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계란에 무릎 꿇은 미국, 덴마크에도 ‘수출 요청’
달걀 가격이 폭등해 품귀 현상을 겪는 미국이 ‘그린란드 편입’ 논란으로 갈등을 빚어온 덴마크에 도움을 요청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는 지난달 말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의 주요 달걀 생산국들에 미국으로 달걀을 수출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달 초 덴마크 산란계협회에 보낸 서한에서도 “모든 수입 조건이 갖춰진다면 미국에 공급할 수 있는 달걀 양을 추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요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을 향해 “미국을 뜯어먹기 위해 생겨났다”고 맹비난하며 관세전쟁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의 ‘미국 편입’ 의사를 여러 차례 노골적으로 밝혀 그린란드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덴마크는 트럼프의 관세전쟁 최전선에 있는 나라 중 하나이고 ‘그린란드 편입’ 주장에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요청은 미국엔 멋쩍은 시기에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이런 상황에도 덴마크를 향해 아쉬운 소리를 하게 된 건 미국 내 달걀값 폭등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조류 인플루엔자 여파로 달걀 공급이 줄며 달걀값이 크게 올랐고, 다른 물가까지 덩달아 끌어올리고 있다.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달걀 가격은 전년 대비 59% 상승했다. 일부 지역에선 달걀 한 개 가격이 1.25달러(약 18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달걀이 ‘금값’이 된 가운데 브룩 롤린스 미국 농림부 장관은 지난 2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가정집 뒷마당에서 닭을 키우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해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의회 첫 합동연설에서 “바이든이 달걀값을 통제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며 달걀 가격 상승을 전 정권 탓으로 돌렸다.
미국이 달걀 공급 부족 사태를 해결하려면 한두 달 안에 7000만~1억개의 달걀을 수입해야 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EU 국가들도 조류 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달걀 부족 사태를 겪고 있어 미국으로의 달걀 수출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유통기한이 짧고 깨지기 쉽다는 점, 농산물과 비교해 수출 요건이 까다로운 점 등도 달걀 수출에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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