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국 우선주의 탓에 K방산 발목 잡히나···EU “유럽산 무기부터 사라”[이현호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5. 3.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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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8000억 유로 동원 재무장 계획 발표
“K방산 경쟁력 높아 수출 동력 유지될 것”
K방산 유럽과 손잡는 전략적 접근법 필요
폴란드에 수출된 K2 전차. 사진 제공=현대로템
[서울경제]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맞서 방위산업 분야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유럽산 구매)을 선언하면서 K방산이 유럽 방산시장 진출에 변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의 K-방산 견제가 날로 심화되는 상황에서 유럽마저 유럽산 무기구매 우선 정책을 표방하고 나서 자칫 K-방산의 입지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안보에서 손을 떼겠다고 압박하는 상황에 대비해 총 8000억 유로(약 1265조 원) 동원을 목표로 ‘유럽 재무장’을 추진하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유럽산 우선 구매 정책을 제시했다.

그는 유럽 재무장 자금이 해외로 흘러간다면 “유럽에 좋지 않은 일”이라며 특히 8000억 유로 가운데 EU 예산이 직접 활용될 1500억 유로(약 237조 원)의 무기 공동자금 대출금과 관련해 ‘유럽산 한정’ 방침을 분명히 했다.

EU의 재무장 계획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과 우크라이나 안보에 발을 빼겠다고 압박이 커지면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재무장을 계기로 EU 내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재무장 계획에 따라 EU는 전체 8000억 유로 중 6500억 유로(약 1028조 원)를 회원국들이 4년 간 부채 한도 걱정 없이 국방비를 증액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EU는 재정적자나 국가부채를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 60% 이하로 유지한다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나머지 1500억 유로(약 237조 원)는 EU 예산을 직접 활용해 무기 공동 구매용 대출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대출금으로는 유럽산 무기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할 방침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대출금으로 미국산 F-35 스텔스 전투기를 공동 구매해도 되나’는 질문에 “각국이 군사 대비 태세를 위해 필요한 것을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개별국의 권한이지만, 이 대출금은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사청 “조인트벤처·현지공장 설립 지원”

주목해야 할 것은 유럽의 경우 우리나라의 주요 방산 수출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EU의 이런 정책은 국내 방산기업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방산기업은 폴란드와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등 동유럽을 중심으로 K-9 자주포, K2 전차, FA-50 경공격기 등을 수출해왔다.

폴란드와는 2022년 7월 초대형 무기 수출 관련 기본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8월 총 124억 달러(약 18조 원) 규모의 1차 계약이 성사됐다. 1차 계약에는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212문, FA-50 경공격기 48대 등의 공급 계획이 담겼다.

게다가 폴란드 2차 수출 계약은 2023년 12월 K-9 자주포 152문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 달에는 60억 달러(약 9조 원) 규모의 K2 전차 180대 수출 계약 성사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늘어나는 방위비를 역내 방산 제품 구매에 우선 쓰고자 하지만 이는 공동 예산에 국한된 것이어서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게다가 러시아발 안보 위협에 노출된 동유럽의 경우 당장은 한국산 무기를 전면 배제하는 것은 쉽지 않고 오히려 방위비 증액이 K-방산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방산 전문가인 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프랑스 등 공동 예산을 유럽 쪽에서만 (우선) 사용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동유럽의 경우 그것은 쉽지 않은 얘기”라며 “총론은 같지만, 각론에는 차이가 있다”며 K방산에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했다. 오히려 품질과 납기 등 측면에서 K방산이 워낙 뛰어나 향후 4∼5년은 유럽 수출 동력이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프랑스·독일·영국 등 유럽의 방산 선진국들은 한국 방산 업체의 안방 진출을 우려하고 강하게 견제하려는 모습은 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유럽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유럽의 방산 선진국들과 공동 이익을 도모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이 나온다.

이 같은 유럽의 분위기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유럽시장 내 K-방산에 대한 우호적인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EU 등과 상호 협력체계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폴란드 등 기존 방산 협력 국가를 비롯해 기타 유럽 국가들과 조인트 벤처, 현지 공장 설립 등 현지화 추진을 통한 상호 호혜적 방산 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국내 방산기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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