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까지 내려놓는 참회의 기도 뒤엔 기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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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날한시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대상에게 기도했지만 그 속내와 태도는 전혀 달랐다.
예수가 비유로 언급한 '성전에서 기도하는 바리새인과 세리(稅吏)' 이야기다.
김지철(77)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미목원) 이사장은 세리의 기도를 "폐부를 찌르고 속마음을 아는 분께 거짓 없이 자신을 철저히 벌거벗긴 참회의 기도"로 본다.
이런 면에서 참회의 기도는 부끄러운 기도가 아니라 기쁨의 기도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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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철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 이사장
한날한시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대상에게 기도했지만 그 속내와 태도는 전혀 달랐다. 예수가 비유로 언급한 ‘성전에서 기도하는 바리새인과 세리(稅吏)’ 이야기다.(눅 18:10~14) 정기적으로 십일조와 금식을 한 바리새인은 세리처럼 죄 많은 이들과 같지 않음에 감사했다. 곁에서 고개 숙인 세리는 “죄인인 절 불쌍히 여겨달라”고 기도했다. 둘 중 예수가 칭찬한 이는 자기를 낮춰 기도한 세리였다.
김지철(77)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미목원) 이사장은 세리의 기도를 “폐부를 찌르고 속마음을 아는 분께 거짓 없이 자신을 철저히 벌거벗긴 참회의 기도”로 본다. 김 이사장은 서울 강남구 소망교회 담임 시절 매 주일예배 설교 후 이와 같은 기도를 했다. 최근 출간한 ‘참회의 기도’(비아토르)는 2012년부터 그가 은퇴했던 2018년까지 6년간 했던 참회의 기도를 엄선한 책이다. 지난 6일 서울 성동구 미목원 사무실서 만난 김 목사는 “예배 후 3분간 제 역할을 하고 사라진 이 기도를 복원해 준 출판사에 감사를 전한다”며 미소지었다.
-기도 내용이 꽤 솔직합니다.
“참회의 기도는 하나님 앞에 나 자신을 밑바닥까지 내려놓는 ‘한계성의 고백’이니까요. 인간은 초라한 자신의 한계를 직면할 때 하나님이 허락한 자비와 긍휼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참회의 기도는 부끄러운 기도가 아니라 기쁨의 기도에 가깝습니다. 고통의 실존을 아뢰다 하나님의 자비를 깨달으면서 기쁨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입니다. 이 소중한 경험을 놓치지 말라는 의미에서 저는 주변에 참회의 기도를 권합니다.”
-기억에 남는 기도문이 있습니까.
“책을 보면서 ‘이렇게까지 기도했나’ 싶은 건 있더라고요.(웃음) ‘내겐 가룟 유다처럼 반역의 피가, 고난받는 예수님을 뒤로하고 내뺐던 제자들처럼 비겁자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기도한 게 기억납니다.
참회의 기도에선 설교 주제와 반대되는 나와 우리의 현실을 참회했습니다. ‘기뻐하라’는 주제로 설교를 준비했다면 ‘왜 우리네 삶엔 기쁨은 적고 불평이 가득한가’를 역으로 추적해 기도문을 쓰는 식입니다. 삶에서 쉬이 했을 법한 불평을 끄집어내는 기도인데도 여러 성도님이 좋아해 준 기억입니다. ‘설교보다 기도 들으러 교회 온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매주 참회 기도문을 쓰는 게 어렵진 않았습니까.
“인간의 약점과 상처를 토로하는 기도이기에 어떻게 하면 이를 섬세하게 다룰 수 있을지 항상 고민했습니다. 기도문을 쓸 때 참고한 모범은 성경 속 참회의 기도입니다. 구약은 시편 51편, 신약은 로마서 7장이 대표적입니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나는 의인이자 죄인’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참회의 기도 역시 이런 자기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감사 기도를 하면서도 제가 이룬 성과인 양 오만해지는 게 인간입니다. 자기 과시로 흐르는 기도를 교회서 종종 접하는 이유입니다. 바리새인이 했던 기도였지요. 우리도 경계해야 합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에 필요한 참회의 기도는 무엇일까요.
“건강한 신앙에 기초해 정치적 이념을 밝히는 건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문제는 정치적 이념이 신앙보다 우위에 올라서는 것이지요. 저는 기독교인이 예수께서 가진 본질적 입장,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는 제3의 지점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수의 제자 가운데는 보수와 진보 진영에 속한 이들이 고루 있었습니다. 로마 제국 편에 선 세리와 이에 대척점에 있던 열심당원은 함께 있기도 힘든 집단입니다. 예수의 품이 얼마나 넓었나 생각합니다. 우리는 좌우 진영을 아우르며 하나님 나라 운동을 펼친 예수님을 배워야 합니다. 어떤 쪽을 지지하든 자기 속의 문제와 위험성을 돌아보게 돕는 참회의 기도도 절실합니다.”
-은퇴 7년 차입니다.
“은퇴 이듬해부터 지금껏 미목원에서 목회자와 신학생 멘토링을 주로 했습니다. 평소 후배들에게 ‘후생가외(後生可畏·후학을 두려워하다)’라거나 ‘너희가 떠오르는 해라면 나는 지는 해’라고 격려하곤 했습니다. 다만 지는 해는 아름다운 노을을 보여주지 않습니까. 하나님이 생명을 허락하는 한 후배들과 계속 말씀 사역을 하며 순종의 삶을 사는 게 제 소원입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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