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고있나…韓, 4년간 美에 1000억달러 쏟았다

김민중 2025. 3.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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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각)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조업 일자리와 공장을 뺏어오겠다.”

대선 후보 신분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유세 현장에서 이렇게 외쳤다. “중국에서 펜실베이니아로, 한국에서 노스캐롤라이나로, 독일에서 조지아로 제조업의 대규모 엑소더스(대이동)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폭탄’을 날리며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는 중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런 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는 사실 미국이다. 해외직접투자 가운데 대(對)미국 비중이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이런 한국이 트럼프 변수에 미국 투자를 오히려 줄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해외직접투자액은 220억8000만 달러(약 32조1300억원)를 기록했다. 2021년 이후 4년 연속 200억 달러 선을 넘어섰다. 4년 치를 합하면 1000억 달러를 웃돈다. 강병중 기재부 국제경제과장은 “지난해까지 한국 기업들의 대미 첨단산업(반도체ㆍ배터리 등) 투자가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해외직접투자란 한 국가의 기업 등이 외국에서 새 법인ㆍ공장 등을 설립하거나 기존 외국 기업에 투자하는 걸 뜻한다.

지난해 대미 투자액은 사상 최대치였던 2022년(295억 달러)이나 2023년(279억9000만 달러)과 비교해 적긴 하다. 이는 2022년에 워낙 대미 투자가 집중된 데 따라 기저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국가로 투자까지 포함한 전체 해외직접투자 규모가 2022년(817억 달러) 사상 최대치를 찍은 이후 글로벌 고금리 등 불확실성 탓에 지난해 639억5000만 달러까지 감소한 영향도 있다.

지난해 전체 해외직접투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대상국은 미국이었다. 2위는 케이만군도(66억3000만 달러)로 미국과 격차가 컸다. 그 뒤로 룩셈부르크(59억9000만 달러), 캐나다(37억9000만 달러), 싱가포르(26억9000만 달러) 등이 따랐다. 미국은 2011년부터 14년 연속 한국의 최대 투자 대상국이었다.

미국 입장에서 봐도 해외 국가 가운데 한국이 최대 대미 투자국이다. 지난해 9월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자료를 분석한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2023년 미국에 투자하기로 약정한 금액 기준(215억 달러)으로 1위였다.

반면 중국으로의 직접투자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2022년(85억4000만 달러)에서 2023년(18억9000만 달러) 80% 가까이 쪼그라든 데 이어 지난해(18억1000만 달러)에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미국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대중 투자 비중은 2010년 1위였지만, 2011년 미국에 내준 데 이어 지난해 8위까지 떨어졌다.

김경진 기자


미국이 중국과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미국 우선주의’를 펼치는 가운데 한국이 힘을 계속 보탰다는 뜻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5월 보고서를 내고 “한국의 대미 투자는 양국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우선 한국의 대미 투자가 10% 상승하면 한국 수출은 0.202% 오른다. 미국 현지에서 설립된 법인이 한국으로부터 상품을 조달하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선 고용ㆍ경제성장ㆍ수출 등 다방면에서 한국으로부터 혜택을 받았다는 의미도 된다. 2021년 기준 미국 내 한국 기업의 근로자 1인당 평균 연간 급여는 10만4000달러로 전체 평균(8만7000달러)을 웃돌았다. 자산 규모 대비 미 경제성장 기여도는 27개국 중 10위, 미국 대외 수출 기여도는 26개국 중 5위였다.

하지만 한국의 대미 투자가 앞으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주기로 한 보조금을 취소할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환경이 악화하고 있어 한국 기업 입장에선 투자를 계속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기업 지원을 중단하고 재원을 정부부채 절감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트럼프발 관세 후폭풍이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대미 투자는 물론 해외직접투자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는 위험 요소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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