값과 좁은 지하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옛날과 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서울의 성장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서울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는 저자의 말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그리고 우리가 잊어버렸던 질문이 새삼 떠오른다. "과연 서울의 성장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이 책은 서울을 살아간 '보통 사람들'의 역사다. 저자는 시대의 뒷면에 있던 작은 목소리들, 자취 없이 사라질 뻔한 일상의 풍속들을 기록함으로써, 한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서울의 역사, 대한민국의 성장사를 이해하고 싶은 모든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특히 우리 부모 세대, 조부모 세대가 어떤 서울을 살았는지를 알고 싶은 젊은 세대에게도 이 책은 귀한 '삶의 증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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