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혁명' GTX의 그늘... 줄어든 마을버스, 교통약자 불편 가중

고양신문 남동진 2025. 3. 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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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역 인근 대장·내곡·산황 유일 대중교통 072번, GTX 개통 후 A·B로 나눠져... 50분으로 늘어난 배차시간

[고양신문 남동진]

 대곡동과 내곡동 취락지역의 유일한 마을버스 노선인 072A. GTX개통 이후 기존 072번이 A, B로 분리되면서 기존 20~25분의 배차시간이 50분으로 늘어났다. 이로 인해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청소년과 노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 고양신문
"25분 남짓이었던 마을버스 배차간격이 개편 이후에는 50분으로 늘어나 버렸어요. GTX가 개통되고 다들 교통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정작 우리동네는 오히려 대중교통 여건이 악화된 셈이죠."
지난 6일 경기도 일산 대곡역 인근 내곡동에서 만난 주민 오혜진씨의 말이다. 세 자녀를 둔 오씨는 요즘 고등학생인 첫째와 중학생인 둘째의 등하교 문제로 인해 걱정이 크다. GTX 개통과 함께 내곡동을 지나는 마을버스 072번이 A와 B로 나눠지면서 운행 횟수가 반토막 나버렸기 때문이다.
 GTX-A 개통 후 대곡역을 경유하던 072번 마을버스가 A,B로 분리됐다. 사진에서 연두색 선이 과거 072버스 노선이며, 빨간색 선은 072B버스 노선, 진녹색 선은 072A버스 노선이다.
ⓒ 고양시 버스정책과 제공
해당 노선은 개발제한구역 등 각종 규제에 묶인 이곳 내곡동에서 유일하게 외부로 나갈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이다. 오씨는 "인근 지하철역인 대곡역이나 곡산역까지 도보로 가려면 2km 이상 걸어가야 하는데 길도 좁고 너무 위험하다"며 "마을버스 운행마저 줄어드는 바람에 동네가 완전히 섬처럼 갇혀버린 상황"이라고 불편을 호소했다.

고양시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GTX-A노선 개통을 맞아 현재까지 연계버스 노선 37개를 확충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GTX 대곡역의 경우 노선을 신설하거나 배차를 늘린 것이 아니라 기존 노선을 분리·조정하다 보니 주민들의 불편이 크게 가중되고 있다(관련 기사 : GTX 대곡역 버스노선 조정에 주민들 혼란).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072번이다. 기존 내곡·대장동에서 출발해 대곡역과 화정역을 거쳐 능곡을 경유하던 이 노선은 지난 1월 6일부터 072A(내곡동~대장동~대곡역~화정), 072B(능곡~대곡역) 2개 노선으로 개통 분리됐다. 능곡지구 인구 증가에 따라 대곡역으로 바로 이동하고자 하는 수요를 반영했던 조치였지만, 이로 인해 당초 2대였던 운행 대수가 각 노선별로 1대씩 배정되면서 반대편의 대장동과 내곡동·산황동 주민 입장에서는 불편함이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대장동 주민 장종철씨는 "처음에 072A 노선을 개편하면서 아예 대곡역에 정차도 하지 않다가 주민들이 제기한 민원 때문에 뒤늦게 변경했다"라며 "내곡동과 대장동을 지나는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노선을 개편하는 것은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 아니냐"라고 고양시 행정을 비판했다.

