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탄핵남발 탓" 野 "비상계엄 탓"…美 민감국가 지정에 또 네탓

여야가 미국의 ‘민감국가 리스트’에 한국이 추가된 데 대해 서로 "네 탓"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탄핵 남발,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15일 이와 관련한 논평에서 “민주당은 정략적 탄핵이 초래한 국가적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더 이상의 탄핵 남발은 자제해야 한다”며 “국가 핵심 기관과 행정부를 마비시킨 결과는 국정 운영의 혼란과 정부 대응력 약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이번 (목록 추가) 조치가 한미동맹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전략적 판단 없이 내려진 행정적 조치가 한미 협력에 혼선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이번 조치로 인해 원자력 협력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등 미래 전략기술 협력에도 불필요한 제약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김 원내수석대변인은 “현재 대한민국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통상·외교 난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덕수 총리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통상 전문가이지만, 민주당의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되면서 현안 대응이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탄핵이 헌정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동욱 국민의힘 대변인도 16일 민주당을 향해 “민감국가 지정이 된 지난 1월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된 지금까지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탄핵돼 직무 정지된 시기”라며 “정부의 대미 외교력과 교섭력을 무력화시킨 부분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이날 ‘민감국가 리스트’ 추가에 대해 “정부 늑장 대응 수준을 넘어선 외교 포기 선언”이라며 “윤석열 즉시 파면만이 대한민국이 내란 세력의 암수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김건희의 범죄를 가리기 위한 내란에 국가 안보의 근간이자 경제, 과학기술 등 국제 협력의 핵심축이었던 한·미 동맹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2개월이 지나도록 해당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며 “위헌적 내란 대행의 행태를 반복하며, 외교 챙기기에 집중한다던 최상목 권한대행은 어디 실종됐나. 늑장 대응 수준을 넘어선 외교 포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를 향해 신속한 선고 기일 지정을 촉구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동맹이 계속 발전돼 왔는데, 민감국가 지정은 한·미 동맹 최초로 ‘다운그레이드(downgrade·수위 하향 의미)’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이러한 결정은 정부와 여당이 초래한 결과라고 봤다.
조 수석대변인은 “12·3 비상계엄 선포할 때 미 대사조차 몰랐다는 것 아닌가”라면서 “미 대사와 소통, 공유조차 하지 않았는데, 미 대사와 관계자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계엄 사태를) 확인하려고 했는데 전화도 안 받고 그랬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위 쿠데타를 위해서 동맹을 배신한 결과”라며 “민감 국가 분류라는 이 외교 참사는 친위 쿠데타를 위해서 동맹을 버린 결과”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14일 한국이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에 들어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지난 1월 초 이뤄진 조치로, 한국 정부나 연구기관이 미국 에너지 기술·자원 등에 접근할 때 엄격한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에너지부는 국가안보,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경제안보 위협, 테러 지원 등 정책적 이유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국가를 민감국가로 지정한다.
미 에너지부는 이번 조치로 한미 양자 간 과학기술 협력에 대한 새로운 제한은 없고, 상호 방문 또는 기술 협력 사업이 금지되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15일 조치가 발효되면 한미 간 원자력·AI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실질적 협력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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