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글쓰기] 상대방 운전이 서툴면 튀어나오는 말, 그만 좀 부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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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를 살아가는 4050 시민기자가 취향과 고민을 나눕니다.
나는 올해로 운전경력 만 20년이다.
보통 초보운전은 동선 하나를 정하고 매일 그 길만 연습한다는데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내 운전 환경과 노력이 합쳐진 결과, 타고난 길치인 나도 내비게이션 없이 서울 시내 골목을 누빌 만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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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를 살아가는 4050 시민기자가 취향과 고민을 나눕니다. <편집자말>
[최은영 기자]
나는 올해로 운전경력 만 20년이다. 1종 보통면허라서 초반에는 아빠의 수동 갤로퍼로 연습을 했다. 클러치와 기어변속 조합이 깨달아진 순간부터 운전을 좋아했다.
보통 초보운전은 동선 하나를 정하고 매일 그 길만 연습한다는데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오전에는 문화센터 강사, 오후에는 피아노 개인레슨을 하기에 동선이 매일 바뀌었다. 하루에도 주차를 열댓 번 씩 했다. 운전이 강제로 빨리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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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막히는 구간이 있더라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사람은 다양했다 |
ⓒ 픽사베이 |
20년 전부터 김여사라는 단어를 싫어한 나는 욕먹는 차량 운전자를 유심히 보는 버릇이 있다. 관찰 결과, 성별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주 3회 아이를 데리러 갈 때 2차선만 유난히 막히는 한 블럭이 있다. 길이 익숙한 나는 일찌감치 1차선으로 가면서 2차선 맨 앞 운전자를 종종 확인한다. 앞이 뻥 뚫렸는데 천천히 가는, 소위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주범은 김여사가 아니었다. 20대부터 60대까지, 성별 상관없이 다양했다.
버스 기사는 나보다 운전을 훨씬 많이 한다. 그가 운전자를 확인하는 성의만 있었더라도 이게 성별의 문제가 아님을 알았을 테다. 그런데도 무조건 '김여사'로 퉁치는 건 본인의 고정관념을 바꿀 생각이 없는, 바뀌는 세상을 들여다 볼 마음이 뭔지도 모를 만큼 게으른 사람이라는 증거이다.
도로 위 많은 문제는 성별 상관없이 생기는데 그 주체는 덮어놓고 여성인 '김여사'다. 남성 운전자를 비하하는 단어는 아예 없다. 남성 운전자 모두가 초보시절부터 완벽한 운전을 했을 리는 없다. 그런데도 김여사 같은 단어가 없는 거 보면 애초에 남성 운전자의 실수에는 너그러웠던 게 아닐까.
경찰청의 <교통경찰 업무관리 시스템>에서는 운전면허 소지자 현황을 성별로 파악할 수 있다. 1976년 여성 운전면허 소지자는 1만 4587명으로 전체의 1.8%였다. 2022년에는 1466만 7천명으로 23배가 증가해 전체의 41%를 차지한다. 이 많은 여성들이 버스 기사님이 욕했던 '김여사'였다면 대한민국 도로는 진작에 마비됐어야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도로 위 문제는 성별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운전 습관과 경험의 문제다. 이 당연한 사실이 모두에게 당연해지길 바란다. 아울러 누구에게는 거칠게, 누구에게는 너그럽게 적용되는 이중의 기준은 이제 없어질 때다. 개인의 실수는 성별의 틀 안에서 판단되어서는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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