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가 밥 먹여 준다

이상민 2025. 3. 1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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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참여사회] 2025년 3-4월호 '대한민국 경제위기 진단' ①

[이상민]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민주주의가 밥 먹여 준다
ⓒ Mathieu Stern, Unsplash
민주주의가 밥 먹여 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가 정답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을 한 이를 옹호하는 국민이 30%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헌법과 법률을 통해 운영되기보다 군법에 의해 지배되는 권위주의 국가가 되기를 바라는 국민이 3%가 아니라 30%나 된다는 사실은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혹시 개발독재 시절 높았던 경제성장률이 민주화 이후 낮아진 것이 한 가지 이유가 되지 않을까? 민주주의 이후 여야의 다툼과 지난한 협상 과정의 비효율성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나빠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아닐까. 즉, 개발독재 방식이 국가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해서 경제성장에는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아닐까?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후진국이 중진국까지 진입하는 순간까지만 맞다. 중진국 함정1에서 벗어나서 선진국이 되는 경제성장 전략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과거 권위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 언제부터일까? 모두가 알고 있듯이 1987년부터다. 1987년 민주헌법 제정 이후 우리나라는 반민주국가에서 민주주의국가로 변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는 과거 후진국에서 중진국을 거쳐서 지금은 선진국이 되었다. 언제부터일까? 이것도 마찬가지로 1987년도로 동일하다. 1987년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GNI, Gross National Income)이 드디어 세계 평균치와 비슷한 가봉(3410달러)을 넘어 3480달러가 되었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평균을 넘은 해가 마침 1987년인 것이 우연만은 아니다. 3저 현상(저유가, 저금리, 달러 약세)뿐만 아니라 1987년 민주화에 따른 노동자 임금 현실화도 국민 실질소득 증가의 주요한 이유다.

민주주의 성숙, 중진국 함정 돌파 동력

사실 후진국이 중진국이 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도로 등 SOC만 잘 건설하면 후진국은 누구나 벗어날 수 있다. 도로를 놓으면 소득이 올라가고 물류 비용이 싸진다. 물류비용이 싸지면 가격이 내려가고 소비가 는다. 소비가 증가하면 생산도 증가한다. 문제는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서 선진국이 될 때 나타난다. 고속도로를 100개 놓는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전 세계를 통틀어 중진국 함정을 벗어난 나라는 유럽국가, 도시국가 등 소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우리나라 말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어렵다는 중진국 함정의 돌파는 민주주의 이후 경제적 성과다.

실제로 우리나라 1인당 GDP가 OECD 국가 평균과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다. 특히, 극적으로 좁혀진 것은 1998년 IMF경제위기 전후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관치금융, 정경유착이 줄면서 민주화가 성숙된 이후다. 권위적 국가의 자원배분이 아니라 민주주의 성숙 이후 시민의 창의성이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게 한 가장 주요한 이유다.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않고 중진국 함정을 벗어난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꾸준히 경제성장을 해서 선진국이 되는 과정에도 가끔씩 휘청거린 적은 있다. 1971년 이후 2022년까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일본을 하회한 적은 단 3번밖에 없다. 첫 번째가 1972년이다. 이때는 정치적으로 유신쿠데타가 있던 해다. 둘째가 1980년이다. 이때도 1979년 12월 12일 신군부 쿠데타 이후다. 셋째가 1998년 IMF 외환위기다. 정치적 격변기와 경제 권력을 상실할 정도의 극심한 위기가 오지 않고서는 일본 경제성장률을 하회한 적이 없다.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경제가 나빠지는 것은 민주주의가 경제성장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그런데 2023년 우리나라는 정치적 격변 없이도 일본 경제성장률을 하회했다. 이것도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허리띠 졸라매다 악화된 재정건전성

나는 2023년 경제위기를 '정부 재정위기'라고 칭한다. 실제로 대한민국 기재부는 항상 내수가 좋지 않을 때는 정부 지출을 늘려 내수 경기를 방어했다. 민간 지출 증가율이 내려가면 정부는 어김없이 지출을 늘려왔다. 그러나 문제는 2023년이다. 기존의 기재부라면 2023년 민간 소비 증가율이 줄어들 때 정부지출을 늘려 경기를 방어했어야 했다. 그러나 2023년 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정부 지출을 민간 지출 증가율보다 더 줄였다. 결국, 정부지출이 줄어 내수가 나빠지고, 내수가 나빠지니 세수입이 줄어들고, 세수입이 줄어드니 정부가 더욱 지출을 줄이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졌다. 즉 '정부재정위기'라는 의미다.

