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하락 몰랐다"던 홈플러스, '공시 사흘전' 알고도 채권발행 '강행'
홈플러스 "24일에 승인·약정 완료" 해명에도…업계는 '글쎄'
(서울=뉴스1) 김근욱 강수련 기자 = 홈플러스가 지난달 25일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하락 예정 사실을 1차 통보받고, 이튿날 재심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홈플러스 측은 '27일 오후 5시 통보'가 인지 시점이라고 밝혔으나, 25일에도 통보를 받았던 것이다. 신용평가사들은 28일 신용등급 강등을 공식 공시했다.
2월 25일은 홈플러스 관련 특수목적법인(SPC)이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마지막으로 발행한 날이기도 하다.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을 알고도 SPC를 통해 채권 발행을 강행했는지 여부가 논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신영증권은 SPC를 설립해 수년 전부터 카드사로부터 홈플러스 카드매입채권을 인수해 이를 기초자산으로한 ABSTB를 발행해 왔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알고도 채권이 발행되게 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쳤다고 주장한다. 반면 홈플러스는 "ABSTB 발행건은 이미 24일 승인·약정이 완료됐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 '2월 25일' 통보받아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을 언제 인지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약 4000억 원 규모의 ABSTB에 투자한 개인들의 피해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27일 오후 5시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뉴스1 취재 결과, 홈플러스는 이보다 이틀 앞선 지난달 25일 이미 1차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5일 오후 신용평가사 실무담당자로부터 신용등급이 기존 'A3'에서 'A3-'로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예비평정 결과'를 전달받았다. 이에 홈플러스는 26일 재심을 신청했고, 27일 오후 5시 최종 신용등급 하락 통보를 받았다. 신용평가사들은 이튿날인 28일 신용등급 강등을 공시했다.
ABSTB 발행 강행 논란…홈플러스 "24일에 승인·약정 완료"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 '인지' 시점이 중요한 이유는 ABSTB와 관련된 책임 공방 때문이다.
홈플러스의 ABSTB를 매입한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금 손실을 우려하며 지난 12일 집단행동에 나섰다. 신영증권 등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알고도 채권을 발행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며 형사고소를 검토하고 있다.
실제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을 통보받은 2월 25일은 ABSTB가 마지막으로 발행된 날이기도 하다. 한국기업평가가 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 관련 SPC(특수목적법인)는 2월 25일 820억 원 규모의 ABSTB를 발행했다.
표면적인 날짜만 보면,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 통보를 받은 당일에도 홈플러스 관련 ABSTB 발행이 진행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ABSTB 발행 건은 24일 승인 및 약정이 완료됐으며, 25일은 카드사에서 지급만 이뤄진 것이다"고 해명했다.
신용평가업계 "등급 하락 가능성, 사전 인지했을 것"
다만 등급평가를 위해 신용평가사들과 소통이 이전부터 이뤄졌다는 점에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25일 이전부터 인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신용등급은 기업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조정될 수 없다"며 "평가 과정에서 기업 측에 재무자료 요청, 문제점 지적 등의 절차가 진행되므로 홈플러스도 등급 하락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도 "홈플러스의 영업적자, 재무 부담 문제는 이번 평가 이전부터 꾸준히 지적돼 왔다"며 "등급 통보 전에도 평가 과정에서 회사 측과 충분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다"고 밝혔다.
투자자 피해 현실화… ABSTB 규모만 '4000억 원'
홈플러스의 법적 책임과 별개로, 사업 구조가 부실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신한·롯데·현대카드 등의 '구매전용카드'를 이용해 매장에서 판매할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해 왔다. 이는 당장 현금 없이도 운영이 가능한 구조로, 자금 조달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들은 홈플러스가 갚아야 할 돈, 즉 '카드대금채권'을 갖게 되는데 카드사 입장에서는 이 돈을 카드결제일까지 기다려서 나중에 받는 것보다 바로 '현금화'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ABSTB다.
카드사들은 카드대금채권을 SPC에 넘기고, SPC는 이를 담보로 ABSTB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가 시작되면서 ABSTB의 원리금 상환은 중단됐다. 일반적으로 회생 절차에서 ABSTB 같은 금융채권은 후순위로 밀려 변제 가능성이 낮아진다. 증권·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ABSTB 규모는 약 400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3000억 원 이상이 일반 개인·법인 투자자에게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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