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캐논 연구소 “中, 세계대전 당시 일본과 같은 실수 하지 말아야”

미야케 구니히코 캐논 글로벌전략연구소 연구주간 인터뷰

지난 5일 일본 도쿄 캐논 글로벌전략연구소에서 미야케 구니히코 일본 캐논 연구주간이 한일중 기자단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한일중3국협력사무국

“중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저질렀던 것과 같은 실수를 절대 반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일본 캐논 글로벌전략연구소 미야케 구니히코(72) 연구주간은 지난 5일 한일중3국협력사무국(TCS)이 주최한 3국 기자단 인터뷰에서 “절대 미국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말고 국민의 복지와 삶을 최선으로 삼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캐논 글로벌전략연구소는 캐논 그룹의 지원을 받아 2008년 설립된 정책 연구소로, 외교·안보·경제·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독립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미야케 연구주간은 약 27년간 외교·안보 분야에서 활동한 전직 외교 관료다. 주이라크일본대사관 공사와 외무성 중동국 부국장 등을 지냈다. 아베 정권 당시 아키에 아베 여사 행정 보좌관과 스가·기시다 내각의 총리실 특별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日,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과소평가했다

미야케는 현재 관세 전쟁으로 표출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경쟁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의 행동이다. 불행히도, 중국은 미국의 정책을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1941년 일본이 미국을 공격한 것은 전략적으로 커다란 실수였다. 미국이 쇠퇴하는 상황에서 그들로부터 불공평하고,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할 때 힘을 사용해 국제 질서를 바꾸려고 했던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했던 실수”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의 힘을 과소평가했고 독일과 이탈리아의 힘을 과대평가했다. 당시 우리는 민족주의적이며 이민자를 배척했고, 포퓰리즘적이었다. 이는 일본에 큰 교훈이 됐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미국은 군사적 팽창을 이어가는 일본에 대해 철강·석유 등 전략 물자 수출 제재 조치를 내렸다. 일본 내부에선 군사적 대응이 해결책이라는 강경론이 힘을 얻었고, 1941년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공습했다. 미국과 전면전을 치른 일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면서 패전국으로 전락했고, 미국 주도의 전후 질서에 편입됐다. 현재 미국과 체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도 이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전면으로 충돌했을 때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韓 용기 덕분에 한일관계 개선… 日 미온적 대응 아쉬워"

최근 한일 관계 개선 흐름에 있어 일본의 태도가 미온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일본의 대응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2년간 한국이 취한 용감한 이니셔티브에 대해 일본은 더욱 긍정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호응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 유감”이라고 했다. 그는 집권 중인 자민당에 대한 낮은 지지율을 지적하며 “만약 아베 총리가 있었다면 적어도 한국에 대한 기조를 부분적으로 변경했을 수도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최근 내각은 인기가 없었고 ‘용감한 결정’을 내릴 강력한 정치 지도자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10년 전만 하더라도 한일 관계가 개선되기까지 30년 이상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한일 관계는 양국의 국내 정치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며 “지금처럼 관계가 개선된 건 한국 정부가 대담한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정치 양극화는 세계적 추세… 경제 해결 없이는 한일도 위기

한국 젊은 세대의 보수화 흐름과 관련해선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보수화 현상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나 진짜 문제는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에선 이미 극좌·극우 움직임이 모두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 신자유주의는 결국 자본주의 양극화를 해소하지 못했고, 유럽과 미국에서 백인과 남성, 그리고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이 외면당했다. 결국 유럽은 양 극단을 향했고, 미국은 트럼프를 당선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행인 점은 일본과 한국이 조금 더 사회주의적이기 때문에 빈부 격차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라며 “이런 문제를 파고드는 ‘아시아의 트럼프’가 등장해 지지를 얻는다면 좌절감에 빠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젊은이들이 실제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 모두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양 극단으로 향하는 젊은이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미야케는 “이것이 산업화된 민주주의에서 직면한 위협”이라며 “결국 경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빈부 격차를 줄여 집을 사고, 차를 사고, 배우자와 결혼해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 모두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 목도하는 상황이 나타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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