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감액배당…“과세 개편은 신중” [마켓딥다이브]
[한국경제TV 김채영 기자]
<앵커>
지난해 정부의 밸류업 시행으로 주주환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죠.
이에 따라 비과세 대상인 ‘감액 배당’을 내세우는 상장사 수가 급증하고 있는데요.
김채영 기자 브리핑 듣고 오시죠.
<기자>
올해 들어서만 20개 넘는 상장사들이 감액 배당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습니다.
셀트리온, 에스디바이오센서, 진에어 등 코스피 상장사뿐 아니라 율촌, 아이디스, 시노펙스 등 코스닥 상장사들도 최근 주총 안건에 ‘자본준비금을 줄이고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건’을 올렸습니다.
감액 배당은 기업이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주주에게 배당하는 방식을 뜻하는데요.
일반 배당의 경우 기업이 배당금 1천원을 책정해도 주주들은 배당 소득세 15.4%를 제외한 846원을 받게 되지만, 감액 배당은 배당금 전부를 온전히 다 수령할 수 있습니다.
상법 제461조에 근거해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 즉 배당 가능한 이익을 전환해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식입니다.
자본 항목을 줄여 주주에게 돌려주는 형태기 때문에 비과세가 적용되는 겁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같은 재원을 가지고 더 많은 분배금을 주주들에게 할당할 수 있어 주주환원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이점이 있죠.
감액 배당은 실질적으로 배당이 늘어나는 효과를 주면서 주가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셀트리온은 지난달 7일 감액 배당을 준비한다고 공시한 이후 주가가 8% 넘게 급등했습니다.
올해 연매출 5조원 가이던스 제시로 성장 기대감이 커진 데다, 비과세 배당 기대감까지 더해져 시가총액 6위에 오르기도 했죠.
레드캡투어는 실적과 비과세 배당 계획을 공시한 지난달 13일 주가가 30% 가까이 뛰어 상한가를 기록했고, 최근 한 달 동안 14% 급증했습니다.
우리금융 주주들도 감액 배당 수혜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7일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은행지주사 중 처음으로 감액 배당 계획을 밝힌 이후 2주 동안 주가가 10% 넘게 올랐습니다.
‘주주환원 확대’와 ‘주가 부양’ 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감액 배당은 앞으로 더욱 인기를 끌 것이란 전망이 많은데요.
일각에서는 정책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감액 배당은 결국 자본잉여금이라는 한정된 재원으로만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는 건데요.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자본준비금 3조 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안건을 의결한 우리금융도 감액 배당을 3~4년 정도만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감액 배당에 대한 세법 체계가 빈약하다는 문제도 제기되는데요.
자본준비금 일부를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배당하는 경우 투자원본을 돌려주는 개념이기 때문에 배당소득세를 물지 않고 있는데, 법 적용에 허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감액 배당은 회사가 임의로 재무구조를 바꿔 비과세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라며 “절세 수단으로서만 감액 배당을 하는 건 아닐 수도 있어서 신중하게 과세 체계를 봐야 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조세 회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면 다른 부작용도 생길 수 있어 이 또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자본을 헐어가는 방식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해 시장의 반응은 향후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마켓딥다이브였습니다.
김채영 기자 chaecha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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