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7일 배송제보다 주 5일 근무제 정착이 우선"

임용현 2025. 3. 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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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남희정 택배노조 CJ대한통운 본부장 인터뷰

[임용현]

택배업계의 속도전이 나날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로켓배송으로 배송시장을 석권한 쿠팡에 대한 경쟁업체의 추격전이 올해 들어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새벽 배송을 비롯한 익일 도착 보장 서비스는 어느덧 소비자들 사이에 기본값으로 인식되고 있고, 이제는 당일 배송, 휴일 배송으로까지 경쟁이 확산하는 추세다.

쿠팡의 가파른 성장세에 위기감을 느낀 CJ대한통운은 새해 첫 일요일부터 '주 7일 배송'을 시작했다. 끝 모를 속도 경쟁에 택배 노동자들의 건강권만 더욱 침해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CJ대한통운은 주 7일 배송제 도입과 함께 주 5일 근무제 확대로 택배 노동자들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주 7일 배송제가 도입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변화를 체감하기엔 충분할 수도, 부족할 수도 있는 시간이다. 일선 택배 현장에서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남희정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 본부장을 지난 2월 15일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2025.02.14. 택배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남희정 CJ대한통운 본부장.
ⓒ 임용현
쿠팡식으로 해선 안 된다

그는 쿠팡의 로켓배송 이후 택배업계의 판도가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배송 속도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소비 흐름도 더욱 빠른 배송을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이 휴일 없는 상시 배송 체제로 전환한 것도 바로 이 같은 배경에서다.

"온라인 유통이나 택배 물량에서 쿠팡 쏠림현상이 심각해졌어요. 이런 상황에서 CJ대한통운이 주 7일을 도입해서 따라가는 형국인 거죠. 이렇게 소비자 편익을 앞세운 속도 경쟁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면, 그럴 때 최소한의 원칙은 택배 노동자의 과로를 부추기는 방식으로 배송 시스템이 만들어져선 안 된다는 거예요."

앞서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대리점 연합과 지난해 9월부터 교섭에 나섰다. 지난해 8월 CJ대한통운이 2025년부터 주 7일 배송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노동조건을 논의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10차례의 교섭 끝에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 대리점 연합은 단체협약의 첫 단계인 기본 협약을 도출했다. 기본 협약에는 주 7일 배송제를 도입하면서 주 5일 근무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내용을 포함해, 택배 노동자 처우 개선 및 노조할 권리 보장 등이 담겼다.

"저희가 회사에 강력히 요청한 게 쿠팡식으로 하면 안 된다는 거였어요. 얼마 전 국회 청문회도 있었지만, 쿠팡이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해 약속했던 후속 조치들이 지금도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거든요. 그래서 쿠팡처럼 회사가 일방적으로 주 7일 배송, 휴일 배송을 강행하면 반드시 노동조건이 후퇴하고 과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저희 주장이었어요. 이런 문제를 방지하려면 결국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돼야 하고, 휴가 제도가 확립돼야 하고, 그렇게 제도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휴식권이 보장되는 게 중요하다고 본 것이죠."
 택배노조와 CJ 대한통운 대리점 연합이, 주 7일 배송과 관련하여 기본 협약을 도출했지만, 대리점 중에는 이 합의를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한 곳이 많아 지난 1월 23일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노동과세계
원청인 CJ대한통운이 책임 있게 나서야

공휴일과 일요일에도 택배 영업을 쉬지 않겠다는 결정과 이틀 휴무를 보장하는 주 5일 근무제의 시행이 과연 양립할 수 있는 구상일까.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인력이 늘어야 한다. 빨간날에도 쉬지 않는 상시적인 배송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인력 충원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주 5일 근무가 현장에 안착하려면 추가 인력 투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원청에서 이 계획을 분명히 제시해야 하는데 그게 아직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대리점들도 용차(파트타이머)라고 해서 외부 인력을 임시로 투입하는 실정인데, 지속 가능한 방식이 전혀 아닌 거죠. 그래서 3월에 예정된 추가 교섭에서는 주 5일 근무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고민이 있습니다."