문제는 이렇게 재정 지출액을 줄였지만 재정건전성이 오히려 악화된 점이다. 이 정부의 '세수 펑크'는 주로 '세수결손'이라는 개념을 통해 논의된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해서 나는 '세수결손'보다 '세수 감소'를 통해 최근 재정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수결손은 예산대비 덜 걷힌 세수 규모를 의미한다. 세수 감소는 전년보다 감소한 세수 규모를 의미한다. 세수결손은 예산을 잘못 세웠다는 실무적 문제를 제기하기 적당한 개념이다.

반면, 세수 감소는 우리나라 세수 규모 변화를 파악하기 더 유리한 개념이다. 지난 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 국세 수입 규모는 396조 원이었다. 2024년 국세수입 규모는 337조 원이다. 2년 만에 국세수입이 무려 15% 감소했다. 국세수입이 감소하는 일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1990년 이후 1% 이상 세수가 감소한 적은 단 세 번밖에 없다. 2020년 코로나 위기 때 경제성장률이 감소하고 세수가 감소했다. 다만 세수 감소 폭은 -2.7%였다. 2009년 금융위기 때도 세수가 줄었다. 감소 폭은 -1.7%였다. 그리고 1998년 IMF 외환위기 때도 세수가 줄었다. 감소 폭은 -3%다. 1998년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3% 감소가 가장 큰 규모의 감소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2년간 국세 감소 규모는 무려 -15%다. 역사적으로 존재하지 않은 최악의 감소 규모다. 감세를 하니 세수가 줄고, 세수가 주니 정부 지출을 늘리지 못하고 정부 지출 증가율이 줄어드니 내수가 나빠지고, 내수가 나빠져서 세수가 더욱 감소하는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졌다. 결국, 내수 악화가 세수 기반을 무너뜨려서 재정건전성까지 악화되었다.

민주주의 없이 경제성장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우선적인 것은 안정적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다. 안정적 민주주의 회복 없이는 안정적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 경제안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가능성이다. 시장의 예측가능성이 훼손되면 투자계획 등 경제 계획이 불가능해진다.

12.3 계엄 직후 미 경제지 포브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옳다는 것 증명"되었다고 표현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기업 실적이 좋아도 한국의 정치적, 사회적 불확실성으로 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 기업 실적이 좋아도 주식이 저평가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증명되었다는 의미다. 포브스는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사태가 초래한 값비싼 대가는 한국인 5100만 명이 시간을 두고서 분할해 지불하게 될 것이다"라고 평했다. 정치적 안정이 최우선 과제다.

특히, 정부 예산서를 국민이 믿지 못하게 된 것이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더욱 악화시켰다. 정부 예산서는 정부 지출의 1년 계획을 경제 주체에게 알리는 문서다. 그러나 현 정부는 세수가 들어오지 않자 임의로 교부세, 교부금을 줄이는 등 의도적으로 확정된 예산을 집행하지 않았다.

그런데 국회에서 확정된 예산을 행정부가 임의로 조절할 수 있는 법적, 정치적 권한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 참여자가 정부 예산서를 믿지 못하면 시장의 예측가능성은 회복될 수 없다. 2025년 본예산은 사실상 확정되지 않았다. 12.3 사태 이후 여야의 합의가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조속한 추경은 사실상 2025년 본예산을 확정하는 정치적 절차다. 부디 안정적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회가 2025년 추경을 조속히 통과시켜 우리 경제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안정적 경제 성장을 이끌기를 바란다.

1) 개발도상국이 일정 수준의 경제 발전을 이루어 중진국 단계에 도달한 후, 선진국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장기간 정체되는 현상을 의미 ↩︎
〈월간참여사회〉 보러 가기!
📌본문이 포함된 〈월간참여사회〉 2025년 3-4월호는 다음 링크를 통해 참여연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peoplepower21.org/magazine/1987233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참여연대 소식지 〈월간참여사회〉 2025년 3-4월호에 실립니다. 참여연대 회원가입 02-723-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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