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백종만 (7) 꼼짝없이 죽음만 기다리던 어머니, 의사 처방받고 회복

이현성 2025. 3. 10.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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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포함해 참샘마을 사람들은 모두 예수를 몰랐다.

어머니는 무언가 간절히 바랄 일이 생기시면 새벽 일찍 일어나 흰 그릇에 물을 담아 장독대 위에 올려놓고, 두 손을 비비며 천지신명을 부르셨다.

아버지를 전도할 자신은 없어서 어머니께 "교회에 가야 한다. 같이 예수님을 믿자"라고 말했지만, 내 말은 도통 듣지 않고 무당들 말에만 귀를 기울이셨다.

30여년 전 아버지가 66세의 나이로 돌아가시기 정확히 일주일 전 어머니께서 나를 부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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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아프다며 쓰러져 병 차도 없자
동네 어른들은 관까지 짜고 장례 준비
교회 다니기로 약속하고 병원서 치료
어린 시절의 백종만(오른쪽) YPP 회장과 그의 어머니. 백 회장 제공


부모님을 포함해 참샘마을 사람들은 모두 예수를 몰랐다. 어머니는 무언가 간절히 바랄 일이 생기시면 새벽 일찍 일어나 흰 그릇에 물을 담아 장독대 위에 올려놓고, 두 손을 비비며 천지신명을 부르셨다.

이런 집안에서 가장 먼저 예수를 믿게 된 나는 가족 모두 교회에 나가면 좋겠다는 소망이 간절해졌다. 아버지를 전도할 자신은 없어서 어머니께 “교회에 가야 한다. 같이 예수님을 믿자”라고 말했지만, 내 말은 도통 듣지 않고 무당들 말에만 귀를 기울이셨다.

하루는 어머니가 아프다며 갑자기 쓰러지셨는데 회복하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며칠을 고열에 끙끙 앓는데 차도가 없었다. 마을 어른들은 “네 엄마 죽는다”면서 관까지 짜고 장례 준비를 하셨다. 아무리 아파도 병원 가는 건 엄두도 못 내던 시골 사람들이었으니 ‘저러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포기했던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순천에 의사 선교사들이 세웠다는 병원이 있다고 들었는데 거기에 가면 어머니가 사실 것 같았다. 그래도 감히 병원 가자는 말은 꺼내지 못했다. 의료보험도 없던 시절에 돈도 없었으니까. 사실 순천 시내까지 어머니를 모시고 가는 것부터 큰 문제였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누군가 “교회 출석 증명서가 있으면 의료 선교사들이 무료로 고쳐 준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머니께 통사정을 했다. “어머니, 교회 다니면 살길이 있답니다. 나랑 교회 가서 장로님한테 사정해봅시다.” 어머니는 결국 교회에 다니기로 약속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셨다. 어머니는 의사가 준 약을 몇 번 드신 뒤 금세 건강을 찾으셨다. 이제 백수를 바라보시는 어머니는 칠십 넘은 나보다 건강하고 목소리도 여전히 쩌렁쩌렁하시다.

건강을 회복하신 뒤 어머니 신앙이 덩달아 깊어지면서 누이들도 하나둘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기도 은사와 영권(靈權)이 대단하시다. 다만 글을 못 배우셔서 나이 육십이 될 때까지 성경을 읽지 못하셨다. 하지만 목사님을 따라 성경을 읽고 찬송가를 부르면서 글자를 그림으로 이해하고 기억하는 식으로 한글을 깨치셨다. 이제는 성경을 줄줄 읽으신다.

30여년 전 아버지가 66세의 나이로 돌아가시기 정확히 일주일 전 어머니께서 나를 부르셨다. “종만아, 혹시 교회 목사님 좀 만날 수 있느냐.” 당시 아버지를 제외한 우리 가족은 모두 기독교인이었다. 어머니가 다니시던 교회에 연락을 드렸더니 한 젊은 목사님이 곧장 달려오셨다. 지금은 신월동성결교회 원로목사가 되신 고용복 목사님이시다.

고 목사님이 아버지께 물으셨다. “예수님을 생명의 구주로 영접하시겠습니까. 돌아가셔도 천국에 가실 것을 믿습니까. 믿으시면 ‘아멘’ 하세요.” “아멘, 아멘.” 목사님의 말씀에 아버지가 답하셨다. 아버지는 영접 기도를 하고 일주일 뒤 돌아가셨다. 고 목사님은 아버님의 염까지 해 주고 장례도 치러 주셨다. 복음으로 우리 가족을 인도하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린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행 16:31)

정리=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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