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무서워요" 의대 1·2학년 합동강의, 169명 중 7명 왔다 [르포]
" “출석은 확인했죠? 그럼 시작합니다.” "
12일 오후 3시 인하대 의과대학 3층. ‘인하와 참의사’ 강의를 맡은 이훈재 학장이 출석 체크를 끝냈다. 이 수업은 의예과 24학번 49명, 25학번 120명 등 총 169명을 대상으로 개설된 대형 강의이나, 이날 실제 강의실에 모인 사람은 11명이었다. 이 중 4명은 공동 강의를 맡은 교수들로, 학생은 7명에 그쳤다.
강의실은 교수들이 주로 사용하는 3층에 마련됐다. 학교 관계자는 “수업 듣는 학생들이 선배 눈에 띄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보호 조치”라고 설명했다.
“학습권 침해하는 학생도, 못 말린 나도 징계 받아야”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한 지 일주일 째지만 복귀 움직임은 여전히 미미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생들의 수업 참여율은 지난해와 비슷한 10%대에 머무르고 있다.
인하대 등 각 의대는 서신, 대면 면담 등을 통해 학생들을 설득하고 있다. 이훈재 학장은 학기 시작 전 학생들에게 메일을 통해 “입학 후 1년 간은 휴학이 불가하며 복학하지 않으면 제적 처리된다”고 경고했다. 때문에 학생으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협박 메일도 받았다고 한다.
이 학장은 “선배들과 의대생 단체 등이 학교-학생의 개별 면담까지 막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참담함을 감출 수 없었다”며 “강요 행위를 한 학생들을 징계해달라고 학교에 건의한 상태”라고 했다. 이어 “학생 미복귀 시엔 교육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나 또한 징계를 감수하려 한다”고 말했다.
교수 설득에도 학생들 “수업 불가능 할 것”
같은 날 수도권 소재 의대에선 학장과 학생들의 온라인 간담회가 열렸다.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석해 두 시간 가량 대화를 이어갔다. 학장은 수업 복귀를 설득하면서 “여러분이 낸 휴학원은 다음 주 반려할 것이며, 복학하지 않으면 제적 처리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채팅창을 통해 학장에게 날선 질문을 쏟아냈다. “왜 (수업 거부) 학생을 보호하지 않냐”고 항의하거나 “현재 기숙사, 실습실로 증원 인원을 수용 가능하냐”며 따져 묻기도 했다.
학장은 의대생의 수업 거부 상황을 두고 "전쟁에 비유한다면 정규군(기성 의사들)은 전쟁에 참여하지 않고 훈련병(전공의)들은 훈련 장소를 이탈한 상태”라며 “여러분 같은 학도병(의대생)이 '총알받이'로 이용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업 복귀가 지연되면 학생들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게 커진다는 취지였다.
“선배 무서워 못 간다” 학부모 민원도
복귀를 놓고 스승과 제자의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수도권 소재 의대 관계자는 “오늘 두 시간 동안 학부모 두 분과 통화했다”며 “한 분은 ‘아이가 선배들이 무서워 못 가고 있다’며 울먹였다”고 했다. 또 다른 한 본과 4학년 학생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부 제안을 받아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가 움직일 것이고, 그래야 학생들도 수업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민지·인천=이후연·남수현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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