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원하는 서비스 골라 이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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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왕' '소비자 주권'이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왕이라니 뿌듯하기는 하지만 사실 이 말은 절반만 참이고 절반은 거짓이다.
먹거리를 사거나 옷을 살 때는 상당히 왕이 된 것 같지만 병원에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때 소비자 주권을 행사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면 "장애인이나 노인은 돌봄 서비스 시장에서 왕 노릇을 하고 있을까?" 이렇게 물으면 가슴이 '턱!'하고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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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왕’ ‘소비자 주권’이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왕이라니 뿌듯하기는 하지만 사실 이 말은 절반만 참이고 절반은 거짓이다. 먹거리를 사거나 옷을 살 때는 상당히 왕이 된 것 같지만 병원에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때 소비자 주권을 행사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도 시장이 소비자 선택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크게 보아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그러면 “장애인이나 노인은 돌봄 서비스 시장에서 왕 노릇을 하고 있을까?” 이렇게 물으면 가슴이 ‘턱!’하고 막힌다. 장애인이 언감생심 ‘왕’이기는 하는가.
돌봄 서비스는 당사자와 제공자가 직접 만나 둘의 관계 속에서 그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마치 음식점에서 된장찌개를 직접 만들어 파는 것과 같다. 그런데 맛이 없으면 그 식당에 다시 안 가듯이, 장애인이 돌봄 제공자를 마음대로 바꾸기는 어렵다. 돌봄 서비스는 종류나 공급자가 다양하지 않아 사실 고르고 자시고 할 수도 없다. 주는 대로 먹어야 하는 구내식당 밥 같다. 그런데 장애인은 취향이 유난히 천차만별이다. 뇌병변 장애인이 먹어야 할 ‘밥’과 발달장애인이 먹어야 할 ‘밥’은 엄연히 다른데도 구할 수 있는 것이 늘 같은 밥이라면 입맛이 있을 리 없다.
시장 실패의 원인으로 흔히 정보의 비대칭성을 든다. 그러나 자기주장을 하기 어려운 아동, 노인, 장애인에게는 이를 넘어 권력의 비대칭성이 광범위하고 인권 유린과 획일적 돌봄의 바탕이 된다. 이들은 어떤 서비스를 받겠다고 할 권리도 부족하지만 받고 싶지 않은 서비스를 거절할 권리는 더더욱 없다. 나는 이런 시설에 안 들어가겠다, 이런 획일적 생활은 하지 않겠다고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있을까.
일부 장애인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경우 가족이 대변하기도 하고 그마저 어려우면 성인 후견인 제도를 활용한다. 장애인 본인의 선택권을 늘리기 위해 개인 예산제의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장애인이 일정한 액수의 예산을 할당받아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골라 이용하는 것이다. 독일 영국 네덜란드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이 이미 실시하고 있다.
이 모든 제도가 장애인의 의사를 존중하려는 사회적, 정책적 인식이 강화되고 다양한 양질의 서비스가 장애인 앞에 넓게 펼쳐져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장애인도 당당한 ‘왕’이 되고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날을 만들어 보자.
(재)돌봄과 미래·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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