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0억 버는 효자' 거대 태양광 패널…'햇볕 쨍쨍' 호남서 찾은 'AI 데이터센터 해뜰날'[AI 시대 電力이 국력]⑩
발전 시간 평균 4시간 이상
드넓은 간척지 및 호수 등 잠재력↑
친환경 AI 집적단지 유치에 '유리'
지난달 24일 방문한 전남 해남군 솔라시도 재생산업단지. 전남 최대 규모의 태양광 산업단지인 이곳에는 성인 남성 두 명은 족히 누워있을 수 있는 크기의 태양광 패널이 25만장이 깔려 있다. 45만평 안팎의 넓이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절반가량이다.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는 데만 1시간30분가량 걸린다.
태양광 패널 사이를 가로질러 안으로 더 들어가자 솔라시도 신재생에너지 운영센터가 나왔다. 운영센터에는 태양광의 실시간 전력 현황과 전체 발전 시간, 전체 이산화탄소 저감량, 에너지저장장치(ESS) 상태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었다.
이날 오후 해남의 하늘에 구름이 꽤 낀 상태였다. 그럼에도 태양광 출력은 90㎿를 웃도는 수치가 표시됐다.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소의 올해 누적 발전량은 18.243GWh에 달했다. 문옥식 솔라시도태양광발전 대표는 "이곳은 모니터링 시스템을 이용해 대량의 패널과 ESS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발전량이 많은 낮에 생산한 전기를 우선 ESS에 저장한 뒤 전력 소비가 많은 오후 4시 이후에 변전소를 통해 한국전력에 보낸다. 문 대표는 “하루 발전량은 평균 360㎿h다. 금액으로 환산했을 때 하루 1억3000만원, 월 4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오늘처럼 발전량이 양호한 날엔 400~500㎿h까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 특성 덕에 다른 지역보다 발전 시간도 남다르다. 전국 평균은 3.6시간이지만 솔라시도는 4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현재 전남도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 설비 용량은 6GW다. 실제 발전 용량은 1GW급 원자력 1기 규모 이상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때문에 원자력발전소 1기의 발전을 하려면 6GW의 태양광 설비가 필요한데 전남은 일조량이 많아 4~5GW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이렇게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남에서 생산한 전기의 절반은 도내에서 사용하고 나머지는 수도권으로 보낸다. 전남엔 넓은 간척지와 호수 등 태양광 발전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풍부하다. 이런 부분까지 모두 활용하면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유치에 대한 잠재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도의 입장이다.
전남의 재생에너지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은 이미 구체화하고 있다. 솔라시도 산업단지에서 차량으로 10분쯤 이동하니 가늠이 안 될 정도로 광활한 대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전남도는 120만평에 달하는 이 부지에 2030년까지 총 15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인 3GW 이상의 'AI 슈퍼클러스터 허브'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AI 컴퓨팅 인프라를 비롯해 데이터센터, 대규모 ESS 등이 구축될 예정이다.
전남도는 미국 투자기업 스톡팜로드(SFR)와 관내에 3GW급 규모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도에 따르면 SFR은 최대 15조원을 투자하고, AI 슈퍼클러스터 허브는 2028년 준공할 예정이다. 해당 시설이 구축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될 전망이다.
도 관계자는 "평평한 땅과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공급, 원활한 공업용수 수급 등 세 박자가 맞는 곳이 전 세계에 거의 없다"며 "전남도에서 1년간 생산하는 전력량의 절반 정도만 사용해도 충분하고 도의 잠재적인 발전량은 훨씬 많기 때문에 이러한 조건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데이터센터 유치에 필수적인 전기, 공업용수 등 인프라 구축도 진행 중이다. 전남도는 한전과 업무협약을 맺어 데이터센터 부지 바로 옆에 2028년까지 500㎿급 변전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 변전소는 솔라시도 등 인근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끌어오게 된다. 공업용수는 근처 영암호의 물을 이용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풍부한 일조량 등 솔라시도의 자연환경을 토대로 태양광, 풍력 등 대규모 친환경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조성하고, 여기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인근 데이터센터와 산업벨트에 공급함으로써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전남도뿐만이 아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관련 투자 유치와 대규모 사업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 기반을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주요 타깃 고객층이다.
광주시는 인근 전남의 풍부한 태양광 발전과 연료전지를 이용해 첨단 3지구에 친환경 AI 집적단지를 구축하고 있다. 광주시는 국내 최초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 880개를 확보했다. 현재까지 총 263개의 AI 기업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AI 사관학교 및 AI 영재고 등 전문 교육기관까지 갖출 예정이다.
NHN이 광주에서 운영 중인 AI 데이터센터는 수완변전소와 첨단변전소에서 각각 6㎿의 전기를 공급받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 설비와 연료전지 설비를 구축해 첨단 3지구를 에너지 자립 산단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지난해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했으며 올해 일반수소입찰 시장에 참가한 후 1단계 연료전지 발전 사업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광주시는 1단계 사업으로 2027년까지 1193억원을 투입해 18.84㎿ 연료전지를 설치하기로 했다. 연간 142.4GWh 전력 생산이 예상되며 이는 4만8000여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다. 기존 화력발전 대비 30% 탄소 배출 감축 효과가 예상된다.
해남=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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