남희정 본부장의 고민은 또 있다. 수입 보전을 위해 기존의 주 6일 근무제를 유지하고 싶다는 조합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저희 조합원들 설문조사를 해 보니까 한 절반 정도는 주 5일 근무하고 싶다고 답해요. 나머지 절반은 수입이 줄면 안 되기 때문에 그냥 현행대로 가면 좋겠다, 이런 상태에 있는 거죠. 노동조합 입장으로 보면 주 5일제를 일률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어서, 근무 형태 변경 여부는 조합원 각자의 선택에 맡겼어요."

결국 원청의 투자가 뒷받침돼야 추가 인력 투입도, 실질임금 저하 없는 주 5일제 시행도 가능한 상황이다. 본사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택배 노동자를 쥐어짜 주 7일 배송제에 나선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게 남 본부장의 생각이다.

장시간 노동과 휴식 없는 삶, '특수고용직'이라는 굴레

한편, 주 5일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중장기 과제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택배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배송 수수료를 받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건당 수수료가 곧 이들의 임금이나 마찬가지다. 당연히 배송 상품 개수가 많을수록 수수료 수입도 많아진다. 장시간·고강도 노동을 부추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건당 수수료를 받다 보니까, 한 개라도 더 배달하고 1시간이라도 더 일하면 더 많이 돈을 버는 구조인 거죠. 장시간 노동으로 내모는 구조예요. 그래서 택배 노동자에게 적정 수수료를 보장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장시간 노동도 근절될 수 있지 않겠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장시간 노동 근절만큼이나 휴식권 보장도 중요한 과제다. 사실 주 7일 배송제 도입 이전에도 택배 노동자들은 충분히 쉬지 못하고 있었다.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은 일요일, 공휴일을 포함해 연중 약 70일의 휴무일이 보장됐다. 그런데 주 5일 근무제가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원청이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휴일 없는 배송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현장의 노동자들이 고강도 노동에 종사하는 만큼 충분한 휴식권이 보장돼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이죠.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연시할 게 아니라, 건강과 안전은 일하는 사람 모두의 권리이자 사업주의 의무이기도 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습니다."

기본 협약에는 연중 3일의 유급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법정 유급휴가도 보장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현실을 생각하면 그나마 개선된 지점이다.

"고작 연중 3일이에요. 그래서 휴가를 확대해서 충분한 휴식권을 보장하는 것, 이게 저는 사회적으로도 더 많은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시다시피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고용이 불안정한 데다가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근로기준법 밖에 있는 저희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도 건강과 안전에 관한 기본적인 권리들이 필수적으로 보장돼야 합니다."

속도를 줄이고 혹사를 멈추기

택배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 보장을 위해서는 또 무엇이 필요할까. 끝으로 택배노조의 향후 과제와 고민에 관해 물었다.

"아시다시피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만의 노동조합이 아니고, 전체 택배 현장을 아우르는 산별노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택배 산업 전반적으로 배송 속도 경쟁이 너무 치열해요. 이 상황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면 끊임없이 우리의 휴식권을 박탈해 가면서 과로 노동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이 구조가 계속 유지될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배송 속도 경쟁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이 문제는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쿠팡의 로켓 배송이 고객들의 소비 패턴을 바꿔놓은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전 사회적인 합의도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고 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새벽배송, 야간배송 문제가 완전 사각지대에 처해 있어요. 쿠팡이 로켓배송, 새벽배송을 처음 도입하고 나서, 이제 CJ대한통운이 주 7일 배송을 하고, 마켓컬리도 일요일날 배송하겠다고 하잖아요. 이렇게 노동자들 몸을 망가뜨리는 장시간 노동, 심야노동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규제할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의 필자인 임용현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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