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대 않겠다"더니…남산 곤돌라 막은 케이블카, 왜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시 중구 남산 예장공원. 각종 건축 장비가 방치된 채 쌓여있었다. 허술한 안전펜스 너머로 입간판 일부가 넘어져 있고, 건축 부자재는 그물망·방수포로 대충 덮여있다.
이곳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곤돌라 하부 승강장 예정지다. 시공은 신동아 건설이 한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8월 착공 이후 공정의 절반가량을 진행할 시점이다. 11월까지 공사를 마치고, 2026년 시운전 예정이었다. 완성되면 25대의 곤돌라가 예장공원에서 남산 정상까지 832m 구간을 오가며 시간당 최대 1600명을 태운다.

남산 곤돌라 사업이 남산 케이블카 운영사인 한국삭도공업의 반대로 중단된 상황에서, 한국삭도공업이 서울시의 곤돌라 사업을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중앙일보가 확보한 서울시 심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는 지난 2023년 1월 17일 열린 제1차 심의에서 두 번째 안건으로 ‘남산1 근린공원 조성계획결정(변경) 및 경관심의(안)’를 조건부 가결했다.
당시 회의는 한국삭도공업 측이 남산 케이블카 리모델링 계획을 서울시에 제안하면서 열렸다. 해당 제안에 대해 서울시 중부공원여가센터는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남산 케이블카 시설 전면 교체를 위한 공원 조성계획 변경은 불허(不許)한다’는 의견을 냈다. 서울시의회에서 남산 케이블카라는 공공재를 민간 기업이 독점 운영하는 문제를 시정하라는 지적을 받았고, 곤돌라 사업과 중복되는 문제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승강장 공사 중단…연내 공사 완료 요원

한국삭도공업 측은 도시공원위원회에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곤돌라 사업 등 남산 관련 교통 정책에 반대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심의 가결을 요구했다. 당일 회의에는 한국 삭도공업 관계자가 ‘안건 설명자’ 자격으로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공원위원회는 곤돌라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한국삭도공업의 의견을 전제로 안건을 조건부 가결했다.
조건부 가결 이후인 지난해 9월 한국삭도공업은 “곤돌라가 생기면 케이블카는 손해를 본다”며 법원에 ‘도시관리계획 결정 처분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서울행정법원(부장판사 최수진)은 지난해 10월 30일 “케이블카 운영사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함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집행정지를 인용하면서 서울시는 곤돌라 사업을 중단한 상황이다. 양측은 지난달부터 법정에서 다투고 있다.

오세훈 “케이블카, 대대손손 독점하며 수익 독식”

적지 않은 서울시민은 남산 케이블카를 서울시가 운영한다고 오해한다. 남산 케이블카 승강장 곳곳에 설치된 서울시·중구청 안내문·포스터도 이런 오해를 부채질한다.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솔직히 1인당 1만2000원(편도)~1만5000원(왕복)이라는 탑승료나 10분에 1500원을 받는 주차요금이 비싸게 느껴진다”며 “하지만 정부(지자체)에서 공익적 목적으로 쓸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산 케이블카는 과거 대한제분 사장이었던 고(故) 한석진 씨가 설립한 민간 회사다. 한광수·이기선 공동대표 등 일가족 6명이 지분을 보유한 가족회사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 10일 열린 ‘지속가능한 남산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곤돌라 공사가 멈춘 것과 관련 “불합리한 독점을 바로잡고 공공성을 회복하는 노력을 법이 가로막고 있다면, 법이 가진 문제를 바로잡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남산 케이블카는 두 가문이 대대손손 독점하면서 수익을 고스란히 독식해왔고 서울시와 남산에 대한 기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며 “곤돌라 사업은 공익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했다.
‘곤돌라 사업에 반대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던 것과 관련 한국삭도공업 변호인 측은 “소송 중인 사건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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