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말하지 않는 알뜰폰 '1만원대 5G 요금제'의 빈틈

이혁기 기자 2025. 3. 2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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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IT 언더라인
알뜰폰 1만원대 5G 출시
정부 도매대가 할인 덕분
새 요금제 효과 즉각 나타나
2월 알뜰폰 번호 이동 급증
회의적인 시각 없는 건 아냐
파급력 예상보다 작을 수 있어
데이터 제공량 확대 고민해야
알뜰폰 업체가 하나둘씩 1만원대 5G 요금제를 출시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1만원대에 20GB를 제공하는 알뜰폰의 새 요금제가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숱한 언론도 '알뜰폰 시장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추켜세우느라 바쁘다. 그런데 이 요금제, 정말 알뜰폰 업체의 '동아줄'일까. 그렇게만 보기엔 빈틈이 적지 않다. 더스쿠프가 아무도 말하지 않는 새 요금제의 빈틈을 취재했다.

알뜰폰 업체들이 1만원대에 데이터 20GB를 쓸 수 있는 5G 요금제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2월말을 기점으로 스마텔·큰사람커넥트·프리텔레콤 등 3개 업체가 총 7개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 요금제의 구체적인 구성은 이렇다. 스마텔의 경우, 5G 데이터 20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기존 2만6400원에서 6600원 할인한 1만98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알뜰폰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음성통화와 문자도 무제한으로 지원한다. 2만7000원에 6GB를 제공하는 SK텔레콤 요금제(다이렉트5G 27)와 비교하면 가격은 7200원 저렴하면서 데이터는 14GB를 더 제공하는 셈이다.

알뜰폰 업체들이 파격적인 가격에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는 건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 덕분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월 21일 알뜰폰의 도매대가를 기존 1MB당 1.29원에서 0.82원으로 36.4% 인하했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업체가 통신 인프라를 빌리는 대가로 이동통신사에 내는 사용료다. 데이터를 대량으로 사용했을 경우의 혜택도 확대했다. 일례로, 1100TB 사용 시 10% 할인해주던 조건을 1000TB 사용 시 15% 할인으로 개선했다.

정부의 도매대가 할인으로 1만원대 5G 요금제를 내놓는 알뜰폰 업체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에 따르면 오는 6월까지 8개 업체가 1만5000~1만9000원대 5G 요금제를 20여개나 선보일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보도자료에서 "인하된 도매대가와 대량 구매 할인 제도를 활용하면 기존 대비 최대 52%의 인하 효과가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 | 연합뉴스]

새 요금제의 효과는 즉각 나타나는 듯하다. 무엇보다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이용자가 부쩍 늘었다. 지난 2월 이동전화 번호이동은 57만5642건으로 1월(49만4530건)보다 16.4% 증가했다. 번호이동 수치가 57만건을 넘은 건 2017년 12월(60만3457건) 이후로 7년 만이다.

KMVNO 관계자는 "도매대가 인하 덕분에 알뜰폰 사업자들이 더 경쟁력 있는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면서 "알뜰폰 시장의 전환점으로 작용할 이번 1만원대 5G 요금제를 발판으로 합리적인 요금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수아쉬운 데이터 = 다만, 알뜰폰의 새 요금제에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건 아니다. 5G 이용자가 종량제 요금보단 무제한 요금제를 선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 요금제의 데이터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실제로 5G 이용자의 1인당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7.9GB(과기부·2월 기준)에 달하고, 그 수치는 매월 조금씩 늘고 있다.

알뜰폰 업체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처음엔 가격에 매력을 느껴 1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했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원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가입자가 이탈하지 않도록 하려면 100GB 또는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수이통3사 자회사 = 고려해야 할 변수는 또 있다. 알뜰폰 업체라고 다 알뜰폰이 아니다. 전체 시장 중 47.0%는 이통3사 자회사다(과기부·2024년 6월 기준). 알뜰폰 산업이 알찬 성장을 일궈내려면 이통3사 자회사를 제외한 순수 알뜰폰 업체가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점유율 경쟁이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통3사 자회사를 견제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도매대가 인하 조치를 이통3사 자회사에도 적용하는 만큼, 마음만 먹으면 이들 사업자도 1만원대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다.

[사진 | 연합뉴스]

KT의 알뜰폰 자회사인 KT엠모바일 관계자는 "이통3사 자회사도 도매대가 인하의 적용 대상이다"면서 "1만원대 20GB 요금제를 출시하면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은 따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점유율 제한'도 진행 속도가 더디다. 지난해 10월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통3사·금융권·대기업 자회사의 시장 점유율을 60%로 제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12월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4개월이 흐른 지금까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새 요금제는 과연 알뜰폰의 동아줄이 될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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