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주52시간예외' 정부 꼼수에 "과로사 쓰나미 올 것"

김경년 2025. 3. 1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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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부터 반도체 업계 '특별연장근로' 확대... 노동자 참여 없이 일방 추진

[김경년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도체 산업 '주52시간 예외' 조치가 야당의 반대로 가로막히자, 정부가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특례를 확대해 우회하겠다고 나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최 대행은 "반도체 산업의 치열한 기술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핵심 인력들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이 절실하다"며 "이를 위해 근로시간 특례 규정이 반도체 특별법에 포함돼야 하지만 여야 간 입장차이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기업들이 필요시 근로시간을 더욱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1회당 연장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

주52시간 예외조치 도입이 어려워지자,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확대라는 꼼수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반도체 산업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주52시간 예외'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다른 업계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반대하고 해당 조항을 제외한 반도체특별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최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명을 거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재 판결도 무시하고 계속 임명하지 않자, 더불어민주당은 '주52시간 예외'가 주 안건인 여야정협의회에 최 대행의 회의 참석을 반대해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장기간 연구개발이 필요한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1회당 '주 최대 64시간 근로' 인가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특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특례가 이르면 내주부터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는 전날인 11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소재기업,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 기업 단체들만 참석한 가운데 '반도체 연구·개발 근로시간 개선' 간담회를 열었다.

그러나 정작 반도체 산업 종사 노동자나 노동단체는 초대받지 못했다.
▲ '반도체 특별법' 반대하는 '방진복 시위' 나선 삼성반도체 노동자들 '재벌 특혜 반도체 특별법 저지·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은 지난 2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서 반도체 특별법에 반대하는 '방진복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유지영
"1년 내내 특별연장근로 하면 그것이 특별한 것인가"

이에 대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반 년 내내, 1년 내내 주64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하면 그것이 특별한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며 "이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희생하면서 단기적 성과만을 우선시하는 행태로, 반도체 노동자들에게만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하는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반발했다.

또 "과도한 노동시간 확대는 삼성전자의 성과주의 고과제도와 맞물려 경쟁이 심화되어 노동자들의 과로 현상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개발 성과와 산업 경쟁력 강화는 노동자의 건강과 권리를 희생해서는 달성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도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확대 방안이 강행되면 한국엔 '과로사 쓰나미'가 닥칠 것"이라며 "삼성 반도체 경쟁력이 전보다 못한 것은 국가 지원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노동시간이 경직적이어서도 아니며 삼성의 혁신 역량이 모자랐고, 인력 갈아 넣기가 핵심 노동력 이탈을 불렀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최 대행은 이어 "오늘 발표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13만 6000명 증가했지만 건설·도소매 취업자가 지속 감소하는 등 내수회복 지연에 따른 고용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며 "'1분기 민생·경제 대응플랜'을 통해 내수 등 민생경제 회복과 수출 지원에 총력을 다하고 일자리 여건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내년에는 '정부 R&D 30조 원 시대'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 연구개발의 열기를 확산시켜 나가겠다"며 "특히 AI, 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 분야와 반도체, 차세대통신, 모빌리티 등 국가전략 분야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R&D 예산은 지난해 26조 5000억 원에서 올해 29조 5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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