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이 강남 집값 상승에 기름 부은 격”

김미리내 비즈워치 기자 2025. 3. 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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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드] 강남 집값 잡겠다더니...'조기 대선' 예상하고 토허제 풀었나

● 해제 후 일주일 새 강남3구 평균 매매가 2억 원 껑충
● 실거주 의무 사라지자 지방 원정 투자, 갭투자도 몰려
● ‘똘똘한 한 채’ 선호로 상급지 이동 ‘압구정’ 상승 이어져
● 강남 vs 비강남 매매가 차이 15억까지 벌어지며 양극화
● “정치적 논리로 강남 집값 고개 드는 시기 풀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 단지. 뉴스1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해제 발표로 강남권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해제 지역인 '잠·삼·대·청(잠실, 삼성, 대치, 청담동)' 주요 아파트에선 매수 문의가 빗발치며 며칠 새 호가가 수억 원씩 뛰었다.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로 막혀 있던 거래 빗장이 풀리면서 눌려 있던 가격 상승 기대감에 수요가 몰린 결과다. 여기에 2년간의 실거주 의무가 사라져 지방 원정 투자와 갭투자 수요까지 더해지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 같은 열기는 이들 지역에 그치지 않고 토허구역에서 해제되지 않은 강남구 압구정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서초구 반포동 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해제 조치로 집값이 뛴 소유주들이 상급지인 압구정, 반포로 이동하는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최고 입지로 꼽히는 압구정은 대부분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 중인 데다, 서울시가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 토허제 해제를 예고해 가격 상승 기대가 크다. 토허제 해제 시 가격이 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제 전인 지금이 매수 적기로 여겨지고 있다.

강남3구 실거래가 일주일 새 2억 원 껑충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가 지난 2월 21일 기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토허제 해제 조치가 시행된 2월 12일부터 20일까지 9일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아파트 평균 거래 가격은 24억5139만 원에 달했다.

토허제 해제 직전인 2월 1~11일 강남3구 평군 거래 가격이 22억6969만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일주일여 기간에 평균 거래가가 약 2억 원(8%) 가까이 오른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강남3구를 제외한 비강남 22개 구에서는 거래가격이 외려 내렸다. 9억4321만 원에서 9억1859만 원으로 2000만 원 이상 내린 가격에 거래됐다. 강남과 비강남 간 양극화가 심화하는 양상이다.(표1 참조)
지난해와 비교하면 금액 차이는 더 커진다. 2024년 1월 1~20일 강남3구의 평균 거래 가격은 18억9463만 원이었다. 1년 새 5억5000만 원 넘게 오른 것이다. 강남3구와 비강남의 평균 매매가 차이는 10억2669만 원에서 15억3280만 원으로 큰 폭으로 벌어졌다.

실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59㎡는 토허제 해제 하루만인 지난 2월 13일 21억7000만 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인 1월 15일 같은 평형이 20억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 원 넘게 오른 가격에 손바뀜했다.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 84㎡는 지난 2월 17일 26억 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1월 21일) 가격 25억1500만 원 대비 8500만 원 올랐다. '리센츠' 전용 84㎡는 같은 달 14일 27억5000만 원에 손바뀜했다. 직전(7일) 거래가인 26억5000만 원 대비 1억 원 올랐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는 2월 13일 전용 84㎡가 40억 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인 작년 12월 3일 35억5000만 원 대비 5억 원 가까이 뛰어 거래됐다.

청담동 '청담4차e편한세상' 전용 115㎡는 지난 2월 15일 23억8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청담8차상지리츠빌'은 전용 294㎡가 지난 17일 59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호가만 오른 것이 아니라 실거래가가 일주일여 동안 수억 원 오른 것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뿐 아니라 서울 내에서도 강남과 비강남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며 "같은 강남권 내에서도 '똘똘한 한 채'로 몰리며 초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일부 재건축단지가 토허제 해제에서 제외됐지만 잠·삼·대·청 등 강남권 똘똘한 한 채 선호가 크고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려는 상급지 교체 수요도 상당하다"며 "잠실동 엘·리·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등 지역 내 랜드마크는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구입 대기 수요 유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압구정은 토허제 규제에도 뜬다

새롭게 잠실로 입성한 사람들이 있다면 기존 잠실에 자리를 잡고 있던 소유주들은 어디로 갔을까. 토허제 해제로 집값이 크게 뛰며 해제 효과를 톡톡히 누린 만큼 보다 상급지인 압구정과 반포로 몰려가고 있다.

