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부터 완공까지 거의 100년, 동해선... 왜냐면
[강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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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강릉 간 동해선이 개통한 2025년 1월 1일 강릉역에 도착한 첫 열차 ITX-마음 승객들이 강릉시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
| ⓒ 연합뉴스 |
1920년대 말 당시 한반도를 강점한 일제는 원산과 부산을 연결해 한반도 동해안을 종단하는 동해선 철도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1938년 개통이 목표였지만,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이 이어지면서 일제가 완성하지 못한 이 철도는 해방 이후에도 우리 정부의 관심 사항이 아니었습니다.
해방 후 반세기가 훌쩍 지난 2000년대에 들어와서야 동해안·서해안·남해안 축을 국토 발전의 축으로 하는 정부의 국토계획이 만들어지고 동·서·남해안권 발전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정부의 재정 투자는 지지부진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남북 관계가 호전돼 남북의 동해선을 서로 연결하는 것에 합의하면서, 부산에서 출발해 동해안을 따라 포항·강릉·속초를 거쳐 휴전선을 넘어 원산·함흥·청진을 지나 블라디보스토크·연해주·만주 나아가 시베리아와 유라시아 대륙까지 철도로 연결하는 오래된 구상이 드디어 현실화할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남북 관계는 단절돼 있고, 강릉에서 휴전선까지 동해선 구간은 아직도 건설 중입니다. 이번에 개통한 구간도 KTX 같은 고속철도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번 동해선 철도 부분 개통은 그동안 발전에서 소외됐던 동해안 지역의 발전에 중요한 촉진제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향후 남북 관계만 개선된다면 이 철도는 부산에서 출발한 여객과 화물이 동해안을 따라 북한을 거쳐 러시아와 중국, 유럽까지 육로로 운송되는 동아시아 기간 교통망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 간선 교통망 구조는 서울을 정점으로 우산살(hub and spoke) 모양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고대 로마 제국 시대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처럼, '서울 공화국'인 우리나라는 모든 길이 서울로 통합니다. 조선시대와 일제 강점기 때에는 서울에 있는 중앙 권력이 지방을 효과적으로 통치하려는 목적으로, 해방 이후 경제개발 시기에는 부족한 투자 재원을 가지고 가장 효율적인 곳을 선택해 집중한다는 이유로, 서울과 수도권 인구가 늘어난 이후에는 이용 수요가 많다는 이유로 서울과 수도권에 편중된 교통 인프라 투자가 정당화됐습니다.
이와 같은 서울 중심 교통망 구조는 서울과 수도권 인구 집중의 원인이자 결과입니다. 교통망 건설 → 접근성 개선 → 기업과 인구의 유입 → 교통 수요 발생 → 교통망 추가 건설로 이어지는 수도권 집중의 순환 고리가 작동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서울 이외의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은 상당히 불편합니다. 심지어 가까운 두 지역을 바로 연결하는 교통수단이 없어 멀리 서울을 거쳐서 돌아가야 하는 일도 발생합니다.
남해안을 따라 경상도와 전라도를 연결하는 경전선 철도는 동해선과 비슷하게 일제 강점기 때 공사가 시작돼 해방 이후 완공은 됐으나, 이후 지속적인 개량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지금은 거의 이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철도를 이용해 부산에서 목포나 광주로 가려면 멀리 충청도 오송이나 천안까지 돌아가서 기차를 갈아타야 합니다.
모든 길이 서울로만 통하는 현실에서는 서울 일극 집중 구조가 불가피한 현상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각 지역은 서울에 좀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교통망 투자를 희망합니다. 서울 접근성이 지역 발전에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울 접근성이 좋아질수록, 지역 상권의 붕괴와 지역 인재의 유출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는 사실을 도외시해서는 안 됩니다. 무엇보다 우리 국토의 서울 일극 집중 구조 대신 다극 분산 구조를 희망한다면,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들 사이에도 빠르고 편리한 교통망이 구축돼야 합니다.

현재 비수도권의 가장 큰 약점은 수도권보다 규모의 경제가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비수도권 지역들을 서로 연결하는 교통망이 필요합니다.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비수도권 광역경제권이 제대로 형성되기 위해서도 지역 거점 도시들을 연결하는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민들의 삶의 질과 밀접히 관련된 교육, 문화, 의료 인프라 역시 교통 인프라와 마찬가지로 수도권에 투자가 편중되고 있습니다. 수도권 인구가 전국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수도권 인프라 투자의 정당성은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수도권 집중 추세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면, 비수도권 지역의 인프라 부족 → 인구 유출 → 수요 부족 → 인프라 투자 부족이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적 차원의 재정 투자가 필요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강현수씨는 중부대학교 교수(전 국토연구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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