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해도 상속권 없는 사실혼: 여전한 '민법 논쟁' [질문+]

조준행 변호사, 강서구 기자 2025. 3. 1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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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부부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이런 경우 '사실혼 관계'에 있다고 하는데, 민법은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실혼 부부에게 상속권을 인정하면 경우에 따라 당사자들의 의사에 반할 수 있고, 사실혼 관계인지 여부로 다툼이 생겨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혼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상속권을 가질 수 있고 증여나 유증을 받는 방법으로 상속에 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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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일상에 필요한 재미있는 法테크
사실혼 관계 상속권 부인
민법 제1003조 1항 논쟁
혼인관계 증명 등 변수 많아서
사실혼 관계라도 일정한 경우엔
예외 인정해주는 건 어떨까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부부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이런 경우 '사실혼 관계'에 있다고 하는데, 민법은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민법 조항을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자.

현행 법체계에서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에겐 상속권이 없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남편과 일찍 사별한 민순씨는 시골 읍내에 살고 있었다. 하나뿐인 아들은 서울에서 살고 있어 혼자 고향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민순씨는 읍내에서 열린 장날에 인근 산골 마을에서 혼자 살던 남자와 우연히 만났다.

편안한 인상에 끌린 두 남녀는 종종 만남을 가졌다. 여생을 함께 보낼 좋은 친구를 만났다고 생각한 둘은 남자의 집에서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 그 남자는 부모도 자식도 없었다. 환갑을 한참 넘긴 나이에 만났기 때문에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다.

새 살림은 하루하루가 편안하고 포근했다. 진정한 영혼의 동반자를 만난 듯 아무런 말이 없어도 늘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봄날 같은 시간이 이어졌다. 그런데 최근에 남자가 민순씨를 남겨 두고 하늘나라로 훌쩍 떠나 버렸다.

그로부터 몇개월 후, 70살은 족히 돼 보이는 낯선 남자가 민순씨를 찾아왔다. 자신이 그 남자의 친동생인데, 형님 집을 비워달라는 거였다. 상속권자가 자신이라는 게 이유였다. 민순씨는 자신이 살던 집을 그 남자의 친동생에게 넘겨줘야 할까.

사례의 노부부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살아왔다. 실질적으로 부부라고 하는 실체는 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사실혼 관계였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민법은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부부로 살아 왔더라도 일방이 사망했을 경우 상속권이 없다는 거다.

이런 민법 제1003조 제1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이 제기된 적 있었다. 사실혼 관계에 있던 여자 B씨가 사망하자 그녀의 어머니가 B씨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했다. 이때 사실혼 관계에 있던 남편 A씨가 상속 회복을 원인으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구하는 소송을 냈고, 그 과정에서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민법 제1003조 제1항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의 상속권을 부인한 것이다.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상속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객관적인 기준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 상속을 둘러싼 분쟁을 방지하고,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를 확정시키며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헌재의 주장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자. "사실혼 부부에게 상속권을 인정하면 경우에 따라 당사자들의 의사에 반할 수 있고, 사실혼 관계인지 여부로 다툼이 생겨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혼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상속권을 가질 수 있고 증여나 유증을 받는 방법으로 상속에 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시 처음 사례를 보자. 황혼에 결혼한 그 남자는 부모도, 자식도 없기 때문에 당연히 상속권은 형제자매에게 있다. 갑자기 나타난 남자가 진짜 동생이라면 그에게 상속권이 있다. 하지만 사실혼 배우자라도 일정한 경우엔 예외적으로라도 상속권을 인정해 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 고심해 볼 만한 일이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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