압구정은 여의도 목동 성수동과 함께 토허제가 해제되지 않은 지역이다. 서울시가 재건축, 재개발 진행으로 인해 투기 거래 가능성이 아직 크다고 판단해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일정 규모(주거지역 6㎡, 상업지역 15㎡ 초과) 이상 부동산 거래 시 지자체장이나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주택을 매수할 경우 2년의 실거주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도 불가능하다.

이처럼 거래가 쉽지 않음에도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7차아파트' 전용 144㎡는 올해 1월 21일 67억 원에 거래됐다. 작년 3월 같은 평형이 51억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16억 원이 오른 것이다.

토허제가 부동산 가격 급등이 우려되는 개발 예정지 인근 투기적 거래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는 점이 무색해진 현상이다.

서울시는 더욱이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개발이 진행되는 14곳의 경우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 순차적으로 토허제 해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신속통합기획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빨리 진행하기 위해 초기 단계부터 서울시가 조합원과 함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제도다. 단 투기를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재건축이 진행 중인 압구정 2~5구역은 모두 신속통합기획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월 21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관련 기사가 붙어 있다. 뉴스1


윤 위원은 "토허제로 묶여 있는 압구정이 뜨는 이유는 토허제 해제로 오른 잠실, 대치 등을 팔고 더 상급지인 압구정, 반포로 이동하려는 갈아타기 수요가 대부분"이라며 "토허제 규제가 있더라도 잠실 등에서 이미 가격 오름세를 봤고 상급지인 데다 재건축이 진행 중인 만큼 가격 오름세가 더 가파를 것으로 보는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압구정 2~5단지는 77만3000㎡ 규모 부지에 50층 내외, 1만18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압구정2구역이 사업 진척이 가장 빠른 구역으로 상반기 중 최종 정비계획 결정 고시가 날 전망이다. 압구정 1·6구역은 아직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상태다.

"강남만 뜬다" 초양극화 심화 우려

업계 관계자는 "요즘엔 주요 지역의 주택 구입 시 '입성'이란 말을 많이 쓴다"며 "지역 자체에 대한 가치를 높게 보는 인식이 퍼져 있다"라고 말했다.

입성은 '성안으로 들어간다'는 뜻 외에, '높은 지위나 사회 등에 오르거나 편입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느 지역, 어느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사회적 지위나 위치가 달라진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는 것이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가 이 같은 상황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압구정, 반포는 워낙 고가 아파트가 많아 갭투자 수요보다는 실거주 수요가 대부분"이라며 "똘똘한 한 채 선호로 계속해서 상급지로 수요가 몰리면서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방은 주택 수요도 많지 않고 가격 상승 기대감도 낮은 데다 토허제 해제로 지방 투자 수요까지 강남에 몰리면서 초(超)양극화는 더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익명의 또 다른 전문가는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결책을 내놨지만,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단기간 효과를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서울과 지방뿐 아니라 서울 내 양극화, 강남 내, 단지 내 양극화 등 양극화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 억제한다더니 '조기 대선' 전 토허제 풀어

토허제 해제 시기를 놓고도 여러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토허제 해제 시점은 시장 하락기, 부동산 심리 위축, 대출 규제 강화가 맞물리는 시기로 점쳐졌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지난해 8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토허구역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6개월 새 태세가 전환됐다. 토허제는 대출 규제가 서서히 풀리고 강남권을 중심으로 다시 가격이 오르던 지난 2월 12일 해제됐다. 토허 구역 지정에 따른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주민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민원이 지속된 데 따른 조치란 설명이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 안팎에서는 해제 시기를 두고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지적했다. 기준금리 인하까지 이어지며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 기류를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던 시기에 토허제가 해제되며 사실상 오세훈 시장이 잡는다던 강남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라며 "당초 풀어야 할 시기를 놓친 데다 강남 집값이 고개를 드는 좋지 않은 시기에 토허제를 푼 것은 '조기 대선'을 앞둔 정치적 논리가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미리내 비즈워치 기자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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