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땐 쓴다…‘디플레’ 모르는 일본 Z세대 [JAPAN NOW]

2025. 3. 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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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식품 가격 올라도 OK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나 Z세대로 통하는 일본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도쿄 시부야 거리. (이승훈 특파원)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30년’을 묘사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다. 물가가 내리면 좋은 것 아니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본은 ‘거품 붕괴’ 이후 경기 침체와 물가 하락을 동시에 겪었다. 경제를 돌게 하는 힘이 위축되면서 무기력한 사회가 지속된 배경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세대별로 디플레이션을 느끼는 체감도는 다르겠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Z세대’의 경우 이를 전혀 느끼지 못한 세대로 기록된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물가와 임금은 당연히 올라야 한다고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에 진출한 뒤로 ‘잃어버린 30년’을 거의 경험하지 못한 세대기도 하다.

해외여행 나서는 日 20대 30% 증가

일본 Z세대의 특징은 절약하면서도 원하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 형태를 보인다. 예를 들어 K팝 열풍을 계기로 좋아하는 연예인과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 한국을 여행하는 젊은 여성들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2019년과 2024년의 해외여행 소비액을 비교할 때 20대의 경우 증가율이 30%로 가장 높았다. 다른 세대가 10%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의 경우 달러당 엔화값 약세로 인한 환율 문제로 많은 일본인이 해외여행을 줄이는 시기였다. 또 미쓰이스미토모카드의 데이터 분석 서비스 카스텔라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이하 카드 사용 금액이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대비 20% 늘었다. 세대별로 볼 때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Z세대가 차별화된 소비 행태를 보이자 기업도 나서고 있다. 패션 전문 업체인 유나이티드애로우즈는 최근 Z세대가 많이 찾는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식품 업체 가고메의 경우 지난해 여름부터 가을까지 한정 수량으로 판매한 토마토주스 가격을 다른 제품보다 40% 높게 책정했다. 토마토주스가 미용 제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기존 50~60대가 아닌 20~30대 여성도 많이 찾기 시작했고 가격을 올렸는데도 판매는 더 늘었다.

일본 비즈니스호텔 체인인 슈퍼호텔은 최근 숙박 시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제로(0)로 만들었다. 숙박 때 사용하는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 외에 개발도상국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진행하고 국내외에서 삼림 보전에 투자해 달성한 것. 슈퍼호텔은 환경 의식이 높은 Z세대에게 이러한 노력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시코쿠섬 북동부에 위치한 가가와현 다카마쓰시는 최근 인플루언서 100명을 모아 여행 행사를 진행했다. 이들 인플루언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팔로워 10만명 이상을 보유한 사람들이다. Z세대에게 인지도를 높이고 이를 통한 관광 활성화가 목적이었다.

혼자 사는 Z세대가 늘면서 가격 변동이 거의 없던 도쿄 주요 지역 월세가 지난해부터 크게 오른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지난해 12월 도쿄 23구 30㎡ 이하 싱글 전용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9만6000엔(약 92만원)으로 전달에 비해 1.5% 상승했다. 지난 7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한 숫자다.

Z세대는 주택담보대출 상식도 바꿔놓고 있다. 일본은 대출로 집을 살 때 상환 기간을 ‘35년 이내’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Z세대는 50년 상환을 일반화하고 있다. 내 집을 가지면서도 매월 내는 대출 상환액을 줄이고 싶어 하는 Z세대 요구와 다소 위험은 있지만 이자 받는 기간을 늘리고 싶어 하는 금융기관 정책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특히 최근 정년 연장 또는 정년 폐지 등의 사회적인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도쿄 = 이승훈 특파원 lee.seungh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9호 (2025.03.05~2025.03.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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