빠듯해진 등교시간, 20분 걸어 지하철 탈 때도

마을버스 운행 단축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과 노인과 같은 교통약자들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내곡동에서 일산 주엽의 고등학교를 다니는 김지한 학생(18)은 072번 개편 이후 아예 마을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지하철 역까지 장거리를 걸어다니고 있다. 운행횟수가 줄어들면서 마을버스로 등하교 시간을 맞추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김지한 학생은 "작년까지만 해도 아침 7시에만 일어나면 마을버스를 타고 대곡역에 내려서 학교 가는 데 어려움이 없었는데 개편 이후 마을버스 시간 간격이 너무 넓어져서 바쁜 등교시간에는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번 학기부터는 아예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나서 곡산역까지 15분 정도 걸어간 다음 경의선을 타고 대곡역으로 가서 3호선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굣길에는 아예 대곡역에서 내린 뒤 20분 이상 걸어서 집으로 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곡역에서 내곡동까지 이어지는 길은 인적이 드물고 인도와 가로등조차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해가 진 이후에는 도보로 이동하는 게 쉽지 않은 상태다. 이곳 한 주민은 "여학생들의 경우 늦은 시간에 대곡역에서 걸어오는 건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인근 화정동으로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특히 내곡동과 대장동의 경우 화정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다수인데 개편 이후 늘어난 마을버스 배차 간격 문제로 인해 가뜩이나 바쁜 아침 등굣길이 그야말로 전쟁터가 돼 버렸다. 주민 오혜진씨는 "마을버스를 한번 놓치면 50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제시간에 맞추지 않으면 지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하교시간에도 화정역에서 3시 50분 버스를 타지 않으면 다음 차량이 5시 이후에나 있어서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노인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주민 장종철씨는 "원래 이 동네 어르신들이 능곡시장을 자주 이용하는데 마을버스 노선이 개편되면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예전과 달리 중간에 버스를 한번 갈아타야 갈 수 있는 데다가 배차시간도 늘어나다 보니 그냥 마을 정거장에서 하염없이 앉아계시는 분들이 많다"라며 "그나마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버스위치라도 확인하는데 어르신들은 추운 날씨에 밖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마냥 기다리셔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영주산 마을공동체 다락방에 붙어있는 072A마을버스 시간표. 이곳 대장, 내곡동에서 화정으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아침 7시 40분 버스를 타지 않으면 사실상 등교가 어려운 상황이다. 하교시간 또한 오후 3시 50분 버스를 놓칠 경우, 5시 10분 버스를 타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 고양신문
근본적 해결 위해 '공영제 논의' 필요

이처럼 줄어든 마을버스의 빈자리는 주민, 특히 교통약자들에게 고통이 되고 있다. 올해 초 GTX-A노선 개통 이후 고양시 교통혁명이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대곡역에 가장 인접한 내곡동과 대장동, 산황동은 오히려 대중교통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태다.

고양시 대중교통과는 이번 노선개편에 대해 "한정된 예산 속에서 최대한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노인과 청소년들은 교통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곳에 지역구를 둔 정민경 고양시의원은 "애초에 GTX-A노선 개통을 앞두고 늘어나는 교통수요에 맞춰 버스노선을 신설할 계획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기존에 잘 운영되던 노선을 무리하게 나누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하지만 마을버스가 현재 민영제로 운영되고 있는 데다가 072번 버스회사도 워낙 영세한 곳이어서 마냥 운행대수를 늘리도록 요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노선을 담당하는 명보교통은 고양시 4개 노선에 16대 버스를 운행하는 영세 마을버스 업체로 매년 적자운영에 따른 시의 보조금 지원을 받고 있다. 고양시 전체적으로 보면 이 같은 적자운영 업체는 작년 기준 18개 마을버스 업체 중 12개에 달한다.

이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재 민영제로 운영되는 마을버스 정책에 대한 (준)공영제 전환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내곡동 주민 오혜진씨는 "공공성 측면이 아닌 효율성과 시장 논리로만 접근하다 보니 우리같은 지역은 계속 교통정책에서 소외받는 것 아니냐"며 "특히 마을버스는 교통약자들에게 꼭 필요한 교통수단인 만큼 공공의 적극적인 책임과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곡역에서 대장동, 내곡동까지 거리는 도보로 약 2㎞이상이다. 성인 남성의 걸음으로 15분~20분 가량 걸리지만 GTX개통 이후 마을버스 배차간격이 늘어난 탓에, 자차운행이 불가능한 학생과 노인들은 걸어서 이동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마저도 도보길이 좁고 위험한 데다가 가로등조차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 야간에는 통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 고양신문
정민경 시의원 또한 "도농복합지역인 고양시 특성상 마을버스 노선이 소외지역을 연결하는 모세혈관이 돼야 하는데 젼혀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 민영제로 운영되다 보니 대부분 수익성이 나오는 중앙로 중심으로 노선이 설계됐기 때문"이라며 "소외지역 주민들과 교통약자들의 교통권 보장을 위해 (준)공영제 전환이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실제로 마을버스와 관련해 기존 민영제 방식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은 여러 차원에서 나오고 있다. 얼마전 시의회 시정질의에서 고양시 마을버스 기사 이탈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준공영제 전환 필요성이 제안된 바 있으며, 시민단체인 공공교통네트워크 또한 지난달 서울시 마을버스 정책과 관련해 "재정지원 확대가 아닌 공영노선 전환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정책 논평을 내기도 했다.

고양시 또한 마을버스 노선개편 및 운영방식 전환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다. 백주현 고양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양시 버스체계 개편과 관련해 "마을버스와 시내버스, 광역버스의 역할구분을 명확히 하고 고양시 마을버스가 본래의 지선교통 기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총체적인 노선 개편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시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버스체계개편 연구용역을 발주해 노선개편을 포함한 준공영제 전환 논의를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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