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도 녹색 바람… 건설사 ‘바람 잘 날 없네’

권중혁 2025. 3. 12.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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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아파트 6월부터 제로에너지 의무화
태양광·지열 등 활용… 에너지 자급자족
에너지자립률 최소 20% 이상 확보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오는 6월부터 국내 민간아파트에도 ‘제로에너지빌딩(ZEB·Zero Energy Building)’ 인증제가 의무 적용된다. ZEB는 기후위기 우려가 심화하면서 획기적 탄소 감축을 위한 방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건설업계는 ZEB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최근 공사비 급등과 건설경기 침체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까 우려하고 있다.

기후위기 막을 제로에너지빌딩(ZEB)

12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부터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건설할 때 ZEB 5등급 인증이 의무화된다. 5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에너지효율등급 인증등급 1++이상, 에너지자립률 20% 이상~40% 미만, 건축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설치 등을 충족시켜야 한다. 또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지을 때 고성능 창호와 단열재, 태양광 설비 등을 도입해야 한다.

ZEB는 사전적으로 건물이 소비하는 에너지와 생산하는 에너지의 합이 제로(0)가 되는 건축물을 뜻한다. 통상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녹색건축물을 일컫는다.

ZEB를 실현하는 기술은 크게 패시브(Passive·수동적) 기술과 액티브(Active·적극적) 기술로 나뉜다. 패시브 기술이 자연채광이나 단열·기밀성능을 활용해 냉·난방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한다면, 액티브 기술은 태양광이나 지열 등을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건물에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 생산·공급하는 개념이다.

ZEB의 필요성이 대두된 배경에는 기후위기가 있다. 건축물 분야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많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우 건물부문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66.5%를 차지했다(2021년 기준). 에너지 비효율이 지속되면 기후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최근 건축물 에너지 절감 및 온실가스 감축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ZEB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도 2019년 6월 ZEB 단계적 의무화를 위한 세부 개편안을 마련해 로드맵 실행을 구체화했다. 에너지자립률(에너지 소비량 대비 생산량 비율)에 따라 1등급(자립률 100%)부터 5등급(20% 이상~40% 미만)으로 나눠 ZEB 인증을 부여한다. 올해부터는 500㎡ 이상 모든 공공건축물과 1000㎡ 이상 민간 건축물, 30세대 이상 민간 공동주택(5등급 수준)이 의무화 대상이다. 신축 건물이 최소 20% 이상의 에너지자립률을 확보하도록 한 것이다. 2030년에는 ZEB 의무화 조치를 공공 500㎡ 이상(일부 용도·규모 대상, 3등급 수준 예상), 민간 500㎡ 이상(5등급 수준)으로 확대하고, 2050년에는 전 건물에 대한 의무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선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7115개(예비인증 5383개, 본인증 1732개) 공공·민간 건물이 ZEB 인증을 획득했다. 2023년 말까지 ZEB 인증 건축물이 감축한 탄소 배출량은 55만6558t에 달한다. 소나무 389만 그루가 있어야 가능한 양이다.

‘공사비 폭등’ 건설업계… ZEB 비용 부담에 울상

하지만 국내 건설업계는 민간아파트 ZEB 인증 의무화를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ZEB 5등급 충족을 위해 고성능 창호, 단열재, 태양광 설비 등의 도입이 필수화하면 공사비가 급격히 증가하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인건비·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급등,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적체 현상으로 어려운데, ZEB 인증을 위한 비용까지 추가되면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최근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를 중단하거나 조합과 법적 다툼 등 분쟁까지 빈번한 상황이다.

물론 ZEB 인증에는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정부는 ZEB 등급에 따라 용적률, 건축물의 높이 등 건축기준을 최대 15% 완화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밖에 신재생 에너지 설치보조금, 에너지이용 합리화 자금지원, 기반시설 기부채납 부담수준을 경감,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도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ZEB에 따른 인센티브와 사업비 증가 규모를 비교해보고 사업성이 떨어지면 건설사로서는 망설일 수밖에 없다”며 “최근 공사비도 높아져서 조합과의 갈등이 빈번한데 분담금마저 높아지면 더 부